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돈은 없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아버지는 매일 힘들게 일하셔도 언제나 친절하셨고, 나와 동생에게도 언제나 친구처럼 대해주셨고.

어머니는 월세낸다 생활비 낸다 빚갚는다 힘드셨을텐데 가끔 우스갯소리처럼 힘들다 하시는것 빼고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셨고.

그 날은 어머니 생신이셨음.
아버지랑 어머니 생신이 4일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아버지 생신때 케잌도 자르고 없는 살림에 그래도 좀 생신잔치다운 잔치를 했었단 말이야.

어머니는 그때 했으니 자기는 축하만 받으면 상관없다고 그려셨는데, 그래도 생신인데 적어도 선물이랑 케잌은 잘라야지 생각해서

내 알바 통장에 있는 돈으로 동생이랑 같이 꽃다발 2만원 정도 하는거랑 케잌을 사갔거든?

그래서 어머니한테 우리 돈 모아서 샀어요!
하고 생신축하드린다고 꽃이랑 케잌 드렸더니
갑자기 어머니가 화를 벌컥 내면서

필요없다는데 왜 쓸데없이 그런거에 돈 쓰냐고
지금 그런데말고 쓸 돈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데
너 다컸으면 쓸 돈 안쓸돈 구분은 할수 있지 않냐고

그러면서 역경을 내시더라.

그래, 울집 사정 힘든것도 알고
그것땜에 어머니 맘고생 심한것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
근데 우리가 이상한걸 산것도 아니고
생신날 자그마한 선물이랑 어머니 위한 케잌이었는데

그것도 내가 번 돈으로 사서 가져다드렸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수 있어?

그날 정말 많이 울었어.
근데 울어도 뭐랄까, 뭔가 더 이상 어머니가 예전의 어머니로 보이지가 않더라.

참 내가 너무 무관심했던건가 자책도 하고 후회도 해보고 그랬지만, 어머니의 행복이라는 가치관이 사실 우리 가족이 아닌 돈과 직결되어 있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 여태껏 소소하게 웃어왔던 것들이 사실 어머니는 그 뒤에선 정말로 웃지 못하고 있었던건 아닌지.

돈이 뭐라고
그게 뭐라고 이렇게 비참함을 느껴야하는지
정말 화도 나고
그냥 비참하더라.

결국 행복은 가진 돈 순이 아니라는데
사실 아닌거 같아. 행복해지려면, 적어도 비참해지진 않으려면 돈이 있어야되나봐.
그렇게 존경하던 어머니였고, 돈은 없었어도 우리 가족은 언제나 행복했다고 믿었던 내가 너무 바보같더라.

그때 그 일에 대해서 결국 어머니와 우리는 별 다른 대화나 해결 없이 넘어갔고,
그러다보니 내가 어머니한테 무언가 벽 하나를 세워버린거 같아. 근데 이 벽을 감히 뚫지를 못하겠어.

말주변이 없어서
제대로 쓴건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냥 어디 하소연이라도 해보고 싶었어.

그냥 뭐 좀
비참하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