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로져 에버트에게 빠져있습니다ㅋㅋ

가볍게 소개를 하자면 30년이 넘도록 미국 '시카고 선타임스'라는 매체에 꾸준히 영화 리뷰를 게재하고 있는 전설적인 영화평론가입니다. 쉬우면서도 통찰력 있는 리뷰로 유명하고, 작가주의적 영화보기의 선두주자인듯합니다.

저서 '위대한 영화'들도 좋고, 우선 방대한 집필량에 놀랐습니다ㅎㄷㄷ 하루에 3편 이상의 영화를 매일 보고, 더 놀라운 것은 몇 년 전 지병으로 턱의 반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했음에도 여전히 현역! 엄청난 영화사랑의 소유자인가 봐요.

아래의 글은 최근 본 영화 [사구]에 대한 로져 에버트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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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있는 내 친구는 이 영화를 "꿈같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앞뒤가 맞지도 않고, 특수효과도 싸구려야. 하지만 영화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느긋하게 마음을 정화해봐. 그러면 나쁘진 않아."
그의 설명은 제작비 4,000만 달러의 영화에 대한 극찬은 아니었지만, 나를 프랭크 허버트 원작의 대작 영화 [사구]를 보게끔 했다. 난 특수효과가 별로인 것쯤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영화를 첨단 기술로 바꿔 놓은 시대라 해서 [제국의 종말（1980）] 같아 보이는 영화면 안 되는 법도 없지 않은가. 영화가 꽤 재밌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구]는 약 9분 만에 내 예상을 깡그리 무너뜨렸다. 이 영화는 정말로 엉망이다. 이 시나리오는 역사상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꼴사나우며, 엉성하고, 요령부득하다. 색상도 전혀 좋지 않고, 필름은 모든 것을 햇빛에 오래 그을린 것처럼 혼탁해진 황색 필터를 통해 보여준다. 당신도 동의할 것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물 한 방울 없는 사막행성이고, 사방은 모래 천지이다. 데이비드 린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에서 보여준다. 그는 사막을 추레하고 우중충한 곳이 아니라 아름답고 신비한 곳으로 만들어 냈다.

이 영화의 플롯은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을 읽은 사람들에게 훨씬 친숙할 것이다. 영화는 젊은 영웅의 개인적인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사악한 남작에게 대항하고, 사막행성에서 생산되는 마약인 스파이스의 우주적 교역망을 파괴하려고 한다. 스파이스는 사람에 영생을 부여하는데, 당신은 그것을 점점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설정에는 여러 가지 신학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만, 더 따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영화에는 많은 배역이 나오고, 설명되지 않거나 불명확한 관계가 너무 많이 설정되어 있으며, 유사한 행동방식이 넘쳐난다. 그래서 종종 우리가 스토리를 보고 있는 것인지 소설 속의 주제들에 대해 명상을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이 영화는 마치 꿈과 같다.） 때로는 충격적인 영상이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소금물에 떠 있는 외계인의 뇌라던가, 사막을 가르며 나아가는 샌드웜의 첫 등장 같은 것들이다. 그렇지만 처음 보는 모습이 충격적이라 하더라도, 그 영화의 특수효과는 자세히 보면 허점이 드러난다. 샌드웜의 머리는 점점 개구리 커미트를 만든 공장에서 나온 듯한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 （둘은 같은 입 모양을 하고 있다.） 사악한 남작은 너무도 뻔하게 줄로 조종되어 공중을 떠다닌다. 영화 속의 우주선은 너무 꾀죄죄하고 세부묘사나 관련 치수가 부족하다. 마치 플라스틱 모형을 식탁보에 비추어 찍은 학생들이 만든 영화 같아 보인다.

영화상에서 아주 즐거워 보이는 인물은 없다. 배우들은 우스운 복장을 하고 둘러서서 문맥상 의미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대화를 입으로 우물거린다. 그들에게는 독립적인 장면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즉, 조연들이 출연했다가 이유 없는 용건으로 퇴장하는가 하면, 뜬금없이 발생하는 뭔가 불길하고 심오해 보이는 분위기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기도 한다.[사구]는 시작부터 심각하게 통제 불능인 기획으로 보인다. 세트장이 세워지고 배우들이 고용되었지만, 쓸만한 대본은 없고 모두가 최대한 대본을 날조했다. 몇몇 낡은 특수효과에 사활을 걸고, 제작진은 책을 읽어 본 모든 사람이 그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행운을 빌었던 것이다. 이건 비밀인데,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P.S. 1 - [사구]의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린치와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감독 데이비드 린은 다른 사람입니다.

P.S. 2 - 개구리 커미트（Kermit the Frog）는 The Muppet에 나오는 개구리 캐릭터입니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