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파스 같이
육중한 무게가
철썩철썩

갈매기가 난다.
희거든 높지 마라
날아가거든 낮지 마라.

배 한 켠에 우두커니
구명조끼 입은 낚시꾼이
헛손질을 한다.

얻은 수확은 없다.
시든 국화를 따서 먹는다.
찢어진 연잎 모아다가 옷 짓는다.

입질 없던 낚싯대 위로
갈매기 발이 실에 끼였다.
흰 것이 파도를 따라 거품을 부린다.

물이 흐리면 발을 씻고
물이 맑으면
아무 것도 없는 낚싯대를 씻는다.

너울너울 춤추는 갈매기
이번엔 물고기를 잡아
낚시꾼에게 던진다.

구명조끼에 소금물이 묻었다.
물고기는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바다에 흰 거품이 솟는다.

하늘보다 짙은 푸름에
흰 별이 하늘을 누비며
이곳저곳을 흰 거품처럼 헤엄친다.

낚시꾼은 미끼가 없었다.
잡을 마음이야 있었지만
잡을 생각도 없어서였다.

크레파스 같이
육중한 무게가
철썩철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