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천상입니다..

오랜만에 글 쓰는 것같네요.

아마 두달 뒤에 뇌종양 재수술을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수술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의사도 모르겠다고 합니다만

확률게임인만큼, 모든걸 운에 맏겨보아야지요^^;





말도 안되는 유머글로 여러분들을 웃겨드리는게 삶의 낙이었는데

이번에는 웃기다기보다는 제 추억을 되돌아보고자

난생처음으로 제 추억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추억을 이렇게 글로 써서 '글'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남기게 되면

제 추억이 조금더 오래남게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말이지요..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전부 실화이며

극적인 재미를 위해 약간의 픽션이 들어가있고

등장인물의 이름은 실명과 거의 똑같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읽으시는데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말도 안되는 드라마같은 혹은 영화같은 시나리오처럼

평범에서 벗어난 일상을 꿈꾸곤 한다.



나 역시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겪기 힘든 부자연스러운 시기를 겪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조금 특별한 시간을 겪었던 것이라고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지나쳐버렸던 추억들이 다시금 떠오를 때가 있다.







때는 이제 막 여름이 찾아오려고 하는 2003년 5월 어느 날이었다.

나에게는 선영（가명）이라고 하는 짝사랑이 있었는데

그녀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서 한참동안 고민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워낙 쿨한 성격이라 나의 고백을 거절하고 난 뒤에도

나를 멀리하지않고 오히려 친구로서 더욱 자주 만나주고 더 가까이 있어주었고,

난 그런 그녀가 고마웠지만 사실 나로하여금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게끔 만드는

이러한 그녀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잔인하다고도 생각했다.







어느날 평소에 잘 울리지도 않던 내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댔고

발신자란을 쳐다보니

'유선영'

이라고 찍혀있었다.



천상 : 얘는 맨날 전화하네...



선영이는 하루에 두세번씩은 꼭 나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

보통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하루에 두세번씩 빼먹지 않고 전화를 하진 않는다.

게다가 그 두 사람이 동성이 아닌 이성지간이라고 한다면

그 두 사람의 관계는 친구 이상일 확률이 높다고 봐야하지 않은가?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러한 선영이의 행동은

충분히 내가 다시한번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고문임에 틀림없었다.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이루어지기 힘든 하나의 꿈을 심어주고나서

그것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게 자꾸 희망을 주게되면

그 사람은 그 꿈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희망고문이라고 부른다.



'선영이가 나에게 이런식으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선영이도 날 싫어하는것 같지는 않은데.. 왜 내 고백을 거절했을까?

나의 마음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그런것일까? 한번더 고백을 해보면 가능성이 있을까?'



난 매정하게 날 멀리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선영이의 마음에

저러한 희망고문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러한 그녀의 다정다감한 행동이 싫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왜이렇게 나에게 가깝게 대해주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만한 용기도 없었다.

바보같이 난 그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난처한 입장에서

아무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난 바보같이 그날도 선영이의 전화를 매우 반갑게 받았다-_-;



천상 : 여보세요?

선영 : 천상아,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천상 : 나야 뭐.. 늘 한가하지. 근데 왜?

선영 : 시간나면 공부좀 하라고.

천상 : -_- 너또 할말없는데 그냥 심심해서 전화한거지?

선영 : 아니, 나 너한테 할말있어.



아니.. 할말이 있다고?

혹시 그녀의 마음을 나에게 말해주려고 하는것이 아닐까?

난 바보같은 생각을 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말에 되물었다.



천상 : 할말이.. 뭐..뭔데?

선영 : 나 아까 밥먹다가 혀깨물어떠.. 호 해줘~ 아파죽겠단말이야.. 빨리 호~

천상 : 아...

-_-;



선영이의 정신세계는 조금 독특했다.

과묵하고 어두침침한 내 성격과는 달리 그녀는 항상 밝았고 애교있고 발랄했다.

내눈에 그녀는 상당한 미인이었지만, 어쩌면 난 그녀의 외모보다는

이러한 성격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천상 : 시간 늦었는데 밥은 먹었어?

선영 : 야!!

천상 : 어.. 갑자기 왜 소리를..

선영 : 말 돌리지 말고 빨리 호 해달라니깐!! 너 맞을래?

천상 : 나 지금 가족들이랑 밥먹는데

선영 : 그래서 못해주겠다 이거야? 얼마전에 나 좋다고 할땐 언제고... 애정이 식었어..

천상 : 아..아니 그게 아니라-_-;;

선영 : 잉잉.. 나 슬퍼. 천상이한테 버림받았어.

천상 : 호.. 됐지?

선영 : 잘 안들려

천상 : 호~!!



아버지 : 너 전화기에 대고 뭐하냐?

천상 : 아, 핸드폰에 먼지가 들어갔는지 잘 안들려서 바람불고 있어요.. 훅훅~

선영 : 뭐야, 옆에 아버님있어?

천상 : 어.. 밥먹는다 그랬잖아

선영 : 아버님 안녕하세요!!!

천상 : -_-



어찌나 크고 쩌렁쩌렁하게 말하는지

수화기너머로 앙칼진 선영이의 목소리가 집안내에 울려퍼졌다. -_-



어머니 : 이게 왠 여자목소리야? 너 여자랑 통화하니?

천상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여동생 : 아버님이라고 하는거보니까 애인인가본데?

천상 : 애인이라니.. 하하.. 얘가 내 애인이면 소원이 없겠다. 응? 아.. 이게 아니고-_-;



하여간 날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이

선영이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고, 그 장난을 받아주면서 어찌할바를 모르면서도

난 그저 그녀와 이렇게 즐겁게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았다.



선영 : 근데 너 아까부터 누구한테 그렇게 장황하게 말하는거야?

천상 : 아.. 독자들한테-_-; 부연설명 좀..

선영 : -_-;

선영 : 그건 그렇고, 사실 오늘 저녁에 시간좀 되냐고 물어볼라고 전화했어

천상 : 그건 아까 물어봤잖아. -_-.. 시간나면 공부하라며

선영 : 오늘 술이나 한잔 할까?

천상 : 나 공부해야되서 좀 바쁜데..

선영 : 아.. 그럼 뭐 다른사람이랑 마셔야..

천상 : 신촌역 1번출구에서 보자 마이 러블리 달링



-_-






평소에도 선영이와는 자주 술자리를 갖는 편이었다.

둘다 술마시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고, 주량도 서로 비슷해서 같이 술마시기엔 딱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때는 둘다 주량이 소주 2병이었다.

저때 난 여자들이 술먹는 것을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선영이가 술먹는걸 보고

다른 여자들 평균주량도 소주 2병은 되는 줄 알았다.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여자가 주량이 저정도면 꽤 센거다.

왜냐면 나랑은 술을 마셔도 매우 급하게 마셨으니깐.



우리는 '5분주'라는 말도 안되는 규칙을 만들어놓고 5분에 소주 한잔씩을 마셨다.

저 규칙대로 마시게되면 둘이서 소주 4병을 마시는데 한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게된다.

이렇게 초반에 급하게 달리고, 서로 반쯤 정신이 나간상태에서 서너시간동안 취중토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런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질 것을 예상하고

약속된 시간에 신촌역 1번출구로 나갔다.



이날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우산을 쓰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10분정도를 기다리고 있으니 뒤에서 누군가가 내 등을 콕콕 찔렀다.

반사적으로 뒤를 획 돌아보니 그곳에는

파란색 우비를 입고 애처롭게 비를 맞고 있는 선영이가 서있었다.

-_-;



선영이는 비가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는 대신

우비를 입는 것을 좋아했다.



천상 : 너 우산 없냐? 왜 맨날 비오면 우산안쓰고 우비입고 다녀?

선영 : 내맘이지롱~ ㅋㅋ

천상 : 역시 너의 정신세계는 아스트랄해..

선영 : 일단 술집으로 들어가자. 오늘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어.

천상 : 아.. 그래? 난 너랑 둘이 마시는 건줄 알았는데

선영 : 맨날 둘이서만 마시면 심심하잖아. 그래서 술 페밀리에 한명 추가하려고~

천상 : 무슨 페밀리 씩이나... 난 둘이서 먹는게 좋은데..

선영 : 자꾸 고집부리면 나 여기서 오줌싼다

천상 : 싸라. 길에서 오줌싸면 너만 쪽팔리지.





선영이는 정말로 지퍼를 내리고 바지를 엉덩이까지 신속하게 내렸다.

아.. 이런 정말 알 수 없는 여자같으니-_-;





천상 : 스톱!! 알았어-_-; 어울려서 놀면 좋지 뭐..

선영 : 흐흐.. 역시 난 니가 좋아할 줄 알았다니깐^^



난 우리 둘 사이에 제 3자가 끼어드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안그래도 애매모호한 관계를 없애기 위해 둘이서 많이 대화하고 노력해서

그녀의 마음을 돌려놔도 다시 사귈수 있을지 모르는 판에

둘 사이 대화에 누군가가 끼어든다면 둘만의 은밀한 대화는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천상 : 아무래도 난 좀 안내키는데-_-;

선영 : 죽을래? 어? 저기 온다!! 이쪽이야~



180은 되보이는 훤칠한 키와 건장한 체격에 핸섬한 얼굴을 가진 훈남스타일의 남자가

반가운 얼굴로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할.. 하필이면 저렇게 멋진 남자가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게 될건 뭐람.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나만 더 초라해 보이겠군...'

한숨을 푹 쉬며 자포자기한 얼굴로 그 남자를 향해 인사를 했다.



천상 : 안녕하세요. 천상입니다. 평소에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선영 : 너 뭐하냐? 누구한테 인사하는거야?

천상 : 응?



고개를 돌려 선영이를 바라보니

그곳에는 선영이와 어떤 여성분이 나를 보고 서있었다.



천상 :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람이 이 여자분이야?

선영 : 응. 내가 아는 언닌데 같이 보면 좋을거같아서

천상 : 아.. 그렇구나-_-;



다행히도 둘 사이에 끼어들게 된 사람이 남자는 아니었다.



천상 : 아.. 안녕하세요.. 성함이..?

선경 : 선경이라고해요. 이선경이요^^;

천상 : 하하.. 반갑습니다.

선경 : 저두요^^;

천상 : ............

선경 : ............

천상 : ............

선경 : ............






둘다 말이 없는 편이었는지 선경씨와 나 사이에는 어색함이 흘렀다.



천상 :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전 20살이구요^^; 앞으로 편하게 지내면 좋겠네요

선경 : 아, 제 나이를 말씀 안드렸구나.. 전 27살이에요;

천상 : 아하하.. 별로 나이차이 안나는데 우리 서로 야자 트죠 ㅋㅋ 어때 선경아?



물론 저런 몰상식한 말은 하지 않았다. -_-;




내 얼굴이 나이보다 좀 들어보이는 얼굴이라 그런지

선경씨와 나는 외모로만 보았을 때

그다지 나이차가 나 보이지 않았고, 이점이 선경씨와 나의

어색한 관계를 조금은 무마시켜주는 역할을 하였다.



초면에 어색한 인사를 나눈뒤,

우리는 좀더 많은 얘기를 하게 되었고,

선경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2편에 계속 됩니다.

그다지 긴 연재글이 될거같진 않습니다만,

매일 저녁 9시에 한편씩 올리겠습니다.



예전처럼 하드코어스러운 개그가 나오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러우실지 모르시겠지만

저도 가끔은 이런글이 쓰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내일 저녁 9시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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