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 한마리를 키운다.


나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마다

（차조심해요）

하고 속삭이며 마음을 전한다.

마법사가 주문외우듯.

실제로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기도하면

그들이 무사하다고 믿기때문이다.


젊어서 거칠고 피흘리던 시절.

나는 쇳덩이같았다. 

그리고 검정비닐을 꽁쳐둔 오토바이로 

담배를 입에물고 업무를 보곤했다.


비린내 풍기는 민락동을

구석구석 누비다보면

처참한 몰골로 늘어진 아이들을 마주하곤했다.

무쇠같던 나는 아무리 참혹한 모양새도

아랑곳하지않고 

검정비닐 한두장을 꺼내

슬픔을 감싸 한쪽으로 치워주곤했다.

젊어서 독하게 피워대던 담배 한 개비 

향처럼 붙여놓고,

진심으로 좋은곳으로 가도록 기도했다.


그들을 하나하나 마음으로 떠나보내길 4년정도.

못해도 일주일에 한번은 향담배를 피웠으니, 오십마리가 넘었을때 더 이상 세지않았다.

하루에 두번 피운 적도 있다.

이 땅은 지옥이다.

갈수록 쇳덩이는 무뎌졌다.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이놈들이 조심하길 시작했는지

로드킬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동네 대부분의 아이들과 눈인사를 하며 지냈다.

그때 생긴 습관이다.

（차조심해요）

온 마음으로 전달한다.


4년이 더 흘렀다.

더이상 거리를 슬프게 거닐지 않아도 됐다.

거친직장을 벗어나 따뜻한 곳으로 옮긴나는

마음으로 구조한 고양이 한마리를 

지금까지 키우는 중이다.

일곱살 난 우리딸의 사랑을 듬뿍받으며

둘은 서로 잘때도 온몸을 맞대고 잠든다.


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들. 

（차조심해요） 주문을 눈인사와 함께

딸아이도 나처럼

똑같이 따라하는중이다.


불꽃한점 없던내가

부드럽고 따뜻한 털뭉치에

얼어붙은 쇳덩이가

딸아이의 조심스런 기도에


온통 당시의 생각으로 가득차서

오늘 출근길은 유난히

따뜻하다.


여전히 내 가방속엔

검정비닐봉지가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