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앞을 지나가던 창수가 나를 발견한다...그리고 멈춰서서 나를 부른다..

어색하게 손을 흔드는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창수...



그리고 창수의 시선은 내 옆에 서있는 민영이를 향한다...움찔...창수의 시선이 잠깐 흔들린다..

그리고 그 시선은 설마에서 곧 확신으로 바뀌면서 입을 통해 말로 나온다.





"어? 너 민영이 아니야?"





이럴수가...창수가 민영이를 알고있다니;; 보통은 아무리 친한 후배라도 그 동생까지는 모르지 않나?

물론 알수도 있겠지만...어쨌든 지금 이걸로 인해 내 입장은 상당히 난처하게 되버렸다.



이젠 내가 민정씨가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하필이면 어째서 민정씨의 동생 민영이와 그것도 극장에서 함께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하하....조용히 끝내고 싶었는데...-_-





오늘은 유난히도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 우연을 스스로 끊기 위해

극장 밖으로 뛰쳐나왔것만..이런 나의 행동이 오히려 극장 앞을 거의 다 지나가던;; 창수와 나를 마주치게 했다.

조금만 늦게 나왔어도 마주치지 않았을텐데...이것 역시 우연이라면 우연인건가...?





지금 내 머릿속은 극도의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차라리 아까전의 공포영화를 보는 편이 더 나았을 정도로..

내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이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민영이는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창수를 마주한다.





"아..창수오빠? 안녕하세요"





확실히 민영이 역시 창수를 알고 있는 듯 하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창수를 향해 반가운 듯이 미소를 짓는다.





"어? 진짜 민영이 맞네? 긴가민가 했었는데..."





창수의 말끝이 흐려진다.. 민영이 임이 분명함을 확인한 창수의 다음 시선은 나를 향한다,

창수의 저 눈빛...저 눈빛 하나만으로 녀석은 나에게 많은걸 물어보고 있다.





'너 임마 내가 소개팅 시켜준 민정이는 어쩌고 다른 여자랑 극장에서 나오는거야?

그리고 같이 나오는 여자가 민정이 동생 민영이라니? 대체 어떻게 된거야?

내가 실수로 민정이가 아니라 민영이를 소개시켜줬냐? 음,,,,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리가 없잖아-_-

대체 어떻게 된거야 임마!!!'





역시 인간은 대단한 존재이다... 눈빛 하나만으로 저 모든걸 담아낼수 있다니..

물론 그걸 완벽히 읽어내는 나도 대단하지만;;



아무튼 창수녀석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다만 내 눈을 지긋이 쳐다볼 뿐이다.

녀석도 눈치가 빠른 녀석이라 지금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걸 눈치챈 모양이다.





그리고 나 역시 녀석에게 대답의 눈빛을 보낸다..





'나중에 말해주마..;;'





내 시선을 받은 창수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사나이는 눈빛으로 모든게 통하는군;;

아무튼 지금 이 미적지근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정리하는게 더 중요했다.



뭐 민영이는 창수가 소개팅 주선자인걸 모를테니까.. 아니 알아도 할수없다.

이미 만난건 만난거니까... 어쩔수 없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빠질수 없는 한가지 또 다른 의문..이건 내가 아닌 민영이의 것이지만...





“창수오빠! 태중오빠 친구세요?”





하긴..민영이도 지금 많이 당황스러울 테지..단순히 언니의 소개팅 상대였을줄만 알았던 나라는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는 또 다른 오빠와 친구라니,,





“응 고등학교때부터 동창이야”





“아,,그랬구나...”





뭐 흔히 있을수 있는 일이다. 자신이 아는 사람이 또 다른 사람과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것..

물론 지금의 경우는 민영이가 아는 것보다 더 꼬이긴 했지만..... 하아..

그나저나 창수 이 녀석은 갑자기 그것도 하필이면 이시간에 여긴 왜 지나간거야?;;





"너 여긴 무슨일이야?"





"나? 난 그냥 잠깐 은행 갔다 오는길이지 넌 영화보고 나오는 길이야?"





"으응;;"





"민영이랑?"





"으응;;;"





"흐음...."





녀석도 녀석 나름대로 지금의 현 상황에 대해 많이 궁금한 눈치이다.

하지만 아까의 눈빛 교환 때문인지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





"영화는 재밌게 봤어? 민영아?"





"네 좀 무섭긴 했지만 태중오빠랑 같이 봐서 덜 무서웠어요^^"





"태중이랑? 공포영화를?"





창수의 저 질문은 태중이랑 공포영화를 봤냐는걸 재확인하는 질문이 아니다..

창수 녀석과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랜시간 절친하게 지내온 사이이다. 한마디로

난 녀석을 녀석은 나를 잘 알고 있다는걸 의미한다.



그렇다는건 내가 공포영화라면 기겁을 한다는걸 창수 역시 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질문은 굳이 번역하자면





뭐? 저 겁이 많고 공포물이라면 기겁을 하는 태중이랑 공포영화를 봤다구?





라고 풀이할수 있다.





-_-





아무튼 민영이는 이 질문에 저런 의도가 담겨져 있는걸 모르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없이 천친난만하게 대답했다;;





"네 태중오빠는 하나도 안무서워 하던걸요. 저만 영화 보는 내내 계속 놀래고^^;

태중오빠가 저 때문에 고생 좀 했어요"





"흐음...그렇단 말이지....."





"네^^"





오호 태중이 너 이녀석,,,크크크... 란 표정으로 창수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하하....난 이제 몰라;;

오늘의 나는 평소의 내가 아니었단 말이야;;;흑...





" 음...그럼 이제 영화 다보고 집에 가려구?"





창수의 질문은 민영이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둘 다 에게 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창수의 질문은 민영이를 아까전의 우물쭈물한 자세로 다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현실을...





하긴... 창수 녀석으로 인해 잠시 잊었지만..

난 조금전 민영이에게 집에 들어간다고 말하고 이별을 고한 상태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전에 민영이는 나에게 배가 고프다고 말한 상태이고....



민영이가 배가 고프다고 말한건 분명 저녁을 먹으러 가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건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알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민영이의 의사를 거부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통보했다.

그리고 창수를 만나게 되고...





뭐 이런 상황이란 거다,,,

창수가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내게 있어 특별히 달라지는건 없다.



다만 창수를 만났을뿐..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들켜서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뿐..

난 그냥 이대로 집에 간다고 하면 그뿐이다.

달라진건 없다. 내 결심에는 변함이 없다, 어차피 끊어질 인연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끊는게

나를 위해서 좋은 것이다..





" 어..이제 들어가 봐야지.."





"그래? 아직 해도 안졌는데 뭘 벌써 들어가? 영화까지 봤으면 같이 밥도 먹고 좀 그러지

안 그래도 저녁시간인데 그러지 말고 나도 저녁안먹었는데 같이 밥먹으러 가자 오케이?"





"에...?"





"민영이도 오케이?"





"전 오케이요^^"





내 옆에 있던 민영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창수녀석..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난 집에 들어가봐야 된단 말이야 우워어;; 젠장;;; 오늘은 정말 내 맘대로 안되는 날인것 같다...;;



뭐 밥 같이 먹는것 정도야 상관없겠지만...창수도 있고..

하긴 민영이가 영화도 보여줬는데 그냥 헤어지는게 조금 찜찜하긴 했으니까..하지만..

민영이는 당연히 사준다 쳐도 창수녀석은 왜;;; 아 사주기 시러;;





결국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인해 민영이와 창수 나 이렇게 셋은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었다.

뭘 먹을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결국 감자탕을 먹기로 했다.



왜냐하면...





민영이가 먹고 싶다고 했으니까;;; 물론 창수 녀석은 자기는 끝까지 삼계탕을 먹어야 겠다고 했지만

（얼어죽을 삼계탕은;;;） 정 먹고싶으면 혼자 먹고 오라는 나의 말에 얌전히 감자탕을 먹기로 했다.





아무튼 민영이가 맛있다고 해서 찾아간 감자탕집...따로 아는 집까지 있는걸보니까 감자탕을 좋아하긴 좋아하나보다.

전혀 안그렇게 생겼는데;; 역시 식성이랑 얼굴은 상관없는 것이군;;;





감자탕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 뒤 난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당연하다는듯이 창수도 함께했다;; 마무리 지을 일이 있었기에...





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창수 녀석이 내게 묻는다.





"너 임마 어떻게 된거야?"





"뭐..뭘?;;;"





"뭘은 얼어죽을.. 너 민정이는 어쩌고 민영이랑 같이 있는거야?

내가 민정이를 소개팅 시켜줬지 민영이를 시켜줬냐? 능력도 좋은 놈 영계가 좋다 이거야?

니 맘대로 바꿔치기 하냐?"





"헛소리;;; 그런거 아냐 임마.."





"그럼 어떻게 된일인데? 말을 해야 알거아니야"





"그러니까 그게..."





난 창수에게 소개팅 시작에서 부터..민영이를 만나고..그리고 창수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줬다. 그리고....내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던 창수..

얘기가 다 끝나자..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서서히 입을 연다.





"음..그러니까 민정이가 30분 내내 여물씹는 표정만 짓고 갔단 말이지? "





"그래;;;"





"이상하다...민정이가 그럴 애가 아닌데...."





"내가 보기엔 충분히 그런 분이던데?;;"





"내가 민정이를 신입생때 부터 봐왔는데 걔를 모르겠냐?

민정이 착한 애야 임마 이유없이 그럴 애가 아니라구"





"그럼 내 얼굴이 이유라도 된다는거냐;;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





"니 얼굴이 이유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민정이는 그렇게 개념없는 애가 아니거든

그리고 니 얼굴이 어때서? 너 정도면 무난해 임마."





"아무튼 난 몰라;; 난 최선을 다했어;;"





내 말에 창수 녀석은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젖는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쉬면서 다시 말을 꺼냈다.





"하아....뭐 잘 안됐다는데 내가 뭐 할말이 있겠냐....그냥 그렇게 끝났으면 된거지..

그래도 민영이는 용케 만났네?"





"우연이야 우연;;"





그래 이건 분명 우연이다. 내 인생에 단 한번 있을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일어난 것 뿐이다.

그리고 난 그 인연을 강제로 끊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우연이 인연되는 거지 뭘 크크 그래도...민영이 어때? 괜찮지 않어?

민영이 고등학교 때부터 알게 됐는데 정말 괜찮은 애야.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좋고.."





"그거야 그렇지;;; "





"오호...이거 마음이 있긴 있나본데..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김태중이 공포영화를 볼리가 없지 크크"





"그런거 아니야 임마..."





창수는 진지할 땐 진지한 녀석이지만 평소에는 장난기가 넘치는 녀석이다.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잘 생긴건 아니지만 훤칠한 외모로 학교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다. 그래봤자 여자친구가 없다는건 나와 똑같지만..;;



아무튼 평소와 같은 장난섞인 창수의 질문이지만... 난 평소처럼 장난으로 받아치지 못하고

진지하게 대답할 수 밖에없다.. 그런거 아니라고..



난 민영이에 대해서 만큼은 항상 진지해야 한다.. 나 자신도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풀었다간.. 아까전의 내 결심이 흔들릴것만 같기 때문이다..내 머리가 끊임없이

나에게 명령한다, 민영이는 안된다고..상처 받을 짓은 하지말라고,., 그리고 나 역시 그걸 알고 있고..





"뭐 아무튼 소개팅이야 잘 안된셈 치고 기왕 민영이 알게된거 친하게 지내봐





"어..그래."





"그럼 민영이 기다릴텐데 이만 들어가자 슬슬 음식 나왔겠는걸?"





"응;;"





화장실을 나와 창수와 함께 식당에 들어가자 민영이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음식 나왔어요^^"





환하게 미소짓는 민영이... 그리고 그 미소가 나를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아마도 그렇겠지..어째서 민영이는 나에게 저렇게 친철한걸까? 나 이외에도 모든 남자에게 그런 것일까...?

아마도 그럴것이다.. 굳이 내가 아니었어도 함께 영화를 보러 갔을것이고..배가 고프다고 말했을테지..

그리고 저렇게 환하게 미소 지어줬을테지...





그러니까...쓸데없는 감정따윈 버리자! 그걸로 된거야..그래..





자신감 부족..? 그럴지도 모른다... 여자에 대해서만큼은 한심할 정도로 자신감이 결여...?

유머감각이 부족해서? 얼굴이 잘 생기지 못해서? 이런 내 자신을 너무 잘 알아서?



푸핫.. 이런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나름대로 내 자신을 설득시키고 다짐도 해보았다..

그리고 나름대로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오늘 소개팅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그리고 민영이 앞에서도...





말로는 모든게 쉬웠지만 다른 장소에선 자신감도 충만했지만..민영이 앞에 막상 서보니 알거 같다.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겠지만...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난 안된다고....





자리에 앉자 민영이가 직접 큰 냄비에서 감자탕을 덜어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게 보기만 해도 침이 흐를것 같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민영이가 퍼준 감자탕의 감자를 호호 불어가며 한입 입에 넣는데 민영이가 말을 꺼낸다.





"아 맞다! 아까 오빠들 화장실 간 사이에 언니한테 전화왔었어요"





응? 언니라면 민정씨....?





씹던 감자를 차마 삼키지 못하고 민영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

내 마음 속을 읽기라도 한 듯 창수가 똑같이 대답한다.





"민정이가?"





"네. 언니 핸드폰을 지금 제가 가지고 있거든요,"





"아..그래?"





창수는 굳이 그 이유에 대해서는 민영이에게 묻지 않았다.

이미 나한테 화장실에서 모든걸 들었으니까 굳이 물어볼것도 없겠지.





"그래서 뭐래?





창수의 간단명료한 질문에 민영이가 대답한다.





"지금 여기로 오겠데요"






하마터면 입안의 감자를 뱉을 뻔 했다.....








아마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