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럴까.


난 왜 어린 시절이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일까.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너무 조금 밖에 없다.


그것은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한 소녀와 친구였다는 것.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살아있다.


그리고 헤어질 때. 내가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그것’을 주었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헤어졌을 때.


또 만나자고 했는지, 언젠가 또 만나자고 말 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이 그 때 한 말이었는지, 아니면 꿈속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 구분이 힘들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린시절의 별로 없는 기억들은 모두 꿈만 같았다.


이곳도.


그 소녀도.


흰눈도.


모두······ 꿈만 같다.


.
.
.


“그럼 여기서 언제까지 살아야 해요?”


“잘은 모르겠지만 오래 살지는 않을 거란다.”


“······.”


그는, 소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예전에 살던 그 집에서 이젠 더 이상 살지 못한다는 게 무척이나 큰 실망을 안겨다 주었다.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온 소년은 바깥풍경이 낯설기만 했다. 자동차만 다니던 도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경운기가 도로를 다니고 있다.


이곳으로 이사 오게 된 이유는 아버지의 사업 때문이었다. 지금은 사업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서 살던 집을 팔고 이곳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소년의 어머니는 왜 이사 오게 된 것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소년은 어느 날부터 거의 매일을 술에 취해 들어오시는 아버지 덕분에 대충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년이 앞으로 살게 될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소년의 눈은 여전히 밝지가 않다. 집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시골에서 마련한 집이더라도, 비교적 넓은 편이지만 역시 도시에서의 삶이 더 맘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어서 들어가렴. 갑자기 날씨가 춥구나.”


소년의 어머니는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먹구름이 드리워져서 금방이라도 비가, 아니 눈이 내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시 중얼거린다.


“눈이 온다고 했었나?”


소년 역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저 힐끔 쳐다보는 것일 뿐,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미 가구는 다 정리 되어있고, 깨끗하게 청소도 되어있다. 분명히 소년의 어머니는 누가 살던 집을 산거라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아무리 기분이 안 좋아져도 역시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였다.


소년은 약간 밝아진 듯, 시무룩하던 표정이 점차 풀려나고,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전에 쓰던 침대보다는 약간 더 작은 침대가 놓여있다. 책상과 옷장도 모두 새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직 정리할게 많다면서 부엌으로 간다. 소년은 침대에 한참 동안이나 누워서 무엇을 생각하는 건지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있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린다.


.
.
.


소년은 눈을 떴다.


그리고 일어서서 눈을 비비더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엄마를 부르기 시작한다.


“엄마, 엄마?”


하지만 소년의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아무 말도 없이 어머니가 외출을 하는 것은 말이다. 소년은 텅 빈 거실에 앉아 있다가 무심코 창문을 바라본다.


“눈이다!”


저도 모르게 소년은 소리쳤다. 눈은 소년이 자고 있는 사이에 한참 내린 듯, 이미 꽤나 쌓여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본능처럼 밖으로 재빠르게 나간다. 그리고 손에 눈을 얹어본다. 만지려고 하지만, 눈은 그러기 싫다는 듯 얼른 녹아버린다.


눈은 점점 더 빠르게 쌓여갔다.


소년은 집의 문도 잠그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간다. 또래의 시골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소년은 끼어달라는 말도 하지 않고 그 무리들을 지나친다. 원래 아이들은 처음 본 사이여도 잘 놀지만, 소년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 무리의 아이들은 수군거리면서 소년을 쳐다본다. 누가 말을 걸려고 하지만 다른 아이가 붙잡아서 포기한다.


소년은 또래 아이들과 저만치 멀리 떨어져서는, 손에 입김을 불어가면서 눈사람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눈이 부족했다. 소년이 서있는 땅만 말이다. 그래도 소년은 처음 보는 아이들과 놀기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눈이 많은 쪽을 찾기 시작한다. 이쪽에서 하려다가 왠지 모르게 자신만의 장소를 찾고 싶었다.


무턱대고 걷기 시작했다.


뽀드득,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확실하게 들리기 시작할 정도로 눈은 쌓이고, 그리고 계속해서 더 쌓이고 있다.


소년은 그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 소리만 듣고 있으면, 누가 불러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자신이 새긴 발자국을, 그리고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보고, 들으면서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다리가 아파서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와아.”


절로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대체 몇 분씩이나 걸었는지는 몰라도 소년의 눈앞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눈으로 치장을 하고 소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소나무의 주위에 있는 것이라고는 평평하게 쌓인 눈뿐이었다. 그 광경은 소년에게 있어, 천국의 풍경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다가 얼른 소나무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도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계속 넣으며 이곳까지 왔지만, 그래도 추위를 버티기에는 힘들어서 손은 이미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저 벌개져 있는 상태였다.


눈사람의 몸통을 다 만들었을 때였다.


“너······ 누구야?”


.
.
.


소녀는 그렇게 내게 소리도 없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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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과거편 스토리 구상을 하느라 많이 늦었습니다.

생각보다 더욱 세세하게 해야만 하더군요.

아무튼

리플남겨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