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바밤바!

밤 밤맛나는!

바 바로 이곳이다. 나는 명백히 장담할 수 있었다.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바로 거리의 끄트머리라는 것과, 멋진 야경이 펼쳐질 자리라는 것을.
그것은 공간보다는 시간의 여부를 따르지 않을까? 그 의문은 지속되지 못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다 태워버릴 듯 했던 적광은 늙어버렸고, 그 탓에 볼 부풀리고 기세등등한 밤꼬맹이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광경이 시작되었으니까.
차다. 굽창 밑 대리석이 차게 느껴졌고, 한적한 빌라 현관에 서 있는 나도 흥분감에 가득 찼다.
일평생 굽이칠 줄 밖에 모르던 산의 능선도 풀이 죽은 채 고요했다. 나는 구두의 앞을 톡톡 두드리며 저린 발을 풀어냈다.

밤에 젖은 채 여전히 더위는 건재해 있다. 은근한 온열은 내게서 수분을 앗아갔으며 날벌레들을 들끓게 했다.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위저어 벌레를 몰아내려 했지만 헛된 몸짓이었다. 신경쓰고 있지 않으면 서로 인식하지조차 못할 크기의 차이는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마저 가로막고 있었다.

초점을 벌레 떼 너머로 집중하면 감색 하늘과 노란색 구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입술을 모아 후 불어봐도 구름은 미동도 없다.
간질거리는 벌레와 사람의 격차보다 우수수 떨어뜨리는 것만을 그대로 얻어맞을 수밖엔 없는, 사람과 하늘의 격차가 더 큰 것인가. 이건 장담할 수 없었다.
한껏 머리를 털고, 싸매고, 땀을 쓸어닦아도 다짐과 좌절이라 이름 지어진 기억들이 발광하기 시작하니, 사람과 사람의 격차보다 더 큰 것을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매일 새벽, 수많은 다짐을 새기며 잠에 들었고, 계획을 실행해 줄 낮은,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저으며 내게 빈 손을 건넨다. 언제 하나 주지 않은 적이 없다.

산을 몇 개나 쌓아올린 격차인데도 아래를 향한 일방적인 영향은 가능하다. 비나, 우박, 오물이 그것이 되겠지.
하지만 격차가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사람, 자기 자신임에도 무엇 하나 바뀌질 않는다.
보이지 않음은 그 막대함을 순화해, 위장해 놓은 배려인 것이다.
벌레가 휩쓸려 입 안으로 빨려들어가지 않을 만큼만 심호흡을 했다.

하늘은 검었다. 칠흑의 하늘은 모든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이따금씩 점멸하는 미련까지도.
날벌레는 여전히 내 주위를 맴돌았다. 땀에 이끌린 터라고 추측해 보았다.
그렇지만 자리를 옮길 생각은 없다. 여기, 이 자리가 밤하늘을 관찰하기 아주 좋은 목이었으니까. 두 번도 장담할 수 있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나체의 밤이 다가오라며 추파를 뿌려댔다. 됐습니다. 추호도 없어요. 어느새 벌레들도 물러갔다.
가슴팍 높이까지 오는 난간이 있는 현관에서는 새하얀 광원이 들어왔다.
이런, 다시 몰려들겠어.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려던 계획을잠시 흐트러트리고, 한 바퀴 몸을 돌았다.

팔 벌려 맞이한 밤의 풍미, 멋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사내이지만, 맛은 안다.
밤의 맛, 밤맛이 평생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정경 속에 나를 뛰놀게 한다.
허나 멋이고 맛이고, 이젠 집에 들어갈 때다.
시무록하게 '다녀왔습니다.' 하는 것보다는 억지 웃음이라도 '다녀왔습니다.' 하는 것이 백배는 낫겠지. 사람과 하늘의 격차만큼.
그렇게 하기 몇 초 전까지 밤하늘을 보며 싱긋 웃었다.
'봐, 밤을 봐. 멋진 밤하늘이야. 나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밤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