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장님에게 낚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하철 2호선은 워낙

주요지점을 많이 지나는 노선이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편이고

그만큼 별의별 사람들도 많다.





3년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지하철을 타고

신촌역으로 가던 중이었다.






이때 갑자기 내 핸드폰 벨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따라라라~ 따라~ 따라~' （인간극장 OST）




천상 : 엥? 아까 분명히 진동으로 해놨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확인을 해보았다.

역시 내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천상 : 아니, 나말고도 이런 병신같은 벨소리를 하는 사람이 또 있단말인가?

-_-





근데 이 벨소리가 점점 더 커지더니

나중에 가서는

귀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퍼졌다.





천상 : 아 누군진 모르지만 매너좀여..




나의 애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벨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알고보니 그 음악소리는

핸드폰 음악소리가 아니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어떤 장님께서 구걸을 하며 틀어놓은 음악이었다.





그 장님은 전철 앞부분에서 뒷부분으로

아주 느린 걸음으로

죽지못해 산다는 느낌의 매우 슬픈 표정을 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배경음까지 인간극장으로 해놓으니

그 처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






또, 자세히 보니

목에는 이상한 팻말을 걸고 있었는데






'좀 도와주십쇼'







아니 뭐 저런 개미핥기같은 분이..

-_-






하여튼 모습은 매우 초라하고 남루했지만

그만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올랐다.






천상 : 천원짜리 한장이나 쥐어드려볼까...







그 장님 아저씨께서 내 앞을 지나갈때

나는 지갑을 펴서 돈을 꺼내는 모션을 취했다.




그랬더니 이상하게도

이 장님아저씨가

내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게 아닌가-_-





뭐여 이거





내가 보여?

-_-








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돈을 다시 집어넣었다.




장님아저씨 : 에휴...




돈을 다시 꺼내보았다.



장님아저씨 : 급빵끗^-^*



돈을 다시 집어넣었다.



장님아저씨 : 휴우...



돈을 다시 꺼내보았다.



장님아저씨 : 빵끗^-^*







돈을 넣었다 뺐다가 해보았다.


장님아저씨 : （안절부절..）

천상 : -_-






그렇게 한 10초간의 시간동안

장님아저씨는 내 앞에서 자리를 지키며

침을 꼴깍 삼키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존나 수상하다.

-_-








난 수상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돈을 다시 지갑에 넣고

모르는 척을 했다.




그제서야 장님아저씨는 헛기침을 몇번하더니

내 앞을 지나갔다.






장님아저씨 : 쿨럭쿨럭;; 좀 도와주십쇼..





장님아저씨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다음 칸으로 넘어가더니

이윽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천상 : 아무래도 수상쩍은데..





30분쯤 시간이 지나서

목적지인 신촌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약간 늦었던 터라

발걸음을 빠르게 하며 후다닥 걸어가는데

화장실 근처에서

왠지 모르게 눈에 익숙한 남자 한명이

내 눈에 들어왔다.






벙거지 모자.

다 헤진 갈색 와이셔츠.

흙빛 청바지.

다 닳아빠진 구두.

탐스러운 젖가슴.

그리고, 눈에 착용한 선글라스.







천상 : 아니, 저 사람은 아까 그 장님...





이런 곳에서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조금씩 다가갔는데

가까이 가보니

아까 보았던 장님아저씨 한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님 아저씨와 비슷한 차림을 한

아저씨들이 4명정도 모여서

반상회, 혹은 계모임을 하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꽃피우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는척하면서

몰래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았다.









장님1 : 형, 오늘 수입은 어땠어?

장님2 : 뺑이만 쳤어. 한 6만원 벌었나..

장님3 : 그럼 내가 오늘 제일 많이 벌었나? 한 10만원 되는데.. 껄껄..

장님4 : 난 아까 왠 그지같은 새끼가 지갑에서 돈을 줄듯말듯 하는거여. 옘병할놈.









뭐여.

저거 지금 나 말하는거여?

-_-






아니 무슨 장님이라는 사람들이

파티를 짜서 팀플레이를 하나..





마치 하나의 조직활동을 하는것처럼

그룹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중요한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걸로봐서

4명중에 장님은 한명도 없었다.

-_-







천상 : 저기요 아저씨들..

장님들 : .......?




내가 그들을 부르자

그들은 다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장님인척하며

내게 구원의 손길을 스윽 내밀었다.





천상 : 제가 장애우를 좀 도와드리고 싶은데요..

장님들 : +_+

천상 : 10만원짜리 수표하나 드려도 될까요?

장님들 : 아니 뭐 그렇게까지야..+_+







아니 무슨

돈 얘기 좀 꺼내니까

장님들의 눈빛이

선글라스를 통과할정도로

초롱초롱 빛나냐

-_-






난 지갑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꺼내서

장님4에게 쥐어주었다.





천상 : 이거 제 전재산입니다. 꼭 필요한데 쓰세요^^

장님들 : ................

천상 : 이거면 여러분들 돼지갈비라도 실컷드실 수 있을거에요

장님들 : ................

천상 : 되게 고맙죠?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난 유유히 그 자리를 벗어났고

장님들은 한동안 멀어지는 나를 바라보며

연신 얼굴을 씰룩거렸다.





장님들 : -_-^










그러게..

왜 남들을 속이시나..

껄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

근데 결국 천원 손해본건 나잖아.

젠장

-_-







결국 내가 병신이었다.





Fin.











자비를 베푸셔서 3초 투자하여

추천한방 날려주신다면

3년간 행복해지는거 아시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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