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포스터는 이 영화를 무언가 첨단 기술이 등장하는 액션 SF 영화처럼 그려 놓았습니다. 정작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은 뒷골목의 허름한 술집인데 말이죠. Predestination이라는 영어 제목에 비해 타임 패러독스라는 국내 개봉명은 너무 노골적이고요. 독창적인 과학적 설정도 이 영화의 훌륭한 부분이지만 저는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부분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구체화한 부분의 연출과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독창적인 과학적 설정이나 논리적 반전（메멘토 같은）을 기대하시고 이 영화를 본다면 실망하실 가능성이 많습니다. 오히려 주인공의 드라마에 공감할 수 있는 소설 취향이 있으신 분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존이 과거의 자신인 제인과 만나 대화하며 사랑에 빠지는 장면일 것입니다. 관객들은 이쯤에서 모든 반전을 간파하고 묘한 감정에 빠집니다.
차가워지려는 제인을 말과 공감으로써 공략（?）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깊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원작에 덧붙인 피즐 바머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덧붙이기 위해서 영화는 많은 변화를 줘야 했는데 이 변화는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은 그저 이야기 전체가 자기 자신의 구인에 불과한데 비해서
이 영화는 그 구인이 중요성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이야기 전체에 서스펜스를 덧붙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역할을 어느 정도 잘 해내고요.
그렇지만 이 장면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피즐 바머가 자신의 범행을 변호하는 장면은 독창성이 없어 보이고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이야기를 조금 더 다듬었으면 좋은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렇게 음악을 크게 해서 억지로 마무리를 지을 필요도 없어 보였습니다.（에단 호크의 묘하고 과장된 표정도요） 에단 호크의 나레이션 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요.
3/4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만 원작의 독창적인 면의 상업영화화를 훌륭하게 해낸 드라마/시간여행물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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