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렇게라도 누군가가 볼 수 있는 글을 남기는 것이... 조금은 제 마음이 편할것 같

아서 글을 씁니다...

어제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한... 6개월 정도 사귀었네요. 남들이 보기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스무살인 제게 처음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사람이었

습니다. 많이 행복했지만, 그만큼 아프기도 하네요.

여친은 저보다 2살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 아니에요. 한국으로 유학을 온

중국 여학생이지요. 항상 해맑고 무척 착하고 순진한 애였어요. 한국으로 유학올

정도면 중국에서도 꽤나 경제력있는 집안의 외동딸이었고, 그만큼 어려움이란걸

모르고 자란 애죠. 그렇게 구김살없고 순진한 면에 마음이 뺏겼었나 봅니다.

제 여친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본에 건너가 1년 9개월 정도 유학

을 한 후에, 다시 한국에서 대학에 입학한 케이스였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 대학까지 들어갈 생각으로 갔는데, 일본 대학의 외국인 입학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 한국으로 온거죠. 한국에 와서 1년 정도 어학당을 다니고,

서울에 있는 이름들으면 알만한 사립대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거기서 저를 만난

거구요. 스무살까지 여자란걸 모르고 살아온 제게 참 많은걸 가르쳐준 친구였어요.

물론, 제 여친도 남자친구는 딱 한 번 밖에 사귀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여친이

스스로 연애를 많이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자기 꿈은 한 남자를 만나서 한

번만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고, 그 남자랑 결혼까지 하고 싶은거래요. 그만큼 어떤

면에서는 좀 전통적이고 순수한 구석이 있는 애였지요. 전 그게 참 좋았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같이 있으면서 미래를 얘기하고 어렴풋이 설레여하고... 그러는게

참 행복했어요. 근데 언제부턴가...

제 여친의 예전 남친으로부터 아직도 연락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 일로 인해서 예전 남친과의 과거에 대해서도 알게 됐구요. 여자친구는

일본에 있을 때 5살이나 연상인 남자랑 만났었더군요. 그리고 그 남자는 한국인이

었대요. 일본에서 4개월 정도 만나다가 남친의 직장 때문에 남친이 먼저 한국으로

돌아오고, 뒤늦게 제 여친도 한국으로 온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여친이 처음 한국에

오기 위해 필요한 각종 서류, 신원보증부터 어학당 입학까지 다 해줬나보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그 남친과 어느 정도까지 사랑했었냐... 는 질문을 해버렸지요.

전 여친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다 알고 싶었습니다... 과거의 일까지도요. 차

라리 모르고 지내는 것보다는 확실히 알고 이해하는 편이 좋을거 같아서요...

여친은 처음에 키스까지만 했다고 했어요. 그것도 한 두번... 전 사실 믿기 힘들었

지만, 그냥 믿었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좀 안좋더군요. 왜냐면, 여친이 얼마나 순진

한 애라는걸 알기에, 키스를 허락할 정도로 （그 애에겐 정말 큰 의미랍니다. 남자

손 잡는 것도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는 아이기에...） 맘을 줬다는게 왠지 속상하더

라고요... 저는 얘가 첫키스인데... 그래도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근데, 저랑 같이 있을 때, 옛날 남친한테서 전화가 온거에요. 저는 좀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전화 바꿔달라고 했더니, 죽어도 안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아직까지 연락하고 있었냐고 물었습니다. 여친은 자기는 연락을 끊고

헤어지자고 했는데 자꾸 걔가 한 번만 만나자고, 너없으면 못산다고... 심지어

자살하겠다고까지 한다는 겁니다. 저는 네가 자꾸 나한테 거짓말하는게 싫다, 너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게 싫다고... 옛날 남친에 대해서 그냥 다 말해달라고 했습

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좀 더 진한 스킨쉽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때 무척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사랑이 집착이 아닌 것

은 잘 알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갖고 싶은게... 제 욕심

이었던거 같습니다. 그 후로 며칠동안 힘들었지만 참고 견뎠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까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더라구요. 그래, 그 정도라도 다행이면 다행인

거지...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근데, 그 옛날 남친이라는 사람... 정말 나쁜 사람 같았습니다. 여친이랑 일본에

있을 때는 여친을 많이 존중해줬는데, 한국에 온 이후로 사람이 많이 바뀌었대요.

친구들이랑 보낸 문자 일일이 감시하고, 혹여라도 남자한테 문자왔으면 화내고,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라도 왔으면 핸드폰도 집어던지고, 심지어는 때리기까지 했대

요. 제가 놀랐던 것은, 어쩔 때는 여친이 사는 집에까지 찾아와서 칼까지 꺼내들고

협박하고 그랬다는 점입니다.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았어요. 여친 말로는

남친의 성장환경이 일찍 부모님이 이혼하시는 바람에 좀 불우했다네요. 그래서 우울

증 비슷한게 있대요. 더군다나 그 남친의 여동생도 얼마전에 자살을 했을 정도로...

여하튼 굉장히 집착이 강하고 비정상적인 사람같았습니다. 여친 말로는 자기를 하나

의 자기 '물건' 대하듯 했다네요. 그래서 한국남자들 다 그런줄 알고, 다시는 안 만

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일이 터져버렸어요.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지난 일요일이었죠.

원래 일어나자마자 저한테 연락하는 여친인데... 그날따라 12시가 넘도록 연락이

없더라고요. 저는 걱정도 되고 궁금해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죠. 그랬더니 왠

남자가 받더라구요. 저는 잘못 건 줄 알고 여러번 걸었는데 몇 번 남자가 받더니

그냥 끊어버리는 겁니다. 전 직감을 했죠. 아~ 옛날 남친이라 사람이 또 찾아왔나

보구나. 아니나 다를까, 30분쯤 뒤에 여친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공중전화로요.

지금 옛날 걔가 칼 들고 찾아와서, 자기 앞에서 자살하겠다고 했대요. 여친이 많이

무서웠던지 울먹이면서 전화가 왔더라구요. 그랬겠죠. 어려움이란걸 모르고 자란

여자앤데... 혼자 외국에 나와서 그런 봉변을 당했으니... 제가 당장 거기로 가겠다

고 했습니다. 여친은 됐다고, 자기는 그냥 오늘 집 밖에서 돌아 다니다가 늦게 들어

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제가 간다고 계속 말했는데, 시험기간（담날이 셤이었음）에

오지말고 공부하라며 괜찮다고 했어요. 그 옛날 남친도 이젠 갔다고 말했구요.

핸드폰도 걔한테 줘버렸대요.（남친이 핸드폰 다 감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남친 명

의로 만들었던 핸펀이었거든요, 여친 외국인 등록증 나오기 전에...） 그리고

그 날은 그 이후에 연락 한 번 없이 지나갔습니다. 아마 여친이 제가 신경쓸까봐

그런 것 같아요. 월요일날 여친을 만났는데, 저도 어제 일로 하루종일 기분이 불편

하고 안좋았거든요. 그래서 시험이 끝난 후에 벤치에 앉아서 얘기를 좀 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정리를 하는게 좋을지, 걔가 대체 너한테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 등

등.. 근데, 그 얘기를 하는 도중에 여친 핸드폰을 보게 됐어요.（어제 오후에 바로

새걸 샀어요. 여친 본인 명의로） 여친이 핸드폰이 꺼져 있더군요. 여친이 시간을

확인하러 잠깐 켰는데, 그 사이에 옛날 남친한테서 전화가 온겁니다. （그 남친이란

사람은 정말 한 번 연락을 하면, 받을 때까지 밤이고 낮이고 계속~ 전화를 거는 스

타일입니다. 사람이 불안해서 전화기를 꺼놓거나 안 받을 수가 없게끔 말이죠..）

저는 순간 화가 나더라구요. 제가 옛날 걔냐고 물어보니까, 뻔한 거짓말로 아니라면

서 표정은 사색이 되는겁니다. 여친은 전화 받으러 건물 뒤로 돌아가고... 전 많이

화가 났습니다. 여친이 옛날 남친을 정말 많이 무서워하더라구요. 하도 협박을 많이

해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한참 통화하고 돌아오는 여친을 보자 순간 저도

화가 나서, 처음으로 여친한테 너 걔가 그렇게 좋으면 그냥 걔한테 가라고... 음료

수 캔을 집어던지며 심한 말을 해버렸지요. 여친이 펑펑 울더군요. 그래놓고 우는

모습을 보니까 많이 미안했어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남자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거 같아서... 여친이 울면서 저한테, 자기는 네 여자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

는 말을 하더라구요. 너는 자기보다 더 좋은 여자 만나야 된다면서, 자기가 많이 미

안하대요. 저는 여친이 그 전에도 자주 네 여친될 자격이 없다고 해서... 자꾸 그

런 소리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면 그걸로 된거지, 왜 우리 사

이에 제3자가 끼어드는지 그래서 우릴 힘들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자꾸 나한

테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말하지만 말고, 직접 그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그래서

확실히 해결을 보고 싶다고 말을 했습니다. 여친이 자기 아무래도 중국에 돌아가서

1년 정도 휴학했다가 와야겠다는 말까지 했어요. 여친은 제게, 너가 그 사람 만나도

아무 소용이 없을거라고, 자기가 1년 정도 중국에 있다 오면, 모든게 잘 해결될거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왠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여친을 그냥 보내버리는거

같아서... 제 자신이 무기력한거 같아서 많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도저히 이건 남친으로서 받아들일 수가 없었

습니다. 그래서 내일 여친을 만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한 번 그 사람 만나게 해

달라고 하려고 했지요. 제가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하고, 정말 말로 안통하는 사람이

다 싶으면 정신이라도 차리게 해 줄 요량으로 친구들한테 연락까지 해놨죠. 연락

하면 나오라고...

근데... 어제, 그 모든게 끝이나 버렸습니다. 시험 끝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여친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왔다..'라고 하는겁니다. 전 무슨 걔한테서

또 전화가 걸려왔는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옛날 남친이 학교에까지 찾아왔던

거에요. 저는 그 사람한테 가서, 누구세요? 라고 하니까, 저 얘 남자친군데요~

그러는겁니다. 저는 7살이나 차이가 나니까 존댓말로 얘기를 했지요. 근데 갑자기

그 남친이란 사람이 버럭 화를 내면서, 얘 지금 저랑 같이 살거든요?? 라고 말하

는 겁니다. 저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냐고 했죠. 그랬더니

일본에서도 자기랑 같이 살았고, 지금도 같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 여친을

보니까, 얘가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우는거에요. 나 그냥 중국으로 갈래. 이제

다신 남자 안 만날거야. 라는 소릴 지르면서... 저는 여친한테 사실이냐고 물었죠.

여친은 대답을 못했습니다. 전 옛날 남친이란 사람한테 사실대로 얘기해달라고 물

었습니다. 아마 한국에서 같이 산다는건 거짓말 같았습니다. 왜냐면 저랑 거의 매일

밤 화상으로 채팅을 했는데, 남친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 사람이 제 여

친한테 직접 물어보랍니다. 저는 괜찮다고, 그냥 솔직히 말해달라고... 너 정말

일본에서 저 사람이랑 같이 살았어? 라고 했더니... 여친이 한참을 울먹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더이상 할 말이 없더군요. 옛날 남친이란 사람

이 저한테 제 여친이랑 내년에 결혼할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여친 안색

이 변하더니 거의 빌다시피 '나,나, 정말 너랑 결혼해야 돼?' 라는 말을 하는 것

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제 여친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여친이 울면서... 저보러 제발 그만 가달라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전철을 타고 왔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근데 전철을 타려는 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제 여친이 마지막으로 저랑 할 말이 있다고 다시 와달라는 그 남자의

전화였습니다. 다시 갔죠. 여친이랑 둘만 얘기를 하고, 그 사람은 멀찌감치 갔

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정말 저 사람이랑 같이 살았냐고... 제 여

친은 거의 강제적으로 자기를 데리고 살았다고 합니다. 거의 강제로 관계까지 맺

었구요. 그건 저로선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여친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너 정

말로 많이 사랑하고 좋아했던거 아냐고 물었습니다. 여친은 응, 나도... 라고 울먹

이며 대답하더군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여친은 저에게, 자기를 용서해달라고

말하는게 아니라고... 정말 미안했다고. 자기는 절 만나면서 처음으로 그 사람에게

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이란 감정을 알게 됐다구요.

그래서 제가 자기를 받아들여 줄 수 없는걸 알면서도,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욕심을

부렸던거라구요. 전 괜찮다고 널 미워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할거라고 했습니다.

정말 그건 진심이었어요. 그리고 저 사람과 있으면 넌 행복해질 수 없다, 내 마지

막 바람은 빨리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여친도 그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을거라고 말하더군요.

집에 와서, 여친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정말 마지막 진심을 담아서...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고, 그걸 알게 해줘서 많이 고맙다구요. 함께

했던 시간은 짧았지만,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겼으면 좋겠다구요. 네가 했던

말처럼 우린 만난 '때'가 잘못됐던 것 같다구요. 언제 어디서든 좋은 사람 만나서

정말 행복한 것이 마지막 바람이라구요.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사람이랑 헤어지고

중국으로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를 했지요...............

이렇게, 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사랑이 끝났습니다. 정말 소설에서만, 영화나

노래에서만 듣던 사랑이 뭔지, 그 아픔이 뭔지 이제야 알게 됐어요. 너무 사랑해서

그런지 나쁜 기억보단 좋은 기억만이 남고, 자꾸 여친이 불쌍해지네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구요. 정말 사랑했던 그녀... 그래서 더욱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중국여행가서 같이 잔 적도 있는데, 손만 잡고 잤었거든요. 여친이 원치

않는 행동 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냥 많이 지켜주고 싶었고, 사랑했었습니다.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네요. 어디서든지 행복하길 바라고, 혹여

한국에서 다시 보게 된다면 그저 친구처럼이라도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듭니다. 저는 아마도 투명한 유리병 속의 무언가를 얻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유리가 너무도 투명해서... 미쳐 깨뜨릴 수 없는 벽이 존재함을 알지도 못한채..

그저 하염없이 투명한 유리만을 어루만지고 있었던 것 같네요.

아마 오랫동안 제 자신이 미울 것 같습니다. 저도 결국엔 그녀를 구원해 줄 수 없었

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