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의 말까지도 거짓인가?'



유반장은 고개를 저었다.



'어느 하나 믿을 건 없지...


의심나는 것부터 하나씩 생각해보자..'




박형사는 좌절하는 말투로 말했다.


"범인은 천재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야.


경찰이 어떻게 생각할지 전부 간파하고 가지고 놀고 있었어."



'가지고 놀았다? 맞아 그럴지도..


가만, 그런 천재가 우리가 박준석이 자살인것도 눈치 못챌꺼라 생각했던건가?'




"박형사 우리가 박준석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지?"




"그야.. 아무런 저항의 흔적도 없었고.. 목격자는 범인이 몽둥이로 누군가를 때렸다고 하고..


유반장님도 그러셨잖아요 타살이라고.."



유반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맞아.. 그랬었지.. 난 왜 그렇게 바보 같았을까..


신중했던 내가 왜.. 그 사실에 대해선 쉽게 단정짓고 넘어갔을까?"



박형사는 의문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되물었다.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범인은 말했잖아.. 천재라고.. 우리가 타살인걸 눈치챌 것을 알면서..


그러면서 자살로 꾸몄다는 건 말이 안돼잖아."



박형사는 수긍하며 대답했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차라리 그냥 죽이면 죽였지 굳이 목매달 필요가 없었죠.


우리가 저항 흔적이 없는 걸 보고 금방 눈치챌텐데..


사실 박준석이 호텔에 가서 갑자기 구하지도 못한 밧줄로 자살한다는게..


너무 터무니 없죠."



"그렇다면.. 범인은 우리가 눈치챌 것을 알면서도 꾸민거야.


아니,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눈치채기를 바랬을지도 모르지.."





유반장은 타서 재가 된 밧줄의 흔적을 보면서 중얼 거렸다.



"굳이.. 왜 굳이 매달려고 했을까.. 왜..."



순간, 유반장 눈에 하얀 실이 들어왔다.



"잠깐, 이거 뭐지?"



유반장이 실을 들어올리고 박형사는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글쎄요.. 실인데요.. 이상한점이라도 있나요? 분석해볼까요?"




잠시뒤, 박형사가 실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유반장님... 이거.. 피아노줄이랍니다."





'피아노... 피아노줄.. 피아노줄과 밧줄..



대체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난거지?'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유반장은 갑자기 실성한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하아.. 설마 그건 아니겠지?'



"박형사.. 만약에 말이야..


박준석이.. 타살도 아니고 자살도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거지?"




박형사가 한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반장님.. 정신 차리세요. 반장님까지 왜 그러십니까?"



"잘 생각해봐... 우리가 박준석이 죽은 것을 확인했나?"



"에이.. 반장님도.. 암만 확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죠.


그렇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죽지 않고 어떻게 배겨요?"



그러나 유반장은 넋이나간 듯 서있었다.



"사람이 목 매달려 죽는 원리가 뭐지?"



"그야.. 우리가 줄에 매달려 있고


중력을 받으니까.. 목이 죄이면서 죽는거죠. 그건 왜요?"




"만약 중력이 없다면.. 그 장치가 있다면!"




박형사는 주저앉으면서 토하듯 말을 이었다.


"그... 그... 피..아노..줄.."



"지체할 시간이 없어.. 당장 박준석을 찾아!"




달리는 차안에서..



유반장은 이제 모든 사건이 정리가 되었다.






박준석은 형 박준일을 죽인 뒤


유유히 사무실로 돌아와서 피묻은 옷을 금고에 넣고


경찰을 기다린다.


이윽고 경찰이 도착하고 자신은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물론 안믿지만 호기심 많은 유반장은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그쯤 강비서에게서 유반장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박준석이 이중인격이라는 주장을 담은 이 편지는 한국에서 보내진것


즉, 중국에서 입국한적 없는 강비서는 이 편지를 보낸적이 없다.


유반장은 그 편지에 나와있는 병원을 찾아가 박준석 친구 성철이를 만나서


이중인격이란 확답을 받아낸다.


하지만, 성철 역시 박준석의 속임수로 그를 이중인격으로 믿었을 뿐이다.




박준석은 강비서를 만나는 것처럼 속이고 공항으로 가는 척한다.


그것을 모르는 김형사는 몰래 유반장에게 연락을 하고 동행한다.


박준석은 자신이 준비해둔 호텔로 장소를 옮기고


김형사는 친구를 만나는데 불편하다는 박준석의 말을 믿고 수갑까지 풀어준채


호텔로 향한다.


호텔에 도착한 뒤 아무것도 모르는 김형사는 갑작스런 박준석의 공격에 기절하고


1204호에 갇히게 된다.


박준석은 그 뒤에 1304호로 가서 유반장과 박형사를 기다린다.


문자로 '1304'를 보낸 것은 박준석이다.


박준석은 목에 밧줄을 매달고 피아노줄로 자신이 공중에 뜨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중력이 없는 상태. 즉 더이상 목이 조여들지 않는다.


물론, 자기가 직접 한 것이기 때문에 저항한 흔적따윈 생기지 않는다.



이윽고 유반장과 박형사가 1304호에 도착하고..


목에 밧줄이 매달린 박준석을 발견하고 죽었다고 판단한다.


확실히 확인을 하기 전에 박준석은 재빨리 뒤에 손으로 '1204'라고 문자를 보낸다.


이건 자신의 대포폰으로 한 것이다.


놀란 유반장과 김형사가 1204호로 달려가고 박준석은 밧줄을 푼 뒤에


그들이 문을 부실 사이에 창문을 통해 1204호로 내려간다.


물론 내려가는 방법은 자신의 목을 감은 밧줄을 이용해서다.


그리고 기절해있는 김형사를 죽인 뒤에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혀까지 자르고


다시 1304호로 돌아와서 밧줄을 치운뒤


복도에 돌아다니는 사람 한명을 몽둥이로 기절시킨 후 1304호로 끌고 온다.


그리고 나서 불을 지른 뒤 유유히 사라진다.


그러므로 목격자의 증언과 일치한다.


'어떤 사람이 지나가던 사람을 몽둥이로 치더니 방 안으로 끌고 갔어요


그 뒤에 불이 났구요.'


목격자는 키가 183이라고 했으나 박준석도 184이기 때문에 거의 차이는 없다.


유반장과 김형사는 1204호로 내려간 뒤였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언급은 당연히 없다.


불에 탄 것은 박준석의 시체가 아니라 엉뚱한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유반장은 화를 참지 못하고 차 유리를 주먹으로 부셨다.



"빌어먹을... 강비서 명의로 되어있던 사무실도 박준석이 한 짓이었어..


으아악!!"





# 사건 당일 （과거）




언제쯤 알게 될까..



유반장 너가 진실을 알게 되는건 언제쯤일까?



"안내 말씀 드립니다. 미국행 2시 30분 비행기..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러고 보니 강비서가 입국하는건 3시라고 했던가?



이거.. 참...



안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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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순간이동을 하는 남자'를 봐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 유호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