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작가, 故 Lovepool을 추모하며

중학생 무렵이었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와 Daum（네이버와 쌍벽을 이루던 시절）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던 그 무렵..

한 인터넷 유머카페에서 lovepool이라는 닉네임으로 쓴 글을 읽게 되었다
유머라고 해야될까, 소설이라고 해야될까
감동적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난 그의 글에 푹 빠졌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던지, 그의 글이 올라올때면 많은 댓글이 달렸었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그의 글을 보지 않게 되었다
프로 웹서핑러였던 나는 어느날 웃긴대학（당시 핫 했던）에 접속하게되는데..
놀랍게도 그 곳에 그의 글이 있었다
그는 여전히 인터넷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추천과 댓글을 받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간간히 그의 글을 읽었다.
여전히 좋았다.
그의 글을 묶은 책이 출판되었다해서 구입하기도 하고, 그의 글이 영화로 제작된다는 얘기도 들렸다.
팬으로서 좋은 소식이었다.


그러던 중, 그의 글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그가 암에 걸려서 투병 중이라는 것이었다.
상황이 심각해보였지만, 그의 글에는 여전히 유머와 따듯한 온도가 느껴졌기에 나는 그가 이내 회복하리라 생각했다.

얼마 뒤, 그가 2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제 새벽이었다.
잠을 들기가 싫어서 뒤척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섬광처럼 그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가 떠난뒤로 처음으로...그가 생각났다.
왜 그가 생각났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구글에 ‘lovepool’이라는 닉네임을 검색해보았고, 상위에 노출되어있는 게시물을 클릭했다.
그곳은 웃긴대학 내 만들어져있는 그의 추모공간이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그를 추모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시물의 빈도는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2017년에도 그를 추모하는 글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그의 글을 그리워했다.

나는 그 새벽의 어둠을 빌려 삶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누구나 죽는다. 나도 예외는 없을 것이다.
재수가 좋다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나의 명이 소실될 것이고, 어쩌면 그처럼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사라진다는 것일까. 그가 없어도 세상은 매우 잘 흘러갔던 것처럼 나의 죽음도 세상에 어떤 메아리도 줄 수 없겠지.

그의 삶은 어떠했나.
그는 독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감동을 받은 적이 많았다.
그 감동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10년이 넘게 흘러버린 어느날 문득 갑자기 생각이 날 정도라니..그럼으로써 결국 한 사람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정도라니..
그는 글로써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세상을 떠난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그 영향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그의 삶은 훌륭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내가 세상을 떠나도..
어느날 그 사람들이 문득 나를 떠올리며 삶의 메무새를 가다듬게 된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나의 삶은 100점이 아닐까.
이제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그가 떠오를지 알 수 없다.
매우 오랜 시간이 흐른 뒤겠지만....언젠가....당신이 또 떠오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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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풀님.
그 철 없던 시절의 어린애가 이제는 당신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아졌습니다.
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잘 살아보려구요.
어제 새벽에는 감사했습니다.

당시에는 전율이었던,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당신의 어떤 글 속 마지막 문장으로 글을 맺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