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괜한 기대감으로 츄리닝보다 청바지를 입어봤다.
분명 독서실 가는 길에 인연이 생길지 몰라!하면서 윗옷도 좀 더 신경써서 입어봤다.
하지만 욕실 거울로 전체적인 내 모습을 바라보며 터질듯한 허벅지핏과 짤막하기만한 다리길이에 좌절하며
다시금 츄리닝으로 윗옷 역시 후줄근한 반팔티에 심심한 체크셔츠를 입고선 거울도 보지 않고선 힘없이 자취방을 나선다.
똑같은 거리... 나 빼고 모두들 삼삼오오 몰려다닌다.
괜히 잊어버린 외로움과 소외감을 다시금 느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보다는 최대한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길로 걸어갔다.
매번 같은 곳이기에 별다른 변화를 만날 수 없었다...다만 느낀다면 처음 왔을 때보다 차가워진 공기??...


좀 걷다보니 벌써 독서실이다.
여기선 나같은 사람이 있겠지?라며 기대해보며 동질감을 느껴보려 했지만
이곳에서도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역시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고선 내 책상으로 향한다.
방금 우연히 지나쳐간 여자를 보며
예쁘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여자다!"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찌질한 나와 친해지고 싶은 여자는 없을 거라 단념하며 내 책상에 앉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틀어진 걸까??...

언제부턴가 사람과의 사이가 숨이 막힐 듯 힘들었어

나는 초중고를 시골에서 나왔는데 매번 같은 친구들과 같은 학년을 보낼 수 있는 행운을 누렸지~ㅋ
그러면서도 나는 약간 수줍음 타는 내성적인 아이라서 여자애들과는 그리 폭넓게 친구사이를 맺진 못했어

하지만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가 있었어!ㅎ
그때는 어릴때고 제대로 내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여자애를 좀 애틋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고등학생때의 나는 못생기고 뚱뚱하고 여드름이 얼굴을 집어 삼켜버린 아주 공부 못하던 찌질이의 온상이었지
그런 내가 공부도 잘하고 착하며 예쁘기까지한 그 여자애와 친해진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어
（물론 친해지게 된 계기는 나의 타고난 음치력으로 가창시험을 쑥대밭으로 만들고선 그 여자애가 날 폭풍디스하며 놀리기
시작했고 나역시 질 수 없어서 역으로 그 애를 놀리다 보니깐 친해졌던 것 같앜ㅋㅋㅋ）

그후로 시도때도 없이 어울려서 우리는 서로를 놀리며 놀았는데 내가 좀 티나게 행동했던지 같은반 다른 여자애가
반애들 다 듣는 앞에서 "너 ★★이 좋아하지?"라며 묻더라구（썩을년 존나 눈치 빠른데 눈치는 없어...애들 다 있는데 창피하게）

그러면서 "좋아하면 내가 잘 되게 도와줄게"라고 한 방 더 핵직구를 날리더라 ㅎ

그말을 듣고선 내 두뇌가 양자컴퓨터 못지 않게 수만가지 생각을 처리했던 것 같아
（아마 이때 내 뇌를 다 써서 지금까지 고등학생때 보다 더욱이 멍청멍청해진듯ㅋㅋㅋㅋㅋ）
여기서 간접적으로 내 마음을 밝힐까? 하지만 그 후에 나같은 찌질이가 ★★을 좋아한다고 소문이 난다면
결점없는 그 애가 나로인해서 놀림 받을 거 같았어（당시에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서 좋아하던 애가 놀림받은 경우가 있었어..）
내 감정이 들켜서 내가 놀림받는 건 아무래도 상관 없는데 나 때문에 그 애가 놀림받을 걸 상상하니
워~...이건 뭐 내 자신이 정말 싫다 못해 그냥 존재자체가 경멸스럽게 여겨지더라구......

그래서 내가 한 대답은 "아니! 아닌데?"라고 했었어
그 후로 나는 내가 좋아한다는 걸 다시는 들키지 않으려고 그 애랑 절교아닌 절교를 했어（인사도 안하고 바라보지도 않았어ㅎ）
그렇게 졸업식날까지 말 한마디 나눠보기 못했어 ㅎㅎㅎㅎ（그날 우리집 창고에서 엄청 숨죽여 울었다!!!ㅎㅎㅎㅎ）

어느덧 봄이 오고 대학생이 된 나는 여전히 뚱뚱하고 못생긴 애였어ㅋ（그래도 여드름은 안났지만 그 후 흉터가...심각해）
처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내 장난끼 때문에 동기와 친하게 지냈어
웃대인답지 않게 아싸와는 먼 대학생활을 영위할 것 같았는데...
술자리도 빠지지 않고 나갔는데 2차 노래방을 갈때는 고등학생때 가창시험날이 생각나서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그토록 무섭고 수치스럽게 느껴져 2차는 항상 빠지거나 도망쳤지
그래도 여전히 동기들과 잘지냈엏ㅎㅎㅎㅎ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라면 다들 군대를 가야했고 나도 그렇고 동기들고 그랬지
신검을 받은 후에 나는 선천적으로 결격사유가 있어서 밀덕이지만 군대에서 오지말라고 하더라구...
그래도 내 동기들은 한학기 지날 수록 하나 둘씩 다들 가더라...나만 남겨두고

이젠 혼자 대학생활을 해야하나 싶었는데 가는 동기있으면 오는 복학생형들이 있더라?ㅋ
그래서 그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막내아닌 막내가 되어 있었고
그들의 잔심부름과 짖궃은 장난은 다 나에게 오더라구...（좀 빡쳤지만 그래도 형이고 연장자니깐 참았지）

그때부터 너무 친해진 탓인지 아니면 내가 편해진 건지 나를 "돼지"라 부르는 형들과 동기가 늘어났어
약간은 창피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다든 진심으로 나를 비웃고 놀리려고 그렇게 부른거는 아닐거라 생각해서

하지만 아직도 뚱뚱해도 살을 빼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곧 느끼게 해주더라
옷을 사러가면 맘에 드는 옷을 사는 게 아닌 맞는 옷을 찾아야 살 수 있었어 여기서부터 좀 불편하더라구 뚱뚱한 겤ㅋㅋ

나와 늘 함께 어울려 주던 형들과 남은 동기가 있기에 괜찮아 뚱뚱해도...라며 내 자신을 위로했지만
그들 역시 점점 나에게 상처주듯이 "돼지"라고 부르는 횟수가 잦아졌어

그땐 내가 좀 예민해서 속 좁게 받아들이는 거라 내가 잘못된 거야라며 자책하기도 했는데
제대로 나에게 못을 박는 일이 곧바로 생기더라고 ㅋㅋㅋ

방학을 며칠 앞두고 수업끝나고 집에가는 버스안에서 뒤에 앉은 내 또래 커플이 막 쑥덕쑥덕 거리더라구
괜히 커플들은 뭔 말을 하기에 저렇게 꽁냥거릴 수 있지? 하며 엿들어 봤는데...
"뚱뚱한 사람은 냄새나~ 맞는 옷도 없어서 매일 같은 옷을 입어서 그런가?ㅋㅋㅋㅋ"라며 날 비웃는 거였어...ㅋ
그때 내 맨탈이 이렇게 부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슬프다 못해 멍해지더라구
그래서 그 다음 정차할 때 바로 내렸어（다행이 내가 내릴 곳에서 두 정거장 앞이었엌ㅋㅋㅋ）

내 자취방에 와서는 정말 많이 울었다...ㅋ 그리고 방학 후에는 방안에서 먹기만 하고 절대로 나가질 않았어
그러니깐 100kg 였던 돼지가 110kg 돼지로 진화를 하더라구 ㅎㅎㅎㅎㅎㅎㅎㅎ

하지만 먹는 것도 다 떨어지니깐 그때부터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구
우선은 시골집으로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여기서는 사람들이 날 보면 버스에서 본 그 커플처럼 생각할까봐 무섭더라구 ㅎㅎㅎㅎㅎㅎ

그렇게 시골로 내려왔는데 아부지가 그러시더라
"너무 살진 거 아니냐?? 좀 아니 많이 빼야 겠다."라고 말이야...
그것도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있는 밥상 앞에서...
집에서까지 이러니깐 이 우주에서 내가 편하게 있을 곳은 아마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더라구...ㅋ

그렇게 나는 다음날부터 살을 빼기 위한 계획을 짰어（그냥 이불덮고 누워있으면 내일은 이거 해야겠다!라는 정도?ㅋㅋ）

살 빼는 과정은 내일 이어서 쓸래...ㅋ
너무 길어서 읽을 사람 없겠지만 그래도
어딘가에는 내 경험과 감정을 털어놓고 싶기에 계속 적어볼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