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벽, 이와세 료, 임형국 님이 출연하고
장건재 감독님이 연출한 ‘한여름의 판타지아’ 라이브톡을 보고 왔습니다.

한국영화 라이브톡을 작년에 '자유의 언덕'으로 보긴 했지만
그때는 배우분들과 감독님이 영화제 참여로 인해
출연을 하시지 않았었는데 이번 영화의 라이브톡은
장건재 감독님과 김새벽님이 출연을 해주셔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 인터뷰 했던 내용들과 중간중간 동진님이 보고 느꼈던 생각을
같이 적는 방식으로 풀어나가겠습니다.

우선 제가 보고 느낀 것을 먼저 적어보자면
마음이 깨끗하고 정화되는 기분이 드는 한편
어떤 한 편으로는 판타지적인 면도 있어서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뒤에 영화가 만들어진 과정을 이야기 하겠지만
저는 이 작품이 기획 작품이라는 것과
정말 우연적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봤습니다.
창작 과정이 정말 흥미로운데
마치, 홍상수 감독님 영화처럼 즉흥적인 면과 우연이라는 결과물이
이렇게까지 신비롭게 만들어 질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는 자리였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세 분이 이야기 했던 내용을 최대한 기억해가며 적어보겠습니다.
당연하게도 스포성 글이 포함되어 있어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한국과 일본이 합작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라이브톡 때 정확하게 이야기 하진 않았지만
일본의 '나라국제영화제'에서 나라현 고조시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청탁을 받았는데,
'고조'라는 동네에 여름 때 마다 하는 불꽃놀이 행사가 있어
불꽃놀이 장면도 반드시 들어가 줘야 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본 '고조시'에서 촬영을 해야 하고
'불꽃놀이 장면'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며
제작은 한.일 같이 하였지만
（아마 이 작품의 총 제작총괄을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맡은 것 같습니다.）
촬영감독과 조연출 등 스태프도 일본사람들과 해야하는
제한적 상황이 많이 있었습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장건재 감독에게 연출을 부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과 여건으로 만들어졌는데
심지어, 시나리오도 다 완성이 안 된 상태에서 일본으로 갔다고 하더군요.
'고조'라는 동네에 꼭 여름에 찍어야 하고
'불꽃놀이' 행사도 날짜가 정해져 있어
그 기간에 가서 촬영해야하는 조건 속에서 해야 하니
처음에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어느 정도 틀은 잡혀 있었다고 했습니다.）





영화는 '챕터 1'과 '챕터 2'로 나뉘어 진행이 됩니다.
'챕터 1'의 부제가 '첫사랑, 요시코'로
영화감독 '태훈'이 고조시를 돌아다니며
영화에 대한 소재와 구성을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실제 장건재 감독과도 많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영화 제작과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긴 하였지만
전작 '회오리 바람'에 나왔던 주인공 이름이
'태훈'이었다는 점과 이 영화에서의 감독 이름이 '태훈'이라는 것에서
본인 스스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작품에 투영 시켰구나 라는 느낌이 어느 정도는 들었는데
감독님께서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만들기 위해
실제 3박 4일 동안 현장답사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훌륭합니다.
챕터 1은 흑백을 넣으시고 중간중간 다큐멘터리 적인 형식으로 하셨다는 점에서
오래된 동네 '고조'와
무덤이 있는 곳을 찾아가 그곳의 설명을 듣고 느낌을 말하는 장면,
그리고 젊은 사람은 도시로 다 떠나고
노인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는 측면과 다큐멘터리적인 형식이 어우러져
흑백을 사용한 미학적인 부분이 충분히 설득이 높아 보이고
그 촬영방식이 저 또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챕터 2'를 이야기 할 때도 적겠지만
'챕터 1'에서 중요한 인물이 고조시 주민인 '겐지',
시 공무원인 '유스케' 그리고 겐지라는 사람의 첫사랑이자
챕터 1의 부제 주인공이기도 한 ‘요시코’입니다.

챕터 1에서 고조시를 안내해주는 공무원인 '유스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미정'과 '태훈'에게
자신이 예전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실제로 연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 후에 '겐지'라는 인물 본인이 오스카에서 일 할 때
자주가는 술집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일하던 한국여자 알바생이
본인 첫사랑과 너무나도 닮았다고 이야기 해줍니다.

후에 폐교에 들어가 주변을 보던 중 벽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고
특이하게 누군가를 가리키는 아이를 재미있게 보는데
'겐지'가 본인이라고 말을 합니다.
누굴 보고 있는거냐고 물으니 자기 첫사랑이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태훈'은 꿈에 자신을 겐지라고 부르며
실로폰을 치자며 여자아이가 얘기하자 '태훈'은 '요시코?'라 말합니다.


위의 이야기가 사실 '챕터 1'의 흘러가는 이야기이고
'태훈'이 들은 이야기이지만 '챕터 2'와 묘하게 연계가 된다는 점에서
아마도 '태훈'은 고조시를 답사했던 기간동안 있었던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영화의 소재로 써 '챕터 2'와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챕터 1'에서 영화의 소재를 얻어
'챕터 2'의 극영화로 만들었다는 가정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은 극중 '태훈'만이 아니라
실제 장건재 감독의 촬영과 창작이 영화에 그대로 투영된 거라고 보여집니다.





'챕터 2'의 부제인 '벚꽃우물'에서는
기본적인 정서와 토대만 잡혀 있는 채 대사와 상황은 아무것도 없이
그때 그때의 연기에서 나오는 정서와 배우들간의 대화로 만들어졌다고 언급을 하셨습니다.
（'챕터 2'의 설정들이 위에서 말한 이야기들의 종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챕터 1'에서의 인물인 '유스케'라는 젊은 인물을
그대로 가져와 고조에 여행을 오게된 '혜정’이라는 한국여성과
벌어지는 짧지만 아름답고 영롱하기까지 한 이야기를 신비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겐지'라는 캐릭터는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1부에 나온 폐교를 똑같이 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유스케'가 사진을 보고 자신의 아버지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 동진님이 참 감명깊고
감동적으로 보았다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그 이유는 1부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이루지 못한 '겐지'가
2부에서 아들로 유추되는 '유스케'를 넣어
한국여자와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혜정'과 집어넣어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둘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폐교에서 '겐지'와 같이 치지 못한
실로폰을 '혜정’과 같이 치는 것과 오버랩 되면서 말이죠.）


더 흥미로운 부분은 1부에서의 내용인 '첫사랑, 요시코'는
다큐멘터리적인 형식으로 논픽션처럼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시나리오와 설정이 다 짜여져 있는 극화라는 것이고,

2부에서의 '벚꽃우물'은 외형적으로는 극화로 보이지만
촬영한 방식을 보게되면 즉흥적이고 다큐멘터리처럼 상황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는 점에서도
역설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고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동진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배우들 연기를 조금 적어보면
김새벽씨 연기도 인상적으로 잘 해주셨는데
1부와 2부가 연기한 방법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원래는 2부에서 연기한 '혜정'이라는 인물이
다른 배우로 하려고 했었는데 김새벽 씨가 계속 했다고 하더군요.
누가 하기로 했었냐는 관객들 질문에는 따로 정하지 않았었다고 말했습니다.）

1부가 딱딱하면서도 안내자와도 같은
직업적이면서 사무적인 투 였다면
2부는 굉장히 여성적이고 어찌할 줄 모르는
감정적인 역할을 해주셨는데
동진님 말을 빌리자면 이와세 료와 김새벽씨가
초식남, 초식녀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촬영 방식이 배우로서는 쉽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작품 전체의 뉘앙스가 달려있기도 하기에 연기를 포함해
다른 상당부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잘 소화해주신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일본어를 조금 하실 줄 알아서 이 영화에 캐스팅이 되셨다고 했습니다.
（감독님이 작품을 위해 일본어가 가능한 배우를 알아보셨다는 이야기에서
가수 보아 씨도 농담삼아 언급을 해 중간에 웃음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부분이 2부 종반부 즈음
'혜정'과 '유스케'가 헤어지는 장면에서
원래는 손바닥에 번호를 적는 것이었지만
보들보들한 팔 위에다 쓰셔서
농담으로 장난 아니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이 장면이 성적으로도 가장 긴장감 있는 장면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키스씬과 포옹씬이 이어지셨다고 동진님이 이야기 했습니다.


키스씬 찍을 때 김새벽님은 모르고 찍었다 하셨더라구요.
이와세 료 배우와 감독님만 알고 스탭들 까지 몰랐다고 하던데
그 장면 끝나고 많이 당황하셨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의외의 상황에서 배우가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미묘한 감정을 잡아내기 위해 하셨다고 했는데 하고나서
새벽님한테 욕 바가지로 얻어먹었다고 말하더라구요.

왜냐하면, 배우들에게 연기적 측면에서 자존심이 있는데
'혹시 그런 감정을 자신이 잡지 못한다고 생각하나'라는 부분과
연기를 할 때에 어떤 장면이 본인에게 납득이 가지 않으면
연기를 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한 즉흥적인 상황을 만들어 순간 너무 당황해서
극 장면의 '유스케'와 헤어지고 숙소로 들어가는 씬에
'컷!'을 외치자마자 주저앉았다고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장면이 감정적인 정서상 납득이 된다고 하셨지만
그 순간은 많이 당혹스러웠다는 후문을 남기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출과정에서의 부분을 포함해
제 느낌을 조금씩만 적고 마치겠습니다.


한국영화와는 달리 일본과 미국의 제작 시스템은
딱딱 맞게 체계적인 부분이 많은데
2부와 같은 즉흥적인 촬영방식을 일본 스탭 들이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감독과 배우가 촬영현장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이야기 하는 것도 이해를 못한다고 하더군요.

아닌게 아니라 한국에서의 영화 촬영 방식은
감독님들 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일본이나 미국의 방식처럼
고수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2부의 시나리오가 전혀 완성되지 않은 점과
그러한 면 때문에 배우들과의 대화를 계속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촬영이 창작에 반영이 된다는 점을
스탭들에게 납득을 시켰다고 했습니다.
（어떠한 면에서 프랑스와 같은 유럽 쪽은
아마 우리나라와 같은 즉흥적이거나 우연적인 촬영상황이
많이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영화운동인 바로 '누벨바그'가 있기도 하죠.

다르게 생각하면 공무원처럼 주5일과 자본에 똑 부러지게 맞춰서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같은 나라에서
해마다 훌륭한 영화들이 나오는 것 도 정말 대단하죠.）


그리고, 영화가 나오는 순서 그대로 촬영을 했지만
엔딩에 나오는 불꽃놀이 장면들은 3회차에 따로 찍었다더군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고조시에서 하는 불꽃놀이 행사는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고 불꽃놀이도 딱 20분 밖에 하지 않아
그날 찍지 않으면 못 찍는다고 하더라구요.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점은
2부의 시나리오도 완성되지 않고 엔딩의 불꽃놀이 장면을 찍었는데
2부와 엔딩 사이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정서적으로도
잘 맞게 만들었을까 하는 신기함도 듭니다.

관객분들 질문에서도 엔딩장면을 미리 찍을 때
어떤 감정으로 찍으셨냐는 물음에
정확하게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기 때문에
막연하지는 않지만 불꽃놀이가 터졌을 때
나오는 빛과 사라지는 광경들을 보고
순간의 감정으로 연기 하셨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면들에서 정말 우연성과 즉흥성이 보여주는
예술에서의 기막힌 결과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내용들 이었는데
스크린으로 보고 있는 관객들은 편하게 보고 있지만,
실상 현장에서 만들었을 창작자와 배우들을 상상하면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그 결과물이 놀랍고도 아름답게 나왔다는 면에서
감독님은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고,
감상하는 저희들은 편하게 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공유해 생산하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 같다는
감독님의 입장을 대변해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이것저것 많이 적긴 했는데
지금 기억이 안 나거나 빠트린 내용,
혹은 들은 내용 중 잘못전달 된 것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전작들이 사실 그렇게 까지 뛰어나지는 않아서
올 상반기 봤던 박정범 감독의 '산다' 만큼
좋을지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었는데
보고나면 신비롭고 아름다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고
고조시 풍경만큼이나 평화로워 지기도 합니다.

상반기 한국영화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이기도 해서
독립영화로 상영관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도 합니다.
（추천드립니다~
저는 한 번 더 볼까 생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