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드코어개그의 결정체-_-천상입니다.

굉장히 오랜만이지요?

이유인즉슨, 얼마전에 제가 뇌종양을 앓아서 병원에 입원을 했었습니다.

병원에 한달 가까이 입원을 하고있다보니

역시 에피소드란게 생기게 되더군요^^;

오늘은 병원에서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서

간단한 에피소드 식으로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Prologue.

한달 전, 가족들과 밥을 먹다가

갑자기 내가 게거품을 물며 발작을 했다.

물론 나는 기억이 안난다-_-;



동생이 119로 신고하여

긴급 후송하고나서 정밀검사를 해보니

아무래도 뇌에 악성 뇌종양이 자라고 있는것 같다고 한다.



양성도 아니고 악성이라니..

평소에 건강하던 나한테 이게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_-



아직 23살인데..

제대로 된 연애한번 못해봤는데..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평소에 건강관리한다고

하루에 세시간씩 운동하던 나였는데..

이런식으로 허무하게 죽을 순 없었다.




그리하여

내 인생 처음으로

투병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Episode 1. 입원을 하다.


평소에 워낙 몸관리에 철저하고

감기같은 잔병치레한번 안하던 나였기에

이번에 하게 된 입원은

나에게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 내가 입원한 곳은

일반 병실이 아니라

중환자실이었는데..

말 그대로 스스로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중환자분들이 모여있는 병실이었다.



수 많은 간호사들이 내 옆을 지켜주었지만

편의상 김간호사와 최간호사 두명에 대해서만

적어보도록 하겠다.




천상 : 안녕하세요 간호사님들（__）

김간호사 : 네 안녕하세요^^; 여긴 무슨 일로?

천상 : 아.. 제가 이번에 중환자실로 입원을 하게 되었어요

최간호사 : 아.. 그럼 일단 환자복으로 갈아입으셔야겠네요

천상 : 그래야죠 헤헷..



김간호사와 최간호사는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분들로서,

한창 남자친구한테 애교나 부리며 지낼법한

가녀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간호사 : 자, 환자님! 이제부터 환자복으로 갈아입혀드리겠습니다.

천상 : 갈아입혀주다니요? 제가 갈아입을게요.. 여기 탈의실이 어느쪽에 있



내가 미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최간호사는 훌러덩 내 상의를 벗겨버렸다.

정말이지 고도의 기술이다.

-_-




나도 저런 기술 하나 배워서

애인한테 써먹고 싶을 정도로

최간호사의 옷벗기는 손놀림은

정말이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천상 : 켁!! 이거 왜이러세요!! 제가 갈아입는다니까요

최간호사 : 환자님은 중환자세요.. 그러니 저희가 도와드려야죠

천상 : 저 팔 다리 부러져서 온게 아니고 머리아파서 온거에요

최간호사 : 그래서요?

천상 : 옷 갈아입는거 정도는 혼자 할 수 있다구요

최간호사 : 그래두 중환자잖아요.. 중환자가 어떻게 옷을 혼자 갈아입어요!!

천상 : 이거 정말 말이 안통하는군-_-




최간호사는 열심히 손을 놀리더니

10초가 채 지나지 않아

상의를 환자복으로 갈아입혀주었고..




최간호사 : 그나저나 운동하셨나봐요? 몸이 탄탄하신데요 ㅎㅎ

천상 : 운동이 취미거든요^^;

최간호사 : 헤헤.. 그러셨구나..

천상 : 그나저나 최간호사님은 취미가 어떻




최간호사는 나에게 말을 던져놓고

나로 하여금 방심하게 만들더니

곧바로 내 바지를 벗겨버렸다.




천상 : 정말 손놀림이 빠르시군요-_-;;

최간호사 : 흐흐..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천상 : 실례지만 저한테도 이 기술을 좀 가르쳐주시겠




말을 하는 도중에

뭔가 아랫도리가가 심하게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상 : 저... 팬티는 왜 벗기시는 겁니까?

-_-





말을 들어보니 병원 규칙상

환자복안에 팬티를 입지 않게 되어있기 때문에

다 벗겨버렸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23살이나 먹어서

같은 또래로 보이는 간호사들한테

팬티까지 벗김당하니까

꽤나 수치스러웠다.




그래서

존나 좋았다.

-_-




미친자...





그나저나

이때 최간호사가 나에게 했던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최간호사 : 위에는 근육질이시던데 아래는 빈약하네요? 풉!!!

천상 : 제 하체가 빈약한지 아닌지 직접 한번 경험해 보시겠어요?

최간호사 : -_-




Eposode 2. 심박수 측정기

중환자 실에 입원하면서

난생처음 심박수 측정기라는 것을 달아보았다.


'뚜.. 뚜.. 뚜.. 뚜..'


지그재그 그래프 모양을 그리며

분당 심박수를 알려주는 이 기계.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자주 나오는 기기이므로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분당 70회 정도의 심박수가 나온다고 하는데

본인은 평소에 운동을 좀 열심히 해서 그런지

분당 50회 정도의 심박수가 나왔고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몸을 최대한 나른하게 만들어놓으면

분당 심박수가 40회 정도까지 떨어졌다.

-_-




천상 : 오.... 내 심장이 튼튼하긴 튼튼하군 음하핫!!

혼자 자랑스러워했다.




찐따같은 놈

-_-




아무튼... 신기한 눈초리로

내 심박수 측정기를 쳐다보고 있는데

문득 심박수 측정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가슴에 붙어있는 기기를

잠깐 떼어내서 보고있는데



'뚜.. 뚜.. 삐~~~~~~~~~~~~~~~~~~~~~~~~~~~~~~~~'



가슴에서 기기를 떼어내자마자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일자 그래프를 그리며 심박수가 0으로 표시되는게 아닌가




천상 : 오호 신기하닷!! ㅋㅋㅋㅋ



혼자 좋아하고 있는데

미처 3초가 지나기도 전에

간호사 5명정도가 얼굴에

눈물콧물 범벅이 될정도로 헐레벌떡 달려와서



간호사들 : 환자분, 괜찮으세여?????

천상 : 네 괜찮은데요-_-

난 기기를 은근슬쩍 다시 가슴에 붙여놓았다.



간호사들은 이리저리 기기를 살펴보더니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김간호사 : 혹시 기기에 손댄건 아니시죠?

천상 : （뜨끔!!）

최간호사 : 환자분 심박수에 이상이 생기면 경고음이 난다구요

천상 : 아.. 그렇군요..





간호사들은 곧 해산하였고

난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며

편안히 마음을 먹고 있었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몸을 축 늘어뜨리니

심박수가 점점 내려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분당 심박수가 40정도까지 내려가게 되었다.




이때 갑자기 또 간호사분들이

발바닥이 벗겨지도록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간호사들 : 환자님, 괜찮으세요????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_-



천상 : 네.. 보시다시피 너무 멀쩡해서 탈인데요..

간호사들 : 음.. 이상하네..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낮았었는데..




아무래도 이 기기는

심박수가 낮게 출력이 되도 경고음이 울리는 모양이었다.



처음엔 그냥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근데 문제는

내가 졸려서 잠만 들려고 하면

심박수가 내려가서 간호사들이 뛰쳐오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_-;;




천상 : 제가 원래 심박수가 낮은편이라 자꾸 경고음이 나는가봐요

김간호사 : 자꾸 경고음이 나는거보니까 그런거 같네요..

천상 : 그럼 어떡하죠? 경고음이 안나도록 할수는 없나요?

김간호사 : 저희 마음대로 기기를 조정할 수가 없기때문에 안되요..

천상 : 아.... 그럼 어떡해요?

김간호사 : 주무시지 마세요

천상 : 네?

김간호사 : 정신 똑바로 차리고 주무시지 말라구요

천상 : -_-





결국 난 그날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만했다.

잠에 들려고하면 자꾸 경고음이 울려서..

-_-





다음날 아침에 김간호사가 환자들 상태를 체크하다가


김간호사 : 천상씨는 어젯밤 한숨도 못주무셨나봐요? 얼굴이 퀭하네요 ㅎㅎ

천상 : 당신이 자지 말라면서요

김간호사 : 농담한거였는데

천상 : 죽여버릴테다

김간호사 : -_-




Episode 3. 수술 후 찾아온 고통

처음엔 입원해있는 환자분들이

왜 저렇게 끙끙 앓아대는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수술을 하고나니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수술한 부위는 머리인데..

온몸이 너무 아파서

머리아픈걸 잊어버릴 정도였다. -_-;



항생제를 24시간 투여하다보니

속은 계속 쓰리고

아무것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날이 갈수록 야위어갔으며

숨쉬는거 자체가 고통이었다.



이런말 하면 안되겠지만

정말 숨을 쉰다는게 힘들어서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너무 아팠기에...

손가락하나 움직이지도 못하고 끙끙 앓은채로

침대에 누워서 빈사상태로 버틴지 4일..



4일동안 먹은 거라고는

음료수 한병 정도였고 -_-;

그나마 먹은 음료수도 먹다가 삼키질 못해서

바로 화장실에 가서 토를 해버렸으니

아무것도 먹지 못한거나 다름없을 터..

결국 변비가 찾아왔다.

-_-;



뭐 먹은게 있어야

똥을 싸지.. 안그래?







어느날 혈압을 재러온 김간호사와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김간호사 : 혈압은 괜찮으시네요^^;

천상 : 저.. 근데 물어볼게 있는데요

김간호사 : 네, 말씀하세요

천상 : 제가 요즘 먹은게 없어서 그런지 똥이 안나와요-_-;

김간호사 : 아.. 수술후 많이들 겪는 현상이에요^^; 며칠정도 되셨어요?

천상 : 일주일이요

김간호사 : 음.. 잘못하면 힘주시다가 머리 실밥 풀려서 터질 수 있어서 위험한데..

천상 : 그럼 어떡하죠...

김간호사 : 제가 약을 처방해 드릴테니 드셔보시겠어요?

천상 : 네 감사합니다^^;





김간호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대략 2시간 정도 지나자

미칠듯한 복부팽만이 오면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천상 : 오오오!!! 심상치 않은 기운이다!!




그러나 화장실을 가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10분정도 낑낑대다보니

그새 힘이 다 빠져버리고

뱃속은 다시 조용해졌다.



천상 : 이런 젠장할!!!



그리하여 다시 2~3일 정도를 낑낑 앓다가

도저히 안될것 같아서

김간호사에게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김간호사 : 그럼 좌약을 한번 드려볼까요?

천상 : 좌약이라뇨..

김간호사 : 이건 먹는 약보다는 효과가 좀더 있거든요^^;

천상 : 흐음..





왠지 그냥 좌약은 넣기 싫었다.

꺼림찍하지않은가..

똥을 싸야할 곳으로 약을 넣는다니..-_-

그런데 이때 옆에서 보고있던 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엄마 : 야, 너 그러다가 머리 터지면 어떡할라고 그래

천상 : 하.. 하긴 그렇지..

엄마 : 엄마가 잘 넣어줄테니까 일단 해보자

천상 : 그래-_-




엄마의 설득에 힘입어

좌약을 한번 넣어보기로 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김간호사가 좌약을 들고 왔다.




김간호사 : 자, 좌약 넣어드릴께요

천상 : 켁;; 그걸 왜 누나가 넣어요.. 엄마가 넣어주면 되지

김간호사 : 병원 규칙상 간호사가 넣어주게 되어있어요^^

천상 : 뭔놈의 병원이 이리 규칙이 많아 니미랄..

김간호사 : 비스듬히 누워서 옷좀 내려보세요

천상 : （밍기적.. 밍기적..）



난 쪽팔린 나머지

느릿느릿 바지를 내리는듯 마는듯 하고 있는데


김간호사 : 왜이렇게 동작이 느려요!!

라고 김간호사가 한마디 외치더니

옷을 발목있는데까지 내려버렸다.

-_-



존나 터프한년

-_-





김간호사 : 자, 좀만 참으세요~ 들어갑니다

천상 : 절 맘대로 범해봐요..




뭔가 거대한 물체가 하나

쑤욱 하고 들어왔다.


천상 : 컥!!!!!


김간호사가 어찌나 터프하게 쑤셔넣던지

손가락까지 같이 들어갔나보다

-_-;;





천상 : 저.. 저기요.. 저도 집에가면 귀한 아들인데 좀 소중하게 다뤄주실래요?

김간호사 : 말좀 하지 말아봐요.. 아직 다 안넣었어요

천상 : -_- 네?

김간호사 : 좌약이 총 두알이거든요^^ 하나 더 들어갑니다

천상 : 뭘 좌약을 두개나 넣어요-_- 그건 말도 안... 컥!!!!!!!




뭔가 하나가 더 들어왔다.

기분이 젖같다.

-_-




그리고

이 썅노무 가시내는

바지도 안올려주고 그냥 갔다.

-_-





난 그 자리에서

바지를 발목까지 내린채로

조용히 몇분간 흐느꼈다.

흑흑..




김간호사..

다음에 보면 혼내줄테다!!!



병원에서 아주그냥 치료는 안받고

능멸만 받았네-_-




Epilogue.

사실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글로 쓸라고 하면 10부작으로 시리즈를 써도

모자랄 정도로 많습니다.



그정도로 저에게 긴 시간이었고

또한 느낀것이 많았던 시간이었으니까요..



처음에 뇌종양 판정을 받았을 때만해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술하고나면

최악의 상황에 바보가 될 수도 있고,

반신마비가 올거라는 의사의 말에

그때부터 조금씩 두려움이 느껴지더라구요..



게다가 수술하고 나니까 몸은 어찌나 아프던지..

정말 모든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제 나이가 지금 20대 초반입니다.

한창 세상 즐길 나이이고,

여러가지 배워야할 나이다보니

사소한 고민도 많았었는데요

예를들면 이성문제라든가

진로문제라든가.. 하는 것들의 문제지요^^;



그런데 의사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수술하다가 죽을 확률이 50%이고,

수술을 성공해도 반신마비될 확률이 50%가 넘는

이러한 상황에 오게되니

제 고민은 하나로 일축되더라구요..



그건 바로



'살고 싶다..'



라는 고민이었습니다.





평생 남들에게 빌어먹으며 살아도 좋고,

멸시받으며 살아도 좋고,

여자랑 손한번 못잡아보고 살아가도 좋고,

비굴하게 살아도 좋으니..





남들처럼 온전히 팔다리를 움직이며

온전히 밥을 먹고,

온전히 숨을 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건 저에게 있어서 꽤나 큰 교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고생하신건 저희 어머니이신데

한달간 단 한시도 제 곁을 떠나지 못하고

늘 제 손을 잡아주고

제가 낫기를 기도해주셨습니다.




손을 잡았는데

평소에 성격 호탕하고

바퀴벌레도 산채로 잡을 정도로

털털하신 저희 어머니께서

두려움에 덜덜 떠시는게

손끝으로 그대로 전해지더군요...




어쨌거나, 제 스타일에 맞게 글을 쓰다보니

글이 희화화된건 사실입니다만

여러분들 중에 혹시라도

'살기 싫다..'

'나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

'그냥 죽어버릴까?'

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 글을 읽고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목숨이라는건 그 어떤 것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가치를 한번 찾아보세요.



전 절대로 제가 재수없게 뇌종양에

걸린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운이 좋게도 수술이 잘되서

악성 뇌종양 수술후에도 멀쩡히 살아갈 수 있는

커다란 행운을 얻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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