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괜찮은 짱구 극장판이었다

어른제국이나 전국시대에 비하면 좀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부분만큼은 앞서 말한 두 극장판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개그센스도 후반의 누군진 몰라도 일본의 유명 탤런트도 이해를 못해서 그렇지 도대체 저게 뭔지 싶은 무지개 광선과 거대 부리부리 그리고 영화 초반의 그렌라간 패러디로 보이는 현대식 드릴 등등 여타 짱구 극장판과 마찬가지로 약빨았다는걸 알수있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말하자면 평소 가정에 짓눌려 살던 아버지들을 가부장적인 옛날의 그 아버지가 되자며 어느 평소에 움추리며 살던 공처가가 난리를 피우고 짱구네 가족들이 그걸 막아내는 그런 이야기다

의외로 난 언제나 축늘어진 아버지들이 조종당하고있는 짱구 아빠의 선동 부분이 참 재밌게 보았다.

마치 짓눌리고 짓눌려 마음에 상처받은 개인들이 어떻게든 마음의 안식을 찾기위해 하나의 거대한 세력을 만들고
과거에 영광（가부장적이던 시대）을 되찾자며 거리로 나오게된다.

이부분에서 평소 짱구에서 절대 볼수없을 그런 폭력적인 가장의 모습이 보이는게 충격적이게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20세기와 현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당시 사회적인 여러 문제로 상처받던 개인들이 민족이나 국가와 같은 거대한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과거의 영광을 미화하며
그 옛모습을 되찾자며 폭력을 행사하는 등
파시즘적인 모습들이 보였다. 이는 마치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사이비종교의 모습과도 같았다.


결국 자기들을 이끌던 조종당하던 신형만 로봇과 총재는 로봇이었다는걸 알고 자기들을 이끌던 지도자의 허상과 실체를 알게되고 실망하여 다시 뿔뿌리 흩어지는것과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논것이 큰 죄다 라며 여경이 모든일의 원흉을 체포할때 죄명을 드는데 이 장면들은 여러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 부분들은 역시 은근히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감상이다.

여차저차 일이 해결되고 신형만 로봇과 신형만 둘의 팔씨름은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준다.
앞서 신형만 로봇과 신형만 둘의 조우는 자신을 진짜라 하고 서로를 가짜라 하며 아빠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사실 짱구가 봐도 내가 봐도 둘은 짱구의 아빠가 맞다.
그러나 팔씨름으로 그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등
서로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건이 해결된후 갈등역시 해결되려 하는듯

거의 반파된 신형만 로봇과 신형만은 마지막으로 팔씨름을 하게된다.

다시 진짜 짱구의 아빠가 누군지 겨루기위해 혹은 로봇 신형만이 신형만을 믿고 가족을 맡길수 있는지 시험하려는듯 말이다.

결국은 로봇이 아닌 신형만이 팔씨름에서 이긴다.
그 과정역시 재밌는게
짱구와 봉미선은 로봇 신형만과 신형만 둘을 응원한다.
로봇이건 사람이건 둘다 아빠로 인정했다는것 이다.
신형만도 내가 진짜 짱구아빠다 라고 하는게 아닌

고장나서 시스템 종료되기 일보직전인 신형만 로봇의 짱구를 맡겨달라는 부탁에
"그래 알겠어, 나!" 라며 서로를 인정하지 않던 신형만 역시 신형만 로봇을 '나' 라며 짱구의 아빠로 인정한다.
무엇보다 짱구의 "로봇아빠도 아빠다." 라는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잘 크거라" "아까의 거대로봇 보다 더 크게 자랄거다"라며 하는 짱구와 로봇 신형만의 대화는
여느 부자의 대화나 다름이 없다.

초중반부의 강압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의 조종당하고 있던 로봇 신형만을 어떻게든
본래 모습인 친숙하고 자신을 사랑하던 되돌리려 했었고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로봇 신형만을 아빠로 인정하던 그 본다면
"어떤 형태와 모습을 띄고있든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마음을 가진 아빠야 말로 진짜 아빠다." 이게 극장판의 주제가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