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부터 따게에서 눈팅을 즐겨했습니다..
여러회원님들의 사연도 들어보고.. 공감도 해보고.. 제 옛 생각도 해보고...
많은 분들이 들르시는 따게는 아니지만, 몇몇분들이 좋은 조언도 해주시고, 다정다감한 게시판 같아요..

.....
저는 광주사는 21살의 청년입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시험시간에 맞춰서 가려고 한가한 오전시간, 버스를 타고...
써머리를 열심히 외우며.. 그렇게 학교에 가고 있었죠...

가다가... 어떤 한 여인이 탑니다.

긴 생머리.. 낯설지 않은 얼굴... 약.. 2년반만에 보는.. 첫사랑의 모습...
저는 뒷자리였고... 황급히.. 손에 들고있던 종이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왜 그랬는지.. 눈이라도 마주쳐볼껄....
그 첫사랑은 절 못 보고... 제 4칸 앞자리에 앉아서 갔습니다..（버스 뒷문 바로 옆좌석）
같은 버스노선이지만, 학교는 다른 학교라... （제가 먼저 내립니다..）
그녀의 뒷모습을 20분동안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 그때의 모습 그대로...
저만 삭아버린 느낌이더라구요...
버스내리기전에 말을 걸어볼까.. （전화번호도 알고있던터라.. 연락은 안하지만）
전화벨을 울리게 해볼까... 망설이다가...
...
제가 내릴 차례가 오자.. 내릴문 앞으로 가서 섰죠..
손만 뻗으면 어깨를 두드릴수있는 거리...
... 망설이다 그냥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냈죠..
'시험기간이나 보네요^^ 늦게 학교가는걸 보니.. 시험잘봐요! -약2년전당신을알게된한남자로부터'
대충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발신자는.. 영문이니셜3글자를 숫자로눌러서.. （못알아먹게..）보냈답니다..

첫사랑을 못잊는다.. 가슴아파한다.. 뭐 이런 말이 있지만.. 첫사랑을 보는순간...
가슴떨림보다는.. 살포시.. 미소가 지어지더라구요.. 잘 살고있나보네... 뭐.. 이런 생각...
잘 지내길 바랍니다.. 그녀도... 나도 잘 지내고 있으니깐... ^^

제.. 첫사랑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요..??

뭐.. 초등학교때, 중학교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없던건 아니었지만.. 그런건..
사춘기때.. 다 겪는..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간주하고... 제딴으로 '내 첫사랑은 이 사람이었어'라는 정의를 내리고.. 써볼까 합니다.. ^^
읽으셔도 되고.. 뒤로 버튼을 눌러도 상관없습니다.. ^^

뭐.. 지금이 대학2년이니.. 약 2년반전.. 고등학교2학년 9월이었습니다.
저는 학교근처의 독서실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K고....
많은 같은 반 학우들과 함께.. 독서실의 주세력（?）이었기 때문에..
사장님, 사모님일도 자주 도와드리고... 카운터일도 잠깐 봐드리고.. 뭐.. 그런 저였습니다.
밤10시30분에 독서실에 와서 공부하는 K고..
10분정도 지나면 이웃 S고에서 독서실에 도착합니다.
우르르 몰려오는 S고 누님들.. （첫사랑은.. 1살 연상이었습니다..）
제가 몇번 카운터를 본적이 있어서.. 입실확인하면 모니터에 이름이 뜹니다..
그래서 저는.. S고 누님들의 이름을 대충 알고있었죠...

1시정도되면 독서실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첫사랑의 상대... 그 누나도 같은 방향인 것입니다... 같은 방향이던 한명의 제 친구와 함께..

이제 얘기 시작이네요... 3명의 이야기가...

새벽1시.. 집으로 돌아가는 독서실봉고차안.. 저와 제친구와 그녀... 매일 같이 늦은시각에 집에가면서..
좁은 봉고차안.. 자연스레 인사하게 되고.. 얘기도 오갔습니다..
통성명도 하고.. 학교도 알고...

저보다 붙임성 좋은 제 친구는.. 먼저 그 누나와 많이 친해졌습니다...
저도 그냥 아는 누나 동생 사이로 지냈지요...

어느날, 집에 가는 봉고차 안에서 그 누나가 저와 제 친구에게 편지를 한통씩 주더군요...
뭐.. 평범한 내용이었습니다만...
（편지쓰기 좋아하고.. 뭐.. 아기자기한 성격인 누나였습니다. 얼굴도 동안이고... 체구도 아담하고..）

뭐.. 그러다가.. 사람이 좋아지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제 서랍에 그때즈음부터 수능보기까지.. 약 400여일동안 써온 일기가 있군요...
그 한페이지 한페이지에 상세하게 모든 내용이 적혀져 있을 것입니다만..
꺼내 읽기가 무섭군요 ^^

그러다가.. 좋아지게 되고... 사람의 마음이 그런거죠...
편지 답장도 써보고... 마실것도 사서 주고.. 챙겨주게 되고..
눈길 많이 가게 되고... 연락처도 알아내서... 문자도 보내고...
.....
좋아하는 감정이 커져가고 있을때쯤..
저는 고2... 그 누나는 고3... 수능이 코앞으로 옵니다..
누나는.. 수능을 망쳤다고 했습니다...
뭐.... 그렇게 수능 끝나고 몇일이 지나자...
저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죠...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 （저희 집이 조금 어려웠던 터라.. 공부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 누나를 계속 좋아하다가는.. 공부 안할것같다는 위기의식...
그것때문에... 저는... 독서실에 있던 도중에.. 밤 늦게.. 누나한테 급히 문자를 보냈습니다...
'누나.. 미안한데.. 우리 몰랐던 사이로 돌아가요....미안해요...'
보내고 나니.. 즉시 오는.. 누나로부터의 전화....
안받았습니다....
안받았습니다....
왜 안받냐고... 빨리 받으라고.. 화났다고...
..............
.......좋아하는 마음이 컸겠죠...
독서실을 뛰쳐나가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누나는 화를 내면서 막 머라고 하고..
저는... 냉정한듯.. 별 말 안한채.. 묵묵히 듣고있다가...
저의 핸드폰 배터리가 나간것입니다.... 참.. 웃기죠... 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급속충전하는 저의 모습...
핸드폰 충전을 하고... 다시 제가 전화를 겁니다...
제가 잘 못했다고......
웃긴 나........
다시 그 누나와는...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아까 언급했던 제 친구녀석얘기입니다....
나쁜녀석...
그 누나는.. 수능도 끝나고 독서실이 있던 건물의 1층 팬시점에서 아르바를 하기 시작합니다.
수능이 끝나고 자주보는 볼수있는 사이였죠.. 같은 건물에 있었으니깐...흠흠...ㅎ;;
제 친구 녀석 말입니다..
뭐.. 저보다 공부좀 잘하고.. 인물은 잘 모르겠고.. 좀 여자애들한테 쉽게 접근하는.. 그런 녀석입니다..
잘난체좀 잘하고.. 말빨쎄고... 좀.. 어떻게 보면 재수없는 타입...
그 친구녀석도 그 누나와.. 친하게 얘기하고 그러는데...
뭐... 속으로는 제가 질투가 많이 날수밖에 없죠...
뭐.. 사귀는 사이도 아니라.. 제가 제 친구한테 뭐라고 막 할수도 없고...
그래서.. 질투심 느끼면서도.. 억제하며...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습니다... 제 친구가 전화좀 쓰자며 제 핸드폰을 빌려가더군요...
그러더니 20분이 넘도록 전화하러나가서 안들어오던것이었습니다...
20분후... '잘썼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돌려주고 공부하러 가더군요...
통화목록을 조회해 봤더니.. 그 누나와 통화를 한것이었습니다.. 무려 16분동안..
저는 그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죠...
저 : 'ㅁㅁ이가 누나한테 전화했나보네요?'
누나 : '응..'
（줄임）
누나 : 내가 통화비 많이 안나오냐 그러니까.. 자기꺼 폰아니다고 괜찮다고 그러던데?

이 말 한마디에...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하하.. 정말 염치없는 놈 같군요..
지금 생각해도... 후... 그때의 분노가 생생합니다..
아무튼... 그 친구녀석을 견제（?）하며.. 누나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던 저였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그 누나가 독서실 짐을 빼던날이었습니다.
독서실 근처의 버스정류장.. 그 누나와 저 둘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누나가 들고있던 2개의 가방..
나 : '누나 가방 2개 무겁게 보이네요.. 들어드려요?'
누나 : '아니 괜찮아~'

버스안에서도.. 조금 뻘쭘...
누나가 내리는 정류장과 제가 내리는 정류장이... 제가 1정거장 늦게 내립니다..
누나가 먼저 내립니다... 갈등.. 따라내릴까... 그냥 집에 갈까...
뒤늦게 따라 내렸습니다..
제가 따라내린지 모르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누나...
뒤에서 바라보면서 제가 날리는 문자 한통.. '들어드려요?'
저는 누나의 짐을 들고.. 누나집앞까지.. 같이 걸어갔습니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집앞에 가보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어느 날은... 밤 늦게 누나와 우연히 채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버디버디로...ㅎㅎ..
많은 대화들을 나누고... 새벽.. 5시정도...
여러 감정들이 오갔던 터라... 전 또.. 마음에 10%정도 있었던 말을 내뱉게 됩니다..
'누나... 이제 저 연락안할게요... 미안해요.....'
누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저를 나무랐고...
저는.. 혹시 누나도 나를 좋아하는건 아닐까... 뭐.. 이런 마음에... 말을 다시 취소하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혹시 누나도 나를 조금은 좋아할까......'
아침7시까지 이어지는.. 채팅.. 누나는 교회에 가야하기때문에.. 그만하고...
밤샘 채팅도 해보고 그랬습니다...

조금은 진전된 감정을 주고받은 누나와 나는...
주말이 되면.. 제가 독서실에서 집에가는 시간과...
누나가 아르바끝나고 집에 가는 시간을 맞추어.. 같이 집에 가고 그랬습니다...
제가 항상 바래다 주구요...
제가 집에 있는 날은.. 누나가 아르바끝나고 집근처 버스내리는 시간에 버스정류장에 마중나와서...
같이 집에 걸어가고....
이런 날이 한.. 2~3주일 정도 계속 되었습니다... 11월 내내... 참 행복했었습니다..
집에 같이 가면서.. 많은 대화들이 오갔고...
저는... 누나의 감정을 추리해보면서..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있었습니다..

한때는 이런일도 있었죠...
누나가 무슨 일을 지금 하고있다고 했는데.. 맞춰 보라고 합니다..
내가 맞추면 뭐 줄꺼냐고 하자.. 원하는거 들어준다고 합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억지로 맞추고... 떨리는 마음으로.. '볼에 뽀뽀...'라는 말도 해보고..
누나는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ㅎㅎ
（손 잡은건.. 날이 추우니깐.. 제가 과감하게..11월달안에 잡아보았습니다.. 참 순수했죠 ^^）

아직도 기억 납니다... 2002년 11월 23일.. 토요일..（맞을거에요... 아마도..）
제가 기숙사 들어가는 날입니다.. 일요일 아침부터 기숙사 생활을 2003년 수능 볼때까지 하는 거죠...
그 날은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토요일 밤 10시에 기숙사에 들어가야합니다..
8시정도.. 아르바끝나고 돌아오는 누나를.. 여지없이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렸습니다..
누나가 오고...
'누나.. 나 오늘을 마지막으로 자주 못보겠지..? 바로 집으로 가지말고.. 저~쪽 길로 삥.. 돌아서 가자..'
어두컴컴한 밤 하늘에 하얀 눈들과 노란색 가로등이 비추는.. 겨울밤거리..
누나와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참.. 예뻤습니다... 2002년 11월 23일 밤의 정경은...
많지는 않았지만.. 차분한 대화들... 사람은 없고.. 조금 어둑어둑한 길거리.. 가로등불빛아래에서..
저는.. 생애 최초로 엄청난 용기를 냅니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여자랑.. 포옹을 해보았습니다.. 너무나 떨렸던... 그때 저의 마음..
몇분정도 안고있고... 몸을 떼자.. 누나는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눈을 감아보라고 했습니다..
누나는 볼에 뽀뽀를 해주고... 저도.. 보답인양..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기숙사에 들어가고...
12월 24일이 다가왔습니다... 기숙사에서 이브를 맞은 저는... 잠깐 외출사이에..누나를 만나러 가서..
크리스마스카드도 받았습니다... （참 재수없게도 그놈것과 함께 말이죠.. 누나가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2003년이 오고..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2월경부터.. 그 누나와 연락이 끊겼던걸로 기억이 됩니다...
누나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는 공부를 하겠다고 하고... 잊겠다고 했습니다..
세번째 말하는 '잊겠다는 말'... 누나가 이번에도 잡아줄줄 알았는데...
이제는 잡아주지 않더군요... ^^...........................................................

누나를 애써 잊고.. 공부를 해서.. 지금은 나름대로 만족하는 대학에 다니고 있구요..

약. 2년반만에... 버스에서 봤네요... ^^
아직 시험기간중인데.... 새벽까지... 참.. 옛날 생각하면서 많은 글을 썼습니다...
첫사랑이 간 후.... 가슴아픈 사랑얘기 한편 더 있지만.....
시험이 끝나고 한편더 올려볼까 해요...

설마 여기까지 읽으신분 없겠죠??? ^^ 워낙 길어서... 하하...

따게 자주 올게요... 따게 좋아하시는분들이랑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