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었다.. 나름대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아무리 완벽해도 2% 아쉽다. 가끔은 많이 아쉽기도 하다. （ex:빅 아이즈）

연평해전이 그랬다. 가장 뜬금없는 건 역시 대사였다.

뭐 실제로 한 하사님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난 배를 살릴게.. 넌 사람을 살려.."

이런 대사를 했다고 생각이 되지는 않는다.

한 하사님 목소리가 지나치게 멋있어서 다행이었지 나같은 애가 저런 대사를 날렸다면 대참사다.

"약이 사람 살리는거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거다."

크으-!

아무튼 지나치게 오글거리는 대사.. 더 멋있고 간결한 대사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나마 '내가 다 데려다 줄거야.'는 들을만 했다.

물론 키에 손을 묶고 '피만 좀 멎게 해주고 가' 하는 장면에서 나도 감동받았고 눈물을 흘리기는 했다.

하지만 역시 뭔가 아쉬웠다.


인상깊었던 장면은 대원들이 배 위에 줄맞춰 서 있을 때

저건 군대가 아니라 예술이잖아.. 하는 생각이 스쳤다.

정말 멋있었다.

또, 상처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장면 또한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총에 엄지 손가락이 날아갔을 때, 엄청 덤덤하게

"난 괜찮으니까, 정장님한테 가 봐."

하는 장면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스토리 자체는 박씨전도 아니고 있었던 일에서 크게 변화시킬 수 없으니 그렇다 치고,

그 당시에（아마 지금도 비슷하겠지만?） 배에 의무실도 없고 구급함 하나밖에 없는 군대의 열악한 상황과 엉성한 대처를 제대로 꼬집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관객의 입장에선 별 생각 없었다.


캐릭터의 문제는 조금 심각했다.

개성이 없었다.

너무 똑같이 생김..

금반지나 목걸이, 철모에 의무병 하고 적혀있는 걸 보고 구분해 냈다. 이런 특징을 준 건 잘한 것 같다.

실제 군인이 생긴게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쟤 누구지? 쟤 아까 안 죽었나?' 하는 헷갈림이 몰입을 방해했다.

이런 점까지 고증을 살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팔뚝에 뭔가 묶어놓는다던가 하는 작은 특징으로 구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 한 가지 더 아쉬웠던 점이 주인공 의무병이 너무 여렸다는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역시 한 하사님이다. 목소리가 정말 잘 어울리고 무겁고 멋있다.

그에 비해 주인공의 목소리는 변성기도 지나지 않은 듯한 얇은 목소리여서 '쟤 군인 맞아?'하는 생각이 들어 몰입을 조금 방해했다.

한 하사님과 주인공이 의형제처럼 나올 때에는 목소리가 어린 편이 더 그럴듯하고 금방 납득되기는 했다.

전체적으로 볼만 했고, 집중해서 본다면 감동받을 것이다. 아닐수도 있다.

억지 로맨스를 끼워넣지 않은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은데, 사실 굳이 여자 대위를 출현시켜야 했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여자 대위가 나오지 않았다면 작중 여자가 정주리씨밖에 안 나왔을 테니 어찌 보면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여자를 썼을까 하는 의문일 뿐이지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

있는 사실만을 풀어내고 대사를 조금만 더 멋있게 써도 충분히 멋진 영화가 됐을 거라 생각하는데, 지나치게 오글거리는 장면은 억지감성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정말 감성적인 사람이라 조금만 슬퍼도 엉엉 우는 편인데 침상에서 경례하는 장면은 이거 너무 억지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뜬금없이 죽어버린 것도 문제다.

실제로 그 병사는 중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내에서는 위기를 넘기고 곧잘 일상으로 돌아갈 것 처럼 보인다.

우리가 실제 그 병사가 중상이었는지까지 확인하고 영화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니듯, 영화 내에서 주인공이 '죽을 만큼' 심각한 부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멀쩡한 주인공이 동료의 죽음에 기력이 없어 죽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러 면에서, 다른 것은 다 제치더라도 지나치게 오글거리는 대사와 억지감성은 보기 껄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재미있었고, 볼 만은 했다.

네이버 평점 9.24는 거품이 조금 낀 것 같고, 나는 9점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다.



2015년 7월 15일 오후 1시 5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