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출（송강호）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총독부에 임정에 대한 정보를 팔고 경부 자리까지 오른 변절자입니다. 그 당시에 가장 위협적이었던 독립운동단체였던 의열단의 조직을 파헤쳐 와해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한편 의열단의 간부 김우진（공유）는 국내에서의 테러 활동을 위해서 폭탄을 국내로 들여 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정출은 김우진에게 접근하여 의열단 조직과 단장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 내려 하고 김우진은 이정출을 이용해서 일본 경찰의 감시를 따돌리고 폭탄을 경성으로 반입시키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열단 단장을 체포하려 하는 이정출의 동료 경찰 하시모토의 방해로 계획은 위기를 겪습니다.

개인적으로 즐거운 영화였지만 아쉬움도 있는 영화였습니다. 서론부와 본론부분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결론 부분에 가서 그 매력이 많이 사그라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대사와 연기가 무척 섹시한 영화입니다. 액션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액션보다는 오히려 인물들간의 대화 장면이 더 매력적이고 서스펜스를 주는 것 같습니다. 송강호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이정출이라는 인물의 심경 변화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송강호의 연기를 통해 보충해 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가 개성적입니다. '암살'이 유머와 즐거움을 놓지 않는 반면에 이 영화는 웃음기 뺀 누아르/스파이 영화의 톤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그 캐릭터가 하나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구석마저도 없어요. 용기 있는 결정이고 그게 영화를 더 좋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일제시대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쉽게 빠지는 애국주의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결론부까지는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을 말해 보겠습니다. 이 영화의 후반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본론부까지 이정출은 타의로 인해서 폭탄 운반 거사에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의열단 단장과 접촉한 것이 알려질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고 하시모토를 죽여버린 것도 그의 입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이후에 구락부를 폭파시키는 행위는 완전히 자발적인 행동입니다. 이 심경의 변화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단장의 비서를 고문하는 장면을 넣고 있습니다. 고문의 지독함과 경찰 내부로부터 받은 의심이 변심의 원인이 되었다는 설명을 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만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병헌의 연기는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이병헌이 연기한 의열단 단장이 이 영화에서 하는 역할을 종잡을 수 없네요. 단장이 이정출과 밤낚시를 나가서 거사에 협조할 것을 구하며 원하지 않다면 자신을 바다에 집어넣으라고 하는 장면은 너무 클리셰 같고 억지스러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밤낚시 때에 하는 대사들도 과연 저런 말로 변절자인 이정출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끝에 변절자를 제거하는 장면은 갱스터 영화에서 너무 많이 본 장면이고요...

종합해 보자면 본론까지는 흠은 있지만 정말 재미있고 좋은 영화이지만 후반부로 가면 다시 함정에 빠져든 영화라고 할까요? 조금 더 이야기를 가다듬고 스타일을 끝까지 관철했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길어서 안 읽었겠지만 ㅜㅜ 네이버 블로그 하시는 사자왕님의 리뷰 스타일을 많이 따라했습니다.

읽은 사람이 있다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