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여자랑 제대로 1대 1로 대화를 오랫동안 해본 적도 없는 모태솔로 소심남입니다.

기말 앞두고 강의를 불가피하게 한번 빠졌는데 하필 그 강의 시간에 레포트 과제랑 시험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알려주었다더군요.
주변 지인들 중에 그 수업을 듣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그냥 딱 강의 듣고 끝나던, 그냥 단순한 수업인지라 마땅히 과제와 시험에 대해서 물어볼 사람도 없더군요.

그나마 익숙한 사람이라곤 이 수업 외에 같은 수업을 하나 더 듣는 여학생인데, 학기 초부터 짝사랑 하던 애였습니다.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나 굴뚝같지만 이런저런 이유와 성격 때문에 마땅한 접점이 없다가 어차피 이렇게 된 참에 친해져라도 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과제와 시험에 대해 물어보니 흔쾌히 폰으로 자신이 찍어놓은 과제와 시험에 대한 사진을 보내주더군요.

어쩌다보니 번호까지 알게되어 버려서 그 자리에서 말은 못하고 고맙다는 표시로 기프트콘이나 보냈었는데 며칠 곰곰히 생각해보니 언제까지나 이렇게 소심하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오늘 큰 맘 먹고 사실 당신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폐가 되지 않는다면 언제 만나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진짜 엄청 떨리더라구요. 이렇게 접근해도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괜히 이상해보이지는 않을지…
폰만 붙잡고 있다가 몇시간 지나고 문자가 왔는데 자기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만나서 가볍게 얘기라도 하자는 식으로 답장이 왔더라구요.

좋게 마무리가 된것 같은데 사실 걱정밖에 없습니다. 과의 여자 동기들과도 대화할 때 보면 몇마디하다보면 대화가 중단되고 그런 적이 너무 많아서 실제로 만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만났는데 어물쩍거리면서 대화가 끊어져 버리면 여자 측에서는 어이없어 할 것같다는 생각도 들고…

하여튼 생애 처음으로 여자랑 직접 따로 만나는 건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민입니다. 금전적인 고민도 있고 분위기도 걱정이고… 딴 건 몰라도 어떻게든 대화를 재밌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ㅠㅠ 사실 만나자고 문자를 보낸것부터가 제겐 반쯤 미친 짓이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