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부분 스포가 있을 수도 있기에
가급적 스포에 민감하시면 글을 읽지않기를 권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자유의 언덕'을 보고 왔습니다.

（글쓰기에 앞서서 후기, 감상, 동진님 생각 등
구분 없이 그냥 한꺼번에 써내려 갈게요.）

4월에 나온 '한공주' 다음으로
한국영화가 라이브톡에 선정이 되었는데
이날 감독님과 배우분들 모두 베니스 영화제
참석 일정으로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거기에 동진님이 상당히 곤란해 하시더라구요. ㅋㅋ

왜냐하면 일찍이 아시겠지만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분석하고 해석한다는 식 보다는
이분의 영화 세계가 워낙 틀에 박힌다거나
상징적인 이미지로 구분 되는 영화가 아니기에
들어가기 앞서 정말 장황하게 얘기를 하셨습니다.

쉽게 말해서 전의 라이브톡 처럼 캡쳐해서
영화를 해석하는게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에는
알맞은 형식의 진행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영화 이야기 전에 홍상수 감독님의 초기작 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달라지셨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도
몇개 말씀하시면서 감독님에 대한 설명을 오래 하셨습니다.
（그중에서도 그의 최고작을 3개 꼽으셨는데
'해변의 여인',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 이였습니다.）

초기작들 보다 후반 즉, 현재의 홍상수 감독님 작품을
더 선호하시는 것 같더군요.
（기준을 딱 정하시진 않으셨지만 '극장전'을
기점으로 말씀하시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얘기하면 홍상수 감독님의
초기작들이 '리얼리즘' 이라면
그 기점으로 현재작들은 '모더니즘'에 가깝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끼는게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하나의 정의로 말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인간에 대해 깊숙이 들어가지만
영화적인 형식으로 볼 때는 점점 더 모호해 지고 단정 짓기가 힘듭니다.
（동진님은 이번 영화도 그러한데 상당부분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을 거라고 추측하시더군요.）


흔히 일반관객들이 감독님 영화에 대해
'왜 항상 홍상수 영화를 보면
술마시고 여관이나 모텔 등 숙박에서 관계맺는 장면이 나오냐'와
'그러한 패턴의 묘사가 지겹거나 별로라고 생각한다'라는 식의
질문들을 많이 하는것에 순전히 '본인（동진님）'의 입장에선
오해가 있으시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감독님의 초기작들이 표현에 있어
페미니즘들에게 상당한 반발이 있기도 했었지만
그것 또한 오해라고 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김기덕 감독님과 비교 하시면서 잠깐 언급을 했는데
한 쪽은 '오해'이고, 다른 한 쪽은 '이유'가 있을거라는 겁니다.
（물론 홍상수 감독님이 오해 쪽입니다.）

그 이유인 즉슨 홍감독님은 젠더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하나의 인간으로 보셨다는 겁니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김기덕 감독님에 대해선
자세하게 말하진 않았습니다.）]

인간들의 통념적이고 보편적인 부분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깨지거나 허물어지는 곳이
바로 술자리와 관계맺는 장면이라고 하더군요.
（이 질문에 대한 동진님의 답은
저도 비슷하긴 했지만 역시나 흥미로웠습니다.）

그 곳들이 일종의 사회학적 혹은 심리학적 실험실로
비유를 해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설명이 머리에 쏙쏙들어 오더라구요. ㅋㅋ）

쉽게 얘기하면 그런 씬들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허세, 허위의식을
잘 들어나게 표현 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유의 언덕'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보이는데
대표적인게 모리와 윤여정씨의 대화장면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윤여정씨가 모리（카세 료）에게
'일본인들은 깨끗하고, 친절하고, 예의바르다'라고 하는데
모리가 바로 반박을 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보듯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가지고 있는
일종의 선입관인 것이죠.


영화적인 구조 기법에 대해서도 말을 하셨지만,
동진님은 감독님의 영화가 바뀔 때마다
촬영이나 표현이 거의 다 다르다고 했습니다.

일련의 예를 들어 보여준 캡쳐부분이
정은채씨와 기주봉님이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마 영화 보신분은 아실겁니다.）
전전 작품이었던 '~혜원'에서
꿈속의 혜원과 어느 어르신의 막걸리 마시는 씬 자체가
감동적이면서 애틋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를
'자유의 언덕'에 그대로 가져와
부녀지간으로 넣었다는 겁니다.

이것 외에도 '~혜원'의 유준상씨와 예지원씨가
나오는 것도 '하하하'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영화와 영화사이 캐릭터를 가져옴으로써
보여주는 촬영도 흥미롭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자유의 언덕' 안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테마중 하나가 '시간' 입니다.

여기에 또 재미있는 뒷얘기가
홍감독님이 카세 료 에게 몇몇 책을 가져오라고 하셨더라구요.
（구체적이진 않았겠지만 제시는 하셨던것 같습니다.）
그 중 일본에서 실제로 가지고 온 책이 '시간'이라는 책이였습니다.

극중 모리의 대사에서
（아마 홍감독님의 의견으로 생각합니다.）
'시간은 흐름을 가지고 과거, 현재, 미래
사람들의 틀에 박혀있지만
삶의 경험은 그것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다.' 라는 대사가
（대사가 워낙 길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의 뉘앙스가 대충 이렇습니다.）
한 마디로 시간을 뒤틀어 보자라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편지를 떨어뜨리면서 시간상 사건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는 설정입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사건의 시간상 순서를
분명히 차례대로 생각하며 볼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간상 뒤섞였으니
차례대로 맞추며 생각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 또한 통념적인 생각을 가지고 본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을 차례대로 나열하는 것은
정작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지만, 만약 시간을 순서대로
해놓았으면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카세 료의 대한 관객들의 감정입니다.）


홍상수 감독은 즉흥성과 우연을 창작으로
엄청나게 흡수를 하신다는 것을 일례로 보여주시기도 합니다.

（아침에 쪽대본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예를 들어, 유준상씨의 일화로
갑자기 하늘을 보고 명상을 하시기에
뭐하시냐고 물어보니까 바람을 느끼고 있다라고 하시더니
갑자기 타이핑해서 프린트 뽑아 대본으로 주니까
유준상씨가 '장난하지마세요.' 라고 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평소의 일상이 그러하시니
신선같다는 이야기가 그냥 나오는게 아니겠죠.）

'북촌방향'에서 기주봉님이
'눈이 오려나?' 라는 대사가 실제 기상청에서는
눈이 안온다고 했는데 눈이 갑자기 왔었다던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제천에서 비가 오는 장면이
대본에는 비가 오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영화에 그대로 넣었다던가의 모습으로
（물론 제작여건이 안좋아서 그럴수도 있지만）
우연의 상황을 영화적으로 넣으시는게 인상적입니다.

이번 작품인 '자유의 언덕' 역시 자연스러운 우연의
일체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면에서 무척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에서
점점 죽음과도 관련된 것을 요즘들어 자주 보여주신다고 하셨는데
'자유의 언덕'에서 대표적인것이
'권（서영화）'의 병, '모리（카세 료）'의 잠 이라고 하셨습니다.

（참고로 홍감독님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직접적으로 죽는 장면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도 원래는 원작이 따로 있죠.）

마지막 부분에 모리가 잠을 청하러
방에 들어가는 모습이 엄청 쓸쓸하다고도 하시더라구요.

동진님은 이것또한 우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감독님이 의도적으로 넣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곧 죽음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이 나오면... 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중간에 제대로 듣지 못해서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죽음이 묘사되면 아마도 홍감독님의 마지막 작품이 될수 있다.'라고 하셨거나
'곧 죽음이 묘사되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 라는 의미인것 같습니다.


엔딩장면에서 3컷트로 내용상 에필로그가 나오게 되는 부분을
동진님이 상당히 분석적으로 말씀해주셨습니다.
（결말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관련된 스포라 자세하게는 적지 않겠습니다.）
영화의 분석이라기 보다 내용상 분석적으로
말씀하셔서 관객분들이 생각하실 수 있는 범위의
내용을 직접 대변하시듯 포괄적으로 말씀하셔서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동진님이 라이브톡 들어가기 전에 강조를 하셨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생각을 말한거고
감독님의 영화적인 의도나 말씀을 얘기하는게 아니라고
시작할때와 마지막즈음 다시 한 번 강조를 하시더군요.
（그도 그럴것이 평론가라는 직업 특성상
100% 맞다라는 전제에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 감독님의 생각과도 다른 부분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강조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라이브톡 보면서 계속 느낀거지만
동진님은 대본도 없으신데 머릿속의 생각들을
그대로 말로 하시는 모습이 참 신기하면서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기본적으로 지적인 부분도 있고,
책을 많이 읽으셔서 그런지 어휘력이나 화술이
상당히 흡입력 있어서 '자유의 언덕'이 67분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브톡 끝나니 10시가 넘었더군요.
（보통 2시간 짜리 영화 하면 아마도 11시 넘어서 끝날 듯 보입니다.）

그리고 홍감독님에 대한 저의 생각은
동진님이 얘기하신 썰들을 듣고 생각했던것 보다도
더 자유로운 영혼 이신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나오시지도 않으셨는데 말이에요 ㅋㅋ）

평소 인터뷰도 가뭄에 콩나듯 하시는데
이번 영화가 '강원도의 힘' 이후
'슬로우 오버랩'을 처음 넣으셔서
김혜리 기자가 직접 인터뷰에 물어보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홍감독님 하시는 말씀이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하시더군요.
（이말 듣고 '내면의 내공이 상당하시겠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ㅋ）

또 하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가 굳이 '청불'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항상 '청불'로 내놓으시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 트윗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영등위'에서 심의하지않고
본인이 직접 '청불'로 올리신다고 하시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10대 애들이 뭐하러 봐'라고 하셨다더군요. ㅋㅋ
（동진님도 이것에 대해 엄청 호의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영화인으로 떠나
홍상수라는 한 사람에 대해 인간적으로
더 알고 싶다 생각이 깊게 들기도 했습니다.


장문의 글은 학교 레포트 이후 오랜만에 적어보는데 ㅋㅋ
'라이브톡'을 갔다와서 생각나는것을
바로바로 적어 두서가 없을수도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다 적을수가 없어 아쉽운 것도 있습니다.
（기억의 한계인 부분들도 있습니다 ㅋㅋㅋ）
（8월에는 할만한 작품들이 안보여 못했다고 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달에도 보러 가고 싶네요. ㅎㅎ


끝으로, 동진님은 '자유의 언덕'을
비유적으로 상당히 동화적이고 그 전까지
전혀 보지 못한 아름다운 장면들이 몇몇 있다고 하셨습니다.
（카메라의 앵글이나 연출 등 말이죠.）

아래는 이동진 평론가의 20자 평입니다.




이동진 | 홍상수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