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이끄는 곳



제 1장 - 모든 것을 바로잡을 첫걸음



제 3화 - 전룡검



"비하령이라면...쾌속비천검의 비하령을 말하는건가?..정녕 그렇다면.."



세류는 전신을 감싸고 올라오는 희열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드디어 살아날 방도가 보인 것이다.



"과연...아까의 지진으로 이곳에 설치해놓은 각종 결계가 깨어진 거로군. 고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



런 뜻밖의 행운이 일어날 줄이야.."



세류는 관으로 보이는 제단위에 올려진 상자를 향해 세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큰절을 올렸다.


제단으로 다가가자 상자의 옆부분에 꼭 사람의 손이 들어갈만한 크기의 구멍이 나 있고 옆에 글귀가 적


혀져 있었다.



-'이것은 재력（材力）을 가늠해보는 시험으로서,그대가 만약 악한 마음을 품었다면 이곳은 절대로 열리지


않을것이며, 또한 큰 봉변을 면치 못할것이다.'



"음...이제와서 돌아나갈수도 없으니 일단 해보기로 하지."



세류는 자신의 손을 집어넣으려다 잠시 주춤거렸다.



'확실히 어떠한 위험이 닥칠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행동하는것은 신변에 위협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수도 있으니 선례（先豫）를 남기는것이 좋겠지.'



세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침 떨어져있는 쇠막대기를 발견했다.



"자...그럼!"



세류는 쇠막대기를 천천히 틈 안에 집어넣었다.


순간 눈부실정도로 붉고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써컹!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틈의 윗부분에서 칼날이 튀어나와 그 단단한 쇠막대기를 단숨에 두동강을 내버렸


다.



"꿀꺽.."



세류는 자신이 목격하고도 믿겨지지 않는 장면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건?!'



-쿵!!



갑자기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세류가 뒤로 급히 물러서자마자,방금 세류가 있었던 자리에 돌로 된


큰 바위가 떨어졌다.



"이..이거 생각보다 만만치 않겠는걸.."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자칫하면 복수는 고사하고 이자리에서 곧바로 골로 갈 상황이 벌어진 것이


다.이제 달리 남은 방법은 없었다.



"어차피 나는 이미 한번 죽은 목숨이다.천운（天韻）으로 살아난 목숨.사내로 태어나 이런 모험 한번쯤 해


보고 죽는것도 괜찮겠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 부들부들 떠는 세류의 모습은 심한 부조화를 만들어냈다.



-꿀꺽



다시금 침을 삼킨 세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한 뒤, 단전을 중심으로 내공, 즉 기（氣）라고 불리우는 기운을


전신으로 순환시켰다.


운기조식이 끝나자 세류의 피곤에 젖은 두 눈이 다시금 생기를 찾아 반짝였다.



"그럼..간다!"



눈을 꼭 감고 손을 틈안에 넣은 세류는 잠시동안 아무일도 없자 천천히 눈을 떳다.


하지만 다시금 뿜어져나오는 청록색 빛에 다시 눈을 감아야만 했다.



-파아앗!



'큭...뭐..뭐냐!'



손도 틈에 꽉 끼인것처럼 빠지지 않았기에 세류로서는 눈을 꼭 감는 수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점차 정체불명의 밝은 청록색 빛이 사그라 들기 시작하면서 세류의 몸은 힘없


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조금 뒤, 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 적막이 찾아오려 할 무렵 다시금 상자에서 눈부실 정도의 밝은 황금


색 빛무리가 물결쳤다. 한동안 밝은 빛을 뿜어내던 상자는 시간를 두고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꽤 시간이 흘렀을 무렵, 상자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황금빛의 마지막 빛줄기마저 어둠속으로 사라지


고, 상자가 완전히 열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허공에서 비하령의 것으로 추측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나의 무공（武功）을 전수받은 자여.. 힘으로 실현한 정의（正義）는 힘으로 무너진다는것을.. 또한 강압적인 혼란


의 종식은 또다른 혼란의 시작이라는것을 잊지 말게.부디 나의 힘을 그대가 옳다고 생각되는 곳에 써 주게나.."



그 말을 끝으로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져 가더니 종래에는 아주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다.


...



"으음...."



세류는 더 누워있고 싶다는 몸의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을 무시한 채로 힙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여기는...?"



주위를 둘러보자, 곧 백두산의 중턱쯤 되는 곳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래. 분명히 비하령의 묘에서 정신을 잃었는데..."



무심결에 자신의 바로 옆에 시선을 두었던 세류는 못보던 검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 뭐지..?"



이상하게도 자신의 내면 깊은곳으로부터 흘러나온 이질적인 기운이 자신 옆에 떨어져 있는 검（劍）과 공


명（共鳴）하고 있었다.무언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자신은 처음 보는 검이 마치 자신과 오랜 세월을 보낸 친물（親物）같이 느껴진다면,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리라.


세류는 자신도 모르는사이에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검집은 전체적으로 짙푸른색의 계통이었는데,청룡이 뇌전（雷電）을 다스리는 모습을 나타내려는 듯 한 양


각（陽刻）이 새겨져 있었다.


검의 손잡이는 매우 실력있는 장인（匠人）이 손을 본 듯 상당히 세밀하면서도 또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


었다.손잡이 역시 전체적으로 푸른색의 계통이었는데, 손잡이의 끝에는 여의주를 문 청룡의 모습이 조각


되어 있었다.



-챙!



살짝만 뽑았는데 청명한 소리를 내며 단번에 검집에서 떨어져나오는 검의 모습에 세류는 입을 다물지 못


했다.분명 언뜻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검이었으나, 수백년이 지난-비하령의 묘（墓）에서 나왔을 확률이


가장 크므로.누가이런 명검（名劍）을 여기에 두고 갔겠는가?


-오래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단번에 공명음을 울리며 뽑혀져 나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지만,밝은 푸른색과 노란색이 적절히 섞인 검신（劍身）은 가히 황홀경에 마지않을 지


경이었다.나름대로 명검이라고 생각했던 세류의 검도 이 검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라 할 수 있을만큼 이


검은 엄청난 명검이었다.


어째서 이런 검이 자신의 옆에 떨어져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검강（劍剛）를 다루는 절정고수들의 싸움이 아닌바에야,실력이 비슷한 자들끼리의 결투는 단연 검（劍）의


좋고 나쁨에 따라 결정되는것이 당연지사였다.


한참동안 검의 황홀한 모습에 빠져 헬렐레거리던 세류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은 쫓기는 입장이었다. 적어도 이렇게 검을 보면서 헤벌레 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주변을 경계하며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던 세류는 다시한번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단전 안에 기（氣）가 엄청난 양으로 불어나 있었다.


그것도 이질적인, 타인의 기 같이 결합이 되지 않는 기가 아니라, 마치 예전부터 수련해오던 그것처럼 아


주 자연스럽게 단전 안을 유영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기의 양으로만 따지자면 5갑자. 즉 현경（賢境）에 가까웠다.


천천히 단전 안의 기를 내보내 전신을 순환케 하자 폭발적인 속도로 증폭된 기들이 전신의 혈관을 타고


회전했다.수십번의 운기조식끝에,점차 느리게 순환하던 기들은 다시 단전으로 돌아갔다.



"후...후아.."



증폭된 기들이 날뛰는 바람에 진정시키느라 정신력（精神力）의 소모가 극심했다.


본래의 진기（眞氣）와 잘 혼합되기는 하였으나,역시 하루아침에 얻은 큰 힘인터라 제어가 어려운것은 당


연지사였다.



"으음...빨리 이동해야겠다. 일전（日前）에 들어간 비하령의 묘지（墓地）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것


같으니,무슨 수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련의 졸개들이 덜미를 잡기 전에 벗어나는것이 상책을


터.진기가 증폭되었다고는 하나 아직은 통제가 불가능하니.."



입맛을 다시던 세류는 고심해서 이름을 지은,전룡검（電龍劍）을 들고 일어섰다.



"얼레?"



일어선 세류는 전룡검을 등에 메려다 잠시 주춤했다.



"키가......커졌다..?"



전룡검의 길이는 4진（1진=32.5cm）이 조금 안되는 길이를 자랑하는 장검이었다.


즉,원래대로라면 절대로 허리에 찰 수 없었다.-그래서 등에 메려 한 것이고.-그런데 무슨 조화인지 전룡


검을 허리에 멜 수 있을만큼 키가 훌쩍 자라버린 것이다.



"이게 무슨 조화지...?혹시 진기의 증폭과 관련이 있는건가?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가까운 민


가（民家）부터 찾아야겠군.곧 날이 어두워 지겠는걸."



청룡검을 허리에 단단히 멘 세류는 곧바로 청운유운보（淸雲流雲步）를 시전하여


빠르게 백두산을 벗어나며 생각했다.



'이 힘이 비록 천운으로 얻은 힘이라 할지나,유련 네녀석에게 복수하기에는 더할나위가 없겠지. 기다려


라! 내 기필코 네 녀석에게 받은만큼 돌려주겠다. 아버지의 몫까지..'



석양을 배경으로 사라져가는 세류의 뒷모습은 세파（世波）에 휩쓸려 온 세상의 고뇌를 다 짊어진 자의 그


것과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었다.



*-*-*-*-*-*-*-*-*-*-*-*-*-*-*-*-*-*-*-*-*-*-*-*-*-*-*-*-*-*-*-*-*-*-*-*-*-*-*-*-*-*-*-*-*-*-*-*-*



시험 때문에 연재 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 적지만 제 글을 보시는 모르는 분들께 죄송한 ）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