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2년. 막 공익을 끝내고 편입공부를 시작한 시기였다. 편입학원에서 만난 동생이 캐나다에서 온걸 알게 되었고 해외에서 사는것이 어떤지 항상 궁금해 했던 나는 그 친구와 급속하게 친해져서 편입학원 다니는 내내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입공부를 시작한지 한 3개월이 되었나? 그 동생이 마침 캐나다에서 알고 지냈던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왔다며 같이 만나보겠냐고 해서 만나서 여기저기 소개도 시켜주며 이틀정도 정말 재밌게 놀았었다. 캐나다에서 온 친구들이라 그런지 역시 생각과 행동들이 참 달랐고 나도 모르게 캐나다에서 한번 살아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입실패 후） 그럼 무엇이 좋을까 하던나는 사촌형이 다녀왔다던 워킹 홀리데이를 떠올렸다. 해서 형에게 전화해 워킹홀리데이 어떻게 하는게 좋겠냐고 묻자 형의 대답은 "응~ 그거 인터넷으로 알아봐서 해~"라고 쿨하게 끊었다. 하기사 맞는 말이다. 사촌형은 다녀온지 벌써 7년도 더 넘은 시점이기 때문에 알려줄게 없겠구나 싶었다. 사촌형의 쿨한 반응은 의외로 나에게 독립심을 확대 시켜준거 같다.

인터넷 검색 결과, 워킹홀리데이는 1년에 두번 열리며 각 2000명씩 이며 선착순이라는 것이었다. 근데 그 해는 캐나다 정부가 새로운 이민법을 적용하느라 원래 열려야했던 3월이 아니라 거의 6월까지 미뤄지게된 사상 처음으로 있는 일이 있던 해였다. 4월말쯤부터 알아본 나에겐 완벽한 기회였다. 일단은 여러 서류들을 미리 다 준비시켜놓고 선착순이라는것이 어떤의미인지 알아보던중 워킹홀리데이 설명회가 있다는 글을 보고 참석했다. 그 자리엔 내 또래의 분들이 많았고 글이 있던 카페의 매니저님이 오셔서 환영해주시며 선착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셨다. 여러 정보들을 기입하는란들이 있고 그것들을 한자도 틀림없이 25초 안에 작성을 완료해야 소위 비벼볼만 하다는 매우 걱정스러운 말씀을 하셨다. 시간제한이 있다는것을 듣자 강의장 안 사람들은 약한 탄식을 했다. 그러니 매니저님은 비법을 전수해 주셨다. 액셀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정보를 넣는란은 뻔하니 미리 복사 붙여넣기를 할수 있도록 정보를 모두 적어놓고 드래그만 빠르게 하라는 것이었다. 이 비법으로 나는 2000명중 600번대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할수 있었다. 내 기억에 나는 기입하는데 15초 정도 걸렸던거 같다. 여튼 안정적인 번호대가 나오고 워킹홀리데이 비자 게시판은 다들 인증하느라 불타올랐다.

혹시 위에서 말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기간이 사상 처음으로 미뤄졌다는것을 기억하는가? 이때문인지 또 사상 처음으로 비자가 나오는데 한달이 넘게 걸리게되었다. 카페의 매니저님 조차도 본인도 비자가 나오는데 이렇게 오래걸리는것은 처음보신다며 당황해 하셨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게시판은 걱정에서 분노에서 내려놓음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캐나다는 원래 슬로우한 나라가 아니냐 우리가 그 슬로우함을 좋아해서 캐나다를 가고 싶어하는것 아니냐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 해주는 글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평균보다 오래걸리는 진행을 딛고 점점 비자가 나왔다는 사람들이 인증을하면서 나도 계속 크롬을 새로고침하며 기약없이 기다렸다. 물론 선착순 번호 순서대로 나온것 같지는 않다는게 중론이었다. 결국 나도 받고 슬슬 가족들에게 말씀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사실 부모님께 '통보'를 했다. 간다고 여쭤보면 안된다고 하실까봐 한 행동이었는데 지금은 참 죄송하다. 아버지께 말씀드렸을때 아버지의 가장 친하고 오래된 친구분의 가족들이 내가 가는 벤쿠버에 사신다고 하시며 혹시 비상상황이 생기면 그 친구 가족들에게 연락하면 될거라며 연락처를 주셨다. 나도 한시름 놓으며 저한테도 친구들이 있으니 너무 걱정마시라고 말씀드렸다.

바야흐로 갈 시간이 되었고 그때는 2013년 11월11일 빼빼로 데이에 한국을 떠났다.


- 심심해서 써본 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