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의 게시글인 '우다다'님의 글을 보고 댓글로는 타란티노에 대해
설명이 부족할 것 같아서 마음먹고 한 번 써봅니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고 호불호를 많이 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극명한게 폭력적인 장면들이 무척이나 많을뿐 더러,
잔인한 장면을 못보시는 분들이 대부분 그러하시겠죠.

또한 이 감독의 취향은 극명합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킬빌이나 장고 같은 영화를 보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용장면들이 엄청 많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킬빌'인데 타란티노도 밝힌바 있지만
이 사람은 필름 느와르의 광팬 이기도 합니다.

극중 우마 서먼의 복장이 노란색 츄리닝을 입은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소룡의 복장이고,
검술을 통한 사무라이 장면 등 상당부분 인용을 했는데
（중간에 흑백으로 잠깐 나오기도 하죠.）

이것은 타란티노가 일종의 오마주로 넣은 것입니다.
그것을 자신의 작품세계에 다르게 인용해서 녹여낸다는 것은
영화 광팬임과 동시에 그의 역량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죠.


'장고'같은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장고는 이미 60년대에 나온 작품인데 그대로 리메이크 해서
자신만의 방법론으로 전의 '장고'와는 다르게 표현했죠.

재미있는 부분은 원조 장고의 주인공이
타란티노의 장고에 카메오로 나오는데 그 장면이
제이미 폭스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는 장면에서
'장고 D.j.a.n.g.o D는 묵음이지'라고 말하면
'알고있다.'라고 받아치는 씬이 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인데 이것 또한 타란티노의
오마주 중 하나입니다.


'바스터즈'도 엄청 재미있는 오락영화인데
재미없다고 하시니 아쉽네요. ㅠㅠ

바스터즈는 처단의 대상이 나치인데
사실 이 영화를 역사공부를 위해서나
역사적인 관점으로 보면 안되는 영화입니다.
왜냐하면 타란티노는 거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히틀러는 자살을 했죠.）

그저 이 사람은 피튀기며 즐길 영화적 양식으로
나치를 선정한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역사공부보다는 영화사 공부에 도움이 더 될듯 보입니다.
（영화사 초기의 필름 메이커나 극장 시스템등
그쪽 방향의 초점을 더 보여줍니다.
이것도 타란티노의 영화적 광팬으로서 넣은 설정중 하나이겠죠.）

그런의미에서 '바스터즈'와 '장고'에서의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스터즈는 나치를 대상으로 했다면 장고는 노예제도가 왕성했던
19세기 중,후반의 백인들 대상이죠.


타란티노의 성향을 조금 아시고 보시면 정말 재미있지만
사실 모르고 봐도 재미있습니다.
소위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B급감성인데
B급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폭력적이고 떨어지는 대사를
이 감독은 너무나 세련되고 미학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사람들이 높이 사는 부분 중 하나라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오마주의 의미로 인용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중요한건 원작을 그대로 베낀다는것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품을 창의적으로 연출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일반적이고 평범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보다도 타란티노를 더 빛나게 하는 것은 '각본'입니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 입니다. 쉴새 없이 터져나오는 대사들은
여느 총격전 보다도 더 짜릿하고 긴장감 있게 다룹니다.

물론 배우분들의 연기가 대사빨을 더 살려주기도 하지만
이런 타고난 이야기를 샘솟듯 만들수 있다는 것이
이 사람이 롱런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수혜자가 크리스토프 발츠인데
'바스터즈'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음과 동시에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음으로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죠.
（바스터즈 나오기 전에 무명에 가까웠고 연극을 했다고 하죠）

아카데미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그 영화로 인해
타란티노를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바스터즈'에서의 일등공신이면서 수혜자인 셈이 된거죠.

킬빌 248분, 장고 165분, 바스터즈 152분인데도
전혀 지루한 감 없이 볼수 있는 것도 탁월한 각본의 능력이죠.


위 3작품도 정말 좋지만
개인적으로 '펄프 픽션'을 굉장히 좋아하면서
타란티노의 최고작 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의 펄프 픽션은 이례적이고
이전까지 거의 볼 수 없었던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는 '기-승-전-결'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시간순서가 뒤죽박죽에 엉켜있어서
처음은 혼란스러울수 있지만 역시나 특유의 대사와 연출로
그 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까지 받은 작품입니다.
（아마 이 영화를 계기로 타란티노의 이름을 알린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존 트라블타와 우마 서먼의 댄스 장면이 굉장히 유명하기도 하죠.
일례로 이 씬을 통해 TV나 영화에서 많이 인용을 하기 했습니다.）


최근 작들인 '바스터즈', '장고', '킬빌1' 전부 걸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펄프 픽션'을 꼽을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저수지의 개들', '재키 브라운', '데스 프루프' 등의
영화도 재미있으니 이번 계기로 타란티노 영화 정주행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타란티노에게 B급 감성 충만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처음 이사람 영화를 볼때도 그랬지만 단 한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자신의 개성과 독창성을 가지고 만드는 것도
본인의 능력과 재량이고 어느 누구도 이렇게 만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겠죠.
（비슷할 순 있겠지만 그만의 색깔은 흉내낼수 없을겁니다.）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필 받쳐서 길게 썼는데
도움이 되셨을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개인 취향이야 다 다르기 때문에 강요는 할 수 없지만
이런 사람이 있다는 정도만 알아도
나중에 영화보는데 생각이 달라질 수 있으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건 타란티노와는 별개의 말인데
영화는 다른 시리즈물의 TV드라마와 다르기에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도 중요하지만
그게 다 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영화를 보는 경향이 있어서
거기에서 조금만 내용을 틀거나 다르게 표현하면
'재미없다', '이게 무슨 영화냐', '노잼' 이라고 합니다만
시야를 조금만 넓게 봐도 영화가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상업적인 영화시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관객들이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되는데
항상 극단적으로 평을 하니까 아쉽고 쓸쓸한 느낌이 많이듭니다.

영화가 참 신기하면서도 이상한 그런 기운이 있는
문화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때 그때 마다 다 다르기에
단정지을 수도 없어서 참 애매하기도 합니다만
（전에도 항상 했던 생각이지만）
어느정도 시야를 확장 해서 보았으면 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선 영화보는 관객들에게 가장 큰 바람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다른 작품들과 다르다고 해서 극단적인 평이 없었으면
하는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