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를 드리우며,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노동으로 굳어버린 일상, 무감정한 회색 눈동자가 바다를 바라봤다.

문밖에 낚싯대를 드리운 그는 망망대해를 바라봤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이따금 지나가는 선박들마저도 희미한 점으로 보이는 그곳은 세계의 끝이라 해도 좋은 곳이었다.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고, 그 역시 아무도 찾지 않았다.

"오늘은 참돔을 낚아볼까?"

그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슬쩍 들어올린 입매와 서글서글한 눈동자가 누군가 대화를 하듯 즐거워보였다. 하지만 그의 앞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머잖아 낚싯대가 크게 휘었다. 잽싸게 낚싯대를 들어올린 그는 천천히 그의 포획감을 들어올렸다. 등쪽이 붉고 비늘이 각진 것이 참돔이 분명했다. 그의 눈이 희열로 번뜩였다.

낚싯대를 내리고 작살을 빼든 그가 문밖의 참돔을 찍어 안으로 들였다. 씨알이 굵은 것이 이틀은 족히 먹을 수 있을 터였다.

"참돔 참돔!"

펄떡이는 참돔 옆에서 자신도 참돔이 된 양 몸을 퍼덕거리던 그는 대충 비늘을 벗기고선 그대로 참돔의 등을 물어뜯었다.

비릿하며 짭짤한 바닷물과 그보다 더 비린 생선피가 혀를 적셨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너무나 그리웠다는 듯 우악스럽게 생선을 씹어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