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원 어딘가에서 서식하고 있는 열일곱살 여자아이입니다.

아득한 초딩시절때, 그러니까 5학년즈음 왕따를 당했었습니다.
제가 잘 놀고 완전 활발한 편이었는데, 그게 남자애들 사이에서 문제가 됬나 봅니다.
소위 말하는 "나댄다," 이런 걸로 막 꼬투리 잡히고 그랬었는데, 하루에 못해도 두 번씩은 남자애 무리들이
제 책상으로 와서는 앉아 있는데 머리 치고 의자 발로 차고 욕도 하고 그랬어요.
여자애들은 저를 전혀 괴롭히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하게 지내는 애들도 있었거든요.

다 참을 수 있었어요. 어차피 지나갈테니까요. 그런데 선생님이 이 일로 개인적으로 상담을 와서는（누군가 선생님에게
말했나 봅니다.） 저를 향해 일방적으로 꾸짖을 때는 정말 뭔가 턱 막히더군요,

정말 그놈들때문에 자살하고 싶었어요. 그 열두살때 자살이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게다가 나를 괴롭히는 그 남자애들 무리 중심에 A라는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이게 정말 미치겠는게 그 남자애 집안이 부자라고 학교 전체에 소문이 나있던 상태고 그 남자애 어머니께서도
학부모위원회장을 맡고 계셔서 제가 싸워봤자 이길 것 같지도 않았어요. 선생님은 단지 애들사이 문제라 치부했던 것 같아요.

같은 여자애에게 왕따를 당하는 게 흔한 케이스였기 때문에 저는 이런 이야기를 어른들 앞에서 조심스럽게 꺼내면
그 분들은 저에게 항상 이런 말을 하곤 했어요.

"원래 남자애들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그렇게 표현하는 거다, 네가 잘 대처해야지"

좋아한다고요? 남자애 "무리"들이 나를 괴롭히는게 좋아하는 건가요?
이건 확실히 아니잖아요. 보통 남자애가 여자애를 좋아하면 그냥 한명이 깔짝깔짝 괴롭히는게 다잖아요.
제가 어른들한테 이런 대답 들으려고 견뎌온거 아니거든요.

왕따를 당해본 적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거든요. 선생님이 도와줬더라면 한번 싸워볼 생각이었지만
선생님도 그런 태도로 나오는데 남은 건 수긍과 절망하는 것 뿐이거든요, 체념하게 되요.

중학교 올라와서는 반이 갈라지면서 （공학이지만 남자반 여자반 따로 있어요.） 만날 일 없는데,
가끔 가다가 복도에서 마주치면 나 혼자 흠칫하면서 눈 깔고 가고, 걔네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완전 놀고 있는데
나 혼자 이런다는 게 너무 억울해요.

이 이후로 남자들을 일방적으로 무서워하게 되었어요. 남자애가 누구든 여자애 대하는 것보다 불편하고 싫고 무서워요.
그래서 남자애들이랑 불가피하게 대화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손이 가지런히 모아져요.
여자애들은 내가 이런다는 걸 모르거든요. 완전 활발하고 운동같은 활동적인 거 잘하는 애로 알고 있어요.

무튼 걔네들 볼 생각만 하면 밴드로 약속한 초등학교 동창회도 절대 못 갈것 같고, 나를 그렇게 대했던 건 신경 안쓰고
지네들끼리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잘 먹고 잘 살것 같아서 한숨만 나오네요.

일부 사람들은 왕따당하는 사람에게도 원인이 있다고들 하죠. 딱히 못생긴 외모도 아니었고, 그냥 제가 좀 활발한 편이었는데
이걸로 나댄다, 이렇게 찍혀버린거네요. 활발한 거랑 나대는 거랑은 다른거잖아요, 왜 그렇게 자기들 마음에 안들면 나를
일반화해버리는거죠? 쟤는 ㅡㅡ하니까 항상 ㅡㅡ하더라 막.. 남자애들이 더 째째하더군요.

제가 초딩때 그네들한테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한번 물은 적이 있어요. 걔네들이 그냥 싫대요. 그냥.
사람이 싫다는데 일방적인 증오가 어딨나요? 제가 원인이든 걔네 심경에 거슬렸든 뭔가가 분명히 있는거지.
<<< >>> 이 부분은 추가질문입니다.

<<< 그래서 정말 진지하게 여자를 연인으로 만나볼까.. 이런 생각도 해보고.
그 애들 때문에 이렇게 변한건지 원래 약간 그런끼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해온 사람은 전부 여자였어요.
저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어요. 내가 걔를 좋아하는 것 때문에 울어도 봤고 가슴 아파도 봤어요,
지금도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어요.

그런데 이성을 좋아하는 것도 정말 같은 심정일까요?
그 때문에 이성간의 달달한 영화나 뭐 남녀간의 연애일화나 이런걸 봐도 두근거린다던가, 이런 게 없어요. 아무런 감흥이 없는거죠. 그냥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저런 게 현실에 어딨냐?' 애들이 그래서 저보고 무뚝뚝하대요. 나같은 여자애 처음 봤다고.
사실 감흥이 없다기보다는 그냥 거부감이 드는 거예요. 일방적인, >>>

잡담이 길었네요.
기억때문에 남자가 너무 무서운데, 그래도 평생 이러고 살 수는 없잖아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잊을 수 있죠?
제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지적 달게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