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일

역시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며 매년 똑같은 다짐과 반성을 했었다.
그동안 개굴님의 응원과 길거리마다 보이는 연인들을 보면서
나도 올해는 별다른 거 없이 여친을 사귀어서 꽁냥꽁냥한 2015년을 보내기로 다짐했다.

그리하여 여친을 사귀기 위한 준비로 나는 여러가지를 생각하던 중
내가 왜 모태쏠로인 건지를 파악하고 내 단점들을 타이틀로 정해보았다.

제일 먼저 "소심 찌질이 못생기고 목소리가 하이톤이라 말없는 우때인" 타이틀이 달렸고
그리하여 벗어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는 거를 구분해 보았다.

소심 찌질이는 음 내 딴에서 막 근엄하게 말하고 근엄하게 웃는다면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았고
못생긴 거는 움...이건 어쩔 수 없어서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리고 내 하이톤 목소리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냥 여전히 계속해서 말을 최대한 안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최종 타이틀인 "우때인" 이거를 없애기 위해서
1월 1일이기도 하니깐 이젠 웃대 접속을 안하고 유익하고 알 차게 내 잉여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힘들었고 정말이지 내 하루에 웃대가 얼마나 크게 차지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살도 지독하게 빼보고 금딸도 징그럽게 해봤기에 한다면 하는 놈이라 버텼다.

그러던 중 서울에 볼 일이 있어 올라와 계셨던 엄마를 따라서 할머니를 뵙기위해
엄마 손 꼭 잡고 함께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시골에서는 오히려 웃대없이 시간을 잘 보냈다.

푹신한 소파가 위에 누워있다보면 곧 밥먹을 때이고
그러다 심심하면 읍내에 나가서 간식거리 사들고
할머니 댁에 가서 함께 간식을 먹으며 할머니와 수다를 떨다가
뚱냥이가 되어버린 나비와 놀다보면 하루해가 금세 저물었다.

그렇게 시골집에서는 항상 즐겁고 행복하며 따뜻했기에

외로움도 불편함도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아녔다.
역시나 나도 이럴 때 여친이 있어 카톡을 하고 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러다가 거실에 놓여있는 내 동생 아가때 액자를 봤고
내 동생이 나에게 있어서 얼마나 소중하고 딸자식 같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부지랑 엄마가 나 혼자 있으면 심심할까봐 낳아줬다는 데 아가 때 맨날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뺐어가고 어딜가든 따라오고 손잡고 다니라고 하면 맨날 새끼 손가락을 쥐지 않으면 새끼 손가락 내놓을 때 까지 똥고집 피우던 터라 심심하지는 않았지만 되게 귀찮게 해서 어느정도 본래의 목적은 달성한 거 같았다.）

그렇기에 나중에 기적적으로 내 여친이 될 여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분명 그 여자분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자식이며 누나,언니이거나 동생일 텐데...
그런 존재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나란 놈에게 허비하고 감정을 낭비하게 될까봐

엄청난 죄책감이 밀려왔다.

이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기에 호감이 생기거나 남들 보다 좀 더 자주 특별하게 느껴진 여자를 볼 때마다
용기내서 함부로 다가가기 뭐했다. 그래서 그냥 바라만 보고선 짝사랑만 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정말이지 내가 아니면 죽고 못살겠다는 여자가 아니면
그냥 연애란 건 안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여친을 사귀어야겠다라는 다짐을 포기했기에
다시금 이렇게 웃대에 접속하여
고민게시판에 헛소리를 늘여놓고 있는 거 같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역시 나는 만년 솔로 칭구도 없는 소심찌질못생긴하이톤우때인이지만
몇명 되지 않지만 내 글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웃대가 있기에 참 좋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