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항상 눈팅만 하다가 고민에 결국 글을 올리는 22살 어린 남정네입니다.


저는 현재 현역복무중인 군인입니다.


작년 11월에 입대하여 이제 상병이 되는 아직 군생활 객관적으로 보아도 해온 날 보다 해야할 날이 더 많은 군인입니다.


저에게는 한 여자인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교 새내기시절, 2년6개월 전에 처음 봤습니다.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에 순수하고 수수한 성격, 음악 취향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같은조에 속하게 되었던지라 제가 대학와서 가장 먼저 친해진 아이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호감은 있었습니다.


애교도 없는 성격에 눈치도 없고 연애에 관련한 쪽으로는 완전 숙맥인 그녀는 친한 남자가 얼마 되질 않습니다.


대학교 새내기때, 저는 정말 엄청 친한친구들 4명을 만났습니다.


그중 한명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길래, 그 때 당시만 해도 호감은 있었지만 연애에 관심이 없던 저는 그 둘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친구는 그녀에게 정말 엄청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눈치도 전혀 없는 그녀는 저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다며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멍충이）


여름방학이 되서 저는 알바하느라 학원다니느라 바빠서 연락을 잘 못했고 어느날 그녀에게 갑작스런 카톡이 왔습니다.


"방학인데 어디 놀러 안가?"


당시만 해도 별 계획이 없던 저는 아직까진 계획이 없다고 대답해 주었고, 제 대답에 그녀가 말했습니다.


"계곡같은데 놀러가자!"


순간 저는 벙쪘습니다. 저는 누구누구 가냐며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과와 관련된 활동을 얼마 하지 않아 친구가 얼마 없다는걸 아는 저는 멍청한 질문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음... 더 모을까?"


그 말에 둘이서 놀러가자는 말이였다는 것을 깨달은 저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제 친구가 마음에 걸려서 더 모으자고 했고 결국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반년간 노력하다가 지친 제 친구는 혼자서 술로 날을 새며 감정을 풀었습니다.


지켜보던 저는 사실, 제가 정말 나쁜놈같지만,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녀는 항상 저에게 먼저 연락을 하곤 했습니다.


이것저것 참여하길 좋아하는 저는 항상 바빠서 그녀 얼굴을 수업시간 외에는 보기 힘들어서 일주일에 한번이나 볼까 했지만 항상 저에게 먼저 연락해주고 웃는 모습은 분명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가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같은 과 동기와 CC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CC를 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고 저는 휴학계를 제출했고 광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광주집으로 돌아와 학원에서 파트타임강사일을 하며 학자금대출 갚기에 여념이 없었고 군입대에 대한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던 저는 여자친구와 연락이 점점 뜸해졌고 한달에 한번 서울 올라가는 것 조차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를 눈치챈 여자친구가 울면서 저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저는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여자친구가 생긴지 한달정도 후에 그녀도 남자친구가 생겼고（친하게 지내던 남자애가 고백을 했는데 고백하기 전까지도 그저 좋은 친구로만 알았답니다. 제가 봤을 땐 누가봐도 관심있어 하는게 보이는데...） 그렇게 각자의 연인에 집중하면서도 연락은 꾸준히 했습니다.


입대하기 한달전부터 제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만났던 저는 그녀 또한 보았습니다.


어쩐일로 서울에 올라왔냐고 묻는 그녀에게 저는 '그냥'이라는 말로 얼버무렸습니다. 사실 조용히 입대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간단히 얼굴 본 후 그녀가 수업에 들어갈 때 즈음, 저는 혹시 내가 조용히 입대하면 섭섭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렇게 서운해하는 표정이란, 처음보았습니다. 얼굴 가득 서운한 표정으로 그래도 유일하게 있는 친구라는 남자가 말도 안하고 조용히 입대하면 자기는 뭐가 되냐며, 서운해 하던 모습에 말을 꺼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11월 25일. 공군으로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 기본군사훈련단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길면서도 짧았던 6주가 지난 후, 저는 2박3일의 외박을 나왔고 핸드폰에 쌓여있는 카톡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과 특성상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은 과인데다가 제 주변에 비해 조금 늦게 입대한 편에 속하는 저는 많은 친구들에게 연락이 온걸 보며 나름 뿌듯해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그녀의 카톡이 보였습니다.


바로 저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쩜 전화 한번 없냐고 핀잔을 주던 그녀는 전화조차 할수 없는게 훈련소라는 저의 말에 알았다며 힘들진 않냐며 물어왔습니다. 괜찮다고, 그나저나 너는 잘 사냐며 이야기하던중 저는 그녀의 남자친구 생각에 혹시 깨지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아직까지 사귀고 있다는 그녀의 대답. 이어서 제가 면회나 오라며 장난스럽게 화제를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근데 나 남자친구 면회도 안갈것같은데..."


그 말에 저는 순간 사이가 별로 안좋구나 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속으로 은근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러부터 한달 후 저는 광주로 배치를 받았고 헌병으로 근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화를 했을 때 왜이렇게 연락을 안하냐며 또다시 핀잔을 들은 저는 전화 매일할까? 라며 물어보았고 그녀는 친구도 없고 심심하다며 그래주면 나야 덜 심심하고 좋지 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 하던 중,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일주일에 두번정도 연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잦은 연락에 그녀가 싫어하면 어쩌지, 친구사이라도 틀어지면 어쩌지 라는 걱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전화할 때마다 서로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았던지, 지금 생각하면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일로 한시간 넘게 통화를 하곤 했습니다. 항상 다른 주제. 저는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이었습니다. 전화를 끊을 때 즘 되면 그녀는 또 전화해 혹은 내일 또 연락해~ 라며 끊고는 했습니다.


휴가를 꽤나 길게 나갈 때가 있었습니다.


서울에 올라가 친구들을 만나며 놀았습니다. 그녀 또한 만났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보았습니다.


안그래도 예쁘장했던 그녀가 너무 예뻐졌습니다.


순간 멍한 얼굴로 쳐다보다가 그녀의 어디갈까 라는 질문에 퍼뜩 정신을 차렸습니다.


한적한 카페에 들어가 그동한 못다한 이야기를 하듯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문득 그녀의 사진을 한장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카카오톡을 하는척 몰래 그녀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녀를 바래다주고 헤어져서 돌아가는 길에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몰래 제 사진을 찍어서 짠! 하며 보내주는 겁니다.


어라? 피식 웃으며 저 또한 몰래 찍었던 그녀의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서로 황당해하다가 웃었습니다.


휴가가 끝나고 일병의 생활을 다시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2달동안 파견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녀를 좋아하는것인지 친구로 여기는 것인지에 대한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파견을 오면서 그녀에게 한달 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일부러 연락 하나 없이 지냈습니다.


매일같이 전화해서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속으로 꾹꾹 눌러담는게 익숙해지고 그렇게 한달 반이 흘렀습니다.


헌병 업무의 특성상 다른 공군병들에 비해 항상 야근을 해야합니다. 야근을 하며 순찰을 하는 와중 하늘을 보는데 달이 무척이나 밝았습니다. 얼마전의 슈퍼문이 곧 찾아온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목소리가 정말 미치도록 듣고싶었습니다.


근무시간중이지만 순찰을 핑계로 나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조심스레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목소리에 순간 저는 제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휴가 나오면 보라고 카톡했는데 아직까지 안나왔냐며 묻는 그녀의 물음. 그동안 왜 이렇게 연락을 안했냐는 그녀의 질문에 저는 신비주의라며 지금 생각해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를 대답을 했습니다. 밀당하냐는 그녀의 물음에 그저 웃고 말았습니다.


그녀와 통화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문득 혹시 누군가가 그녀를 채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군인이라 기회조차 없는데, 누군가 그녀를 먼저 채갈까봐 마음을 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라 누군가가 금방이라도 채갈 것 같았습니다.


장난스레, 아무렇지 않은 척 연애전선에 이상은 없냐며 물었고 그녀는 주변에 남자가 하나도 없다며 넋두리를 해댔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의 휴가일정이 잡혔습니다.


추석 전, 저는 서울에 올라가 그녀를 보고싶었습니다. 정말 보고싶었습니다. 한편으론 그녀를 보면 제가 참지 못하고 제 본심을 말해버릴까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그녀에게 하루를 비워두라며 약속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휴가가 이틀 후로 미루어졌고 그녀와의 약속이 깨졌습니다.


전화해서 그녀에게 약속을 취소해야할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제 목소리가 너무 기운이 없던 탓일까요. 그녀는 너가 왜 미안해하냐며, 휴가가 밀린거면 어쩔 수 없는거 아니나며 오히려 저에게 위로를 해왔습니다.


그녀는 추석연휴때 고향으로 내려가고 버스,기차 어느것도 그녀를 보러가기에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여태까지 우울합니다.


군인이라서, 군인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본심을 숨기고 지내려니 힘이 듭니다.


사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저는 정말 좋은 친구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제 성격상 이렇게 마음 졸이며 지내기가 너무 힘이들어 친구로 지낼것인지 더 발전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던지 둘중에 하나는 하고 싶습니다.


그녀에게 본심을 말 해도 될까요.


목소리가 듣고싶어서 전화를 거는 순간에도,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에도, 그녀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복받으실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