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총수 정은에게 말한다.

대체로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한 일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고 하는 것이요,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 아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 있는 자는 시기에 순응하는 것으로 성공하게 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르는 것으로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백 년 생명에서는 죽고 사는 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만사는 모두 마음이 주장된 것이고 보면, 옳고 그른 것은 가히 분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천사（天師）를 거느려 정벌이 있다하나, 치어다가 박는 싸움은 없을지니, 곧 군정（軍政）, 다시 말해 은덕（恩德）을 앞세우고 베어 죽이는 것을 뒤에 하는 것을 이름을 밝힘이라

우리는 앞으로 평양을 얻고, 큰 신의（信義）를 펴려고 하여, 공경스럽게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서 간사한 꾀를 부수려 한다.

또한 네 할아비는 본래 먼 시골의 백성으로서, 갑자기 사나운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時勢）를 타고 감히 강상（綱常）을 어지럽혔다.

하여 할아비는 불측한 마음을 품고 높은 자리를 노려보아, 도성（都城）을 침략하고 땅을 더럽혀서. 이미 그 죄가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에 이르렀으니, 반드시 멸망한다는 것을 죽는 것보다 더 잘 알겠다.

아아! 요순시대로부터 내려오면서 묘（苗）와 호（扈） 따위가 복종하지 않았으니, 양심 없는 악의와 불의불충（不義不忠）한 너같이 구는 무리들 하는 짓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느냐.

옛적에는 일본과 청이 조선을 엿보았고, 또한 가까운 때에는 고령 박씨 둘이 대한민국을 개 짖듯이 시끄럽게 했다. 그자들은 모두 손에 강성한 병권（兵權）을 잡았고, 또는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었다. 한 번 호령이 떨어지면 천둥이나 번개가 달리듯 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마치 안개나 연기처럼 캄캄하게 막히게 한다. 그러나 오히려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필경에는 더러운 종자들로 인해 굴욕 받았다. 햇빛（日）이 활짝 펴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느냐. 이는 하늘에 날（日）이 높이 베풀어져서, 반드시 흉한 무리들을 없애고 마는 까닭이다.

하물며 너는 백두혈통이란 천한 태생으로 태어났고, 독재자라고 할아비부터 일어나서 불을 마구 지르리라 말을 하며 여인들을 겁탈하는 것을 좋은 꾀라고 여겼으며, 살상（殺傷）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고, 속죄될만한 조그만 착한 일도 없었으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살아있는 모든 이가 너를 죽이려 할 뿐만 아니라, 숱한 귀신들도 소리 소문도 없이 베어 죽이려 의논할 것이다. 비록 잠깐 동안은 숨이 붙어 있으나, 이미 정신이 죽었고, 넋이 빠졌으리라.

대체로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기 자신을 앎이 첫 번째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모름지기 살펴 듣도록 하라. 한때 소련이 덕이 깊어 더러운 것도 참아주고, 은혜가 중하여 결점을 따지지 않고, 네 할아비를 장령（壯領）으로 임명하고, 병권（兵權） 또한 주었다.

한데 네 할아비부터는 오히려 짐새 같은 독한 마음을 품고, 올빼미 소리를 거두지 않고서, 움직이면 대한민국을 물어뜯고, 하는 짓이 마치 개가 주인 짖듯이 하여, 필경에는 몸이 네 백성이 바라던 덕화（德化）를 등진 죄로 군사가 지하벙커에까지 몰려들어, 조선로동당과 국무위원회 인사들은 위태로운 길로 달아나고 네 국민들 만세소리는 먼 지방으로까지 퍼지게 되리라.

너는 일찍 덕의（德義）에 돌아올 줄을 알지 못하고, 다만 완악하고 흉악한 짓만 늘어간다. 이에 UN은 네 핵을 포기하면 용서하겠다는 은혜가 있었는데, 너는 권력 때문에 UN을 저버린 죄를 지었다. 그러나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망하게 될 것이니, 어찌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하물며 핵을 핑계로 대한민국과 협상을 물어볼 것이 아니요, 서울 청와대가 어찌 너 같은 자가 머무를 곳이겠느냐! 네 생각은 마침내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했느냐. 도덕경（道德經）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에 가지 못하는 것이요, 소낙비는 해종일 내려도 하여도 채우지 못한다.” 했으니, 하늘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느냐? 또 듣지 못했느냐. 춘추（春秋）에 이르기를, “하늘이 잠시 악한 자를 도와주는 것은, 그가 복이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흉악함을 쌓게 하여 무서운 벌을 내리려 함이라.” 했다.

이제 너는 간사한 일도 감추고 사나운 것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화가 가득한데도, 위험한 것으로 스스로 편하게 여기고, 미혹（迷惑）하여 뉘우칠 줄 모르니, 옛 말씀에 이른바 제비가 장막 위에 집을 지어놓았다 하여 불이 장막을 태우고 있음에도 겁 없이 날아드는 것이나, 물고기가 솥 위에서 너울거려도 바로 삶아 대는 꼴을 보는 격이다.

이제 우리는 웅장한 병략（兵略）을 가지고 여러 군대를 모았으니, 날랜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용맹스런 군사들은 비가 쏟아지듯이 몰려들어, 높고 큰 깃발은 연평도 거센 바람을 에워싸고 군함은 서해 물결을 막아 끊어 놓았다.

고려 강감찬은 적을 부수는 데 날래었고, 조선 이순신은 뛰어난 기예가 신기에 이르렀으며,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외세（外勢）를 마구 쳐부쉈다.

맹렬한 불이 기러기털（鴻毛）을 태우는 것과 같고, 태산（泰山）을 높이 들어 참새알을 눌러 깨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겨울 강 물귀신들이 우리 군사를 맞는다. 서풍（西風）이 불어 숙살（肅殺）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이슬은 당당한 기운을 상쾌하게 한다. 파도도 일지 않고, 도로도 통해졌으니, 청해진에서 장보고가 뒤에서 호위하고, 황산벌에서 계백이 5,000결사대와 함께 나타나 앞장을 선다.

평양을 챙기는 것은 열흘이나 한 달이면 기필（期必）할 것이나 다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선량한 마지막 양심이 남아있는 탓이요, 법률로써 사형심판은 하되 집행하지 않는 은덕 때문이라. 한 나라에 사는 도적을 정복하는 자는 사사로운 분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요, 어두운 길에 헤매는 자를 일깨우는 데는 참으로 바른 말을 해주어야한다.

이제 내 한 장（章） 글로서 네 거꾸로 매달린 다급한 처지를 풀어보려 하는 것이니, 고집하지 말고 일이 어찌 돌아가는가를 잘 살펴 스스로 셈하여 허물을 고치도록 하라.

이는 덕으로써 보전하여 합방되는 것이니, 능히 가문을 이어 몸과 머리가 무지러짐을 면할 것이며, 공명을 높여 할아비로부터 얻은 멸시와 경멸은 덜어질 것이다.

한 도당（徒黨）이 곡학아세（曲學阿世）로서 일삼는 말만을 믿지 말고, 훗날이나마 속죄하고 있음을 후손에까지 제（除）하여 본받을 한 자세가 되어야할 것이다. 이는 집구석에서 노닥거리는 필부가 알아야할 바가 아니요, 실로 국무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마땅히 할 일이다.

일찍이 회보（回報）하여 의심할 것이 없느니라. 이러한 명령은 천자를 머리에 이고 있고, 믿음은 강물에 맹세하여 반드시 말이 한 번 떨어지면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니 공연히 원망만 깊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미처 남아 덤벼드는 도당（徒黨） 탓에 취한 잠을 깨지 못하고, 여전히 당랑거철（螳螂拒轍）을 고집한다면, 그 때에는 곰과 표범을 잡는 군사로 한번 휘몰아 없애버릴 것이니, 이렇게 되면 오합（烏合）하여 솔개같이 덤비던 무리들은 사방으로 찢겨질 것이다.

몸은 도끼에 기름을 바르게 될 것이요, 뼈는 군용차（軍用車） 밑에 가루가 되며, 네 이름 아래 2천 5백만 인질들은 너를 잡아다가 죽일 것이다. 동탁 배를 불태울 때처럼 뭇사람들이 배꼽이 빠질 정도로 비웃어도 어쩔 수 없다. 너는 모름지기 진퇴（進退）를 알고, 잘된 일인지 못된 일인지를 분별하라.

배반당하여 멸망함과 귀순하여 대접받아 사는 것이 어찌 같으랴? 다만 인덕（仁德）에 따른 일만 하라.

이리하면 그대는 장사（壯士）가 하는 일을 택하여 갑자기 항복할 것을 결정할 테니, 어리석은 사람처럼 생각해 돼지마냥 제 배만 불리지 마라.




（원문-격황소서（激黃巢書） 최치원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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