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그렇죠.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환상 또는 환영이라고 생각하죠.
저도 그랬습니다. 이런 사이트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들었던 무서운 경험들...보고 느꼈던 것들...다 지어낸 얘기일 것이다 생각하고 그냥 듣는 그 순간 소름돋는 경험으로 이 무더운 여름 잘 버텨보자 생각했죠.

저희 아파트는 여느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정문 후문이 있습니다. 정문앞에는 여러 상점 들이 즐비하고 그곳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로 늦은밤까지 북적대지만 후문은 정 반대입니다.
가로등도 없는 컴컴한 쪽문 계단을 올라가면 양쪽으로 나무들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갈때마다 항상 숨도 안쉬고 단숨에 뛰어 들어가죠.



어느날.
원래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잘 마시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비도 오고 마음도 울적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 맞는 대학교때 친구들과 술을 한잔 하게 되었다.
그날따라 정말 술술~ 잘 들어가더군.

"야...야...너 갑자기 웬일이냐? 뭔일 있냐? 니가 술을 권하지도 않았는데 마시고...그동안은 독약 먹듯이
마시더만 지금은 웬일로 물마시듯이 술술 넘긴다냐?" 원래 주당이었던 희영이가 이상한듯 날 뻔히 쳐다보며 말했다.
"야..이럴땐 가만 나둬...얘가 이렇게 이쁜짓 할때도 있고...오늘 이쁜짓 하는김에 끝장을 보자!"
숙진이와 희영이는 국경일이 낀 샌드위치데이라 작정을 했는지 건배! 라는 소리와 함께 깨질듯이 잔을 부딪혔고 나두 물론 거기에 뒤질세라 같이 동참 했다.
한잔 두잔이...금새 한병 두병이 되었고 우리 세명이서 6병의 공병을 남기고 호프집을 나선 우리는 입가심으로 맥주도 한잔 하고...물론 난 만취상태였고 원래 술을 잘마시는 친구 두명은 거의 기절상태인 날 부축이며 우리 집으로 향했다.
어지러워 앞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둘이 하는 얘기는 들리더군.

"야...얘 어떡하냐? 어머니께 뭐라 말씀드리지? 아..몰라..그냥 집앞에서 벨 눌러놓고 도망쳐버릴까? 크크크"
"이 지지배 엄마한테 디지게 혼나겠다."
"몇시야?"
"음...한시 다되가...우리도 빨리 가야지...너 택시비 있냐?"
"어..있어. 같이 타고 가다가 너 내려주고 갈께."
"야..근데 무섭다...여기가 후문이지? 우리 정문으로 돌아갈까?"
"언제 돌아가...얘가 축쳐져서 돌아갈 기운도 없어...그냥 가자... 별일있겠어? 위험할땐 우리 셋이 크로스 하면되잖어..캬캬캬"
"을구 을구...그래 암튼 빨리가자...소름 돋는다"

그 대화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면 뒤집힌 속에서 끝없이 무언가가 쏟아질 것 같았기 때문에 꾹 다물고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머리채를 확 낚아채는 느낌이 들면서 난 앞으로 꼬꾸라졌다.
"야..야..정신차려...얘가 왜이래?" "일어나봐..."
"누구야...누가 나 머리 잡아땡겼어..."
"그게 무슨소리야...집에 다왔으니까 쪼금만 참고 일어나봐."

"내가...그래..ㅆ어...." 어디선가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고 난 고개를 들었다.
흐릿하게 보였지만 우리 셋 말고 또 한 물체가 내 앞에 서있었다.

"누구세요?" "야...이 사람이 나 머리 잡아당겼지?"
"얘가 무슨 소릴 하는거야?" "누구?"
"이사람..." 난 최대한 눈을 똑바로 뜨고 앞에 그 허연 물체를 응시했다.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와 가까이 있는 물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긴 수염을 기른 남자? 뭐야...목소리는 분명 여자였는데...
길게 수염을 늘어뜨린 남자가 내 앞에서 아무말 없이 날 응시하고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참았던 오바이트가 터졌다.
"우웩 우웩"...친구들은 등을 두드려주면서 괜찮냐고 걱정스럽게 물었고...오바이트를 다하고 나서인지 속이 편안해지면서 술이 조금씩 깨는 것 같았다.
시야가 환해지며 내 앞에 있던 수염기를 남자를 다시 한번 보았다...그 순간 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지 내방이었다. 친구들은 거실에서 엄마에게 혼나고있었고...（왜 술을 먹였냐는둥...기지배들이 늦게 다닌다...뭐 이런 잔소리중이었다）
난 아까 본 그걸 다시 떠올렸다. 소름이 돋았다. 피가 솟구쳐 오르는것 같았다.

내가 본것은 수염을 기른 남자가 아니라 거꾸로 매달려 머리를 길게 아래로 늘어뜨린 여자아이였던것이었다.

꿈인가? 술에취해 환영을 본걸까?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 그 거꾸로 매달려 내 눈을 응시했던 그 여자아이가 떠오른다.
난 무엇을 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