[천상] 사랑은... 아프다.. 전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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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사랑은... 아프다.. -3-





일을 하기로 한 술집에 가서

조용히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보았던

다혜라는 아가씨가 날 손님으로 착각하고

다정스럽게 인사를 건냈다.




다혜 : 어서오세요 손님

천상 : 전 손님이 아니라..

다혜 : 아~ 맞다맞다. 어제 일 구하러 왔던 사람?

천상 : 네..

다혜 : 마침 잘됐다. 일손이 모자라서 그러니 내가 설명하는거 잘 들어

천상 : 예..

다혜 : 일단 벨이 울리면 저 시계 밑에있는 전광판을 통해서 번호확인하고..

천상 : 네..

다혜 : 그리고 각 테이블에 할당된 번호로 가서 손님들 주문만 받아서 주방에 알려주면 돼.

천상 : 그게 끝인가요?

다혜 : 아니. 일단 기초적인거부터 배워야하니까. 테이블번호부터 잘 외워두라구.

천상 : 아.. 네..





왠지모르게 에너지가 넘쳐보이는 듯한 말투의

그녀.

나라는 인간 자체가

그녀의 에너지에 이기지 못하고

한순간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근데.. 아까부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뭔가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다.





천상 : 저.. 근데..

다혜 : 왜? 모르는거 있어?

천상 : 아까부터 왜 자꾸 반말이시죠..?

다혜 : 하하... 그야 당연히 내가 여기선 너보다 선배니까..

천상 :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다혜 : 나..나이..?

천상 : 네.

다혜 : 스.. 스물.. 다섯이다 왜!!





스물다섯이라고 외치는 그녀의 입술이

약간 미묘하게 파르르 떨리는 것으로 보아

뭔가 숨기는 것이 있어보인다.

아무튼, 좀더 밀어붙여보도록 할까?





천상 : 저, 아까 사장님한테 얘기 다 들었거든요?

다혜 : 무.. 무슨 얘기..?

천상 : 여러가지 업무에 대해 얘기들으면서 그쪽 나이도 다 들었어요

다혜 : 헉... 농담..이시죠?





갑자기 존대말을 하는 그녀.

역시 뭔가 캥기는게 있는거 같을 땐

일단 대책없이 캐보는 것이 최고인듯 하다.





천상 : 서로 존칭 써가면서 인수인계하면 보기좋잖아요?

다혜 : 아, 네에.. 근데 그쪽은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천상 : 저 21살입니다만?

다혜 : 저... 몇월생..?

천상 : 3월생이요..

다혜 : 혹시 빠른 84년생?

천상 : 그냥 84년생입니다.



.........





다혜 : 그럼 내가 누나 맞잖아 임마!!

천상 : 켁...





갑자기 나를 향해 고함을 지르는 그녀.

그녀의 성격이 왠지 왈가닥일것 같다고 느꼈던 내 추측은

역시 틀린게 아니었나보다.





천상 : 아니 그쪽은 몇년 몇월생이길래?

다혜 : 나? 84년 2월생.

천상 : 전 84년 3월생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다혜 : 난 빠른 84인데?

천상 : 저기요... 여기가 무슨 중고등학교인줄 아십니까?

다혜 : 무슨 소리야?

천상 : 사회나오면 빠른이고 느린이고 지랄이고 아무것도 없어요.

다혜 : 사회는 사회고, 나는 나야.

천상 : ....






도저히 대화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여자다.

아무튼, 나는 여기에 돈을 벌러 온 것이고

그녀와의 대인관계에 대해선

내가 별 신경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나이 문제에 대해선 접어두기로 하였다.







천상 : 그래도 저... 아무래도 1개월 차이로 누나라고 하긴 좀..

다혜 : ............






역시 그냥 접어두기엔 왠지 기분나쁜 문제인듯.






다혜 : 그럼 너도 나한테 말까.

천상 : 하하;; 사장 따님되시는 분께 어떻게 그런 행위를..

다혜 : 응? 사장 딸이라니. 누가?

천상 : 다혜씨요.. 어제 분명히 사장님께 아빠라고..

다혜 : 아... 그거? 그냥 호칭이야.

천상 : 네에..?

다혜 : 그냥 친밀감의 표시로 그렇게 부르는 거라고.

천상 : 아니, 사장님이 그렇게 부르라고 시키던가요?

다혜 : 나, 아빠가 안계셔서... 내가 먼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어.

천상 : 아... 이거 제가 괜히 안좋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건 아닌지..

다혜 : 괜찮아. 내가 뭐 어린애도 아니고. 아빠같은거 없다고 슬플 이유없잖아?






너무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듯한 그녀였다.

하긴, 자기가 일하고 있는 술집의 사장님에게

거리낌없이 아빠라고 하는 행위가

보통내기 성격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이러한 단편적인 모습을 보더라도

그녀가 상당히 독특하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다혜 : 그나저나...

천상 : 네?

다혜 : 나한테 말 안깔꺼야?

천상 : 아.. 그..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상당히 공격적인 말투이지만

듣는사람이 왠지 기분나쁘지 않은

신비스러운 언어구사력을 가진듯 하다.




다혜 : 니말대로 내가 십분 양보해서 그냥 친구로 지내줄까?

천상 : 뭘 양보한다는거냐..?

다혜 : 원래 내가 누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로 해주겠다고.

천상 : 아, 예에.. 매우 감개무량합니다.

다혜 : 헤헤...

천상 : 근데 너 말이야..

다혜 : 응?

천상 : 웃는 모습이 참 이쁘네..

다혜 : 아.. 칭찬이지? 근데 눈앞에서 그런말하니까 너무 쑥스럽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해버렸다.

내 앞에 있는 이 여자가

혹시 하늘에서 내려준

'채영'을 대신해줄 나의 운명의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왜냐하면 처음부터 이 여자와

채영이가 생긴것부터 성격까지 모두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웃는 모습이 이정도로 완벽하게 똑같이 생겼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혜 : 사실, 나 웃는 얼굴이 이쁘단 얘기 적잖이 들어왔어..

천상 : 허허.. 좀 띄워줬다고 금방 기세등등해지긴.

다혜 : 아니, 농담이 아니고. 너하고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거든.

천상 : 나하고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



...........




천진난만하게만 보이던 그녀의 얼굴이

한순간 약간 어두워지는 듯 보이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다혜 : 그 사람도... 나에게 웃는 모습이 이쁘다고 했었어..

천상 : 그 사람...? 혹시 옛 애인을 말하는거야?

다혜 : 으응..

천상 : 이거 아빠 이야기에 이어서 내가 또 아픈곳을 찔렀군.

다혜 : 아니야 상관없어. 이젠 다 잊었으니까..



.............





천상 : 아까도 말했지만 넌 거짓말하는게 너무 눈에 보여.

다혜 : 거짓말 아닌데?

천상 : 니 얼굴에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 중이라고 써있어.

다혜 : 무슨 소리야~ 그 사람하고 헤어진지 1년이 넘었는데.

천상 : 근데 너 왜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냐..

다혜 : 나..날씨가 좀..추워서 그런가..

천상 : 여기 실내온도 뜨끈뜨끈하거든?






더이상 캐묻지 않기로 하였다.

내가 그녀에 대해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그녀는 아픈 기억을 자꾸 다시 들쑤실 수밖에 없게 되므로.




예상대로 내가 더이상 캐묻지 않고

일에 열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혜는 예전의 활발한 모습을 찾아가고

신나게 나를 구박해가며 업무를 인수인계해주기 시작했다.




근데..

날 너무 구박하는데?

조금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첫사랑이랑 닮았으니 봐주도록 할까..







천상 : 후우... 이걸로 오늘 일은 끝인가?

다혜 : 그렇네. 오늘 일한지 하루째지?

천상 : 오늘 출근했으니까 당연하지.

다혜 : 왠지 같이 일한지 오래된것처럼 느껴지네. 헤헤..

천상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다혜 : 너도 그래?

천상 : 벌써부터 니가 지겨워지려그래..

다혜 : 쳇..

천상 : 농담이야.




왠지 대화하는데에 한결 수월해진 것같고

같이 일한지 단 하루만에

그녀와 좀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다.




다혜 : 죽을래?? 지겹다는 말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라고!!

천상 : 농담한거가지고 왜 삐지고 그래~

다혜 : 지겹다는 말... 내가 그사람한테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이야..

천상 : 아.. 그.. 그랬냐... 오늘 번번히 자꾸 아픈데만 쑤시게 되네.

다혜 : 아니, 괜찮아. 잊은지 오래니까.




아니, 과거는 다 잊었다는 애가

내가 얘기할때마다 하나하나 꼬투리잡아서

옛 추억을 그렇게 속속들이 끄집어 내냐?

정말 잊은거 맞아?





다혜 역시 나와 비슷하게

뭔가 심상치 않은 과거와

상처를 가지고 있을 것같다는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ConTinue...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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