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젠도 똥이니 대놓고 홍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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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


여기에 기록 할 것은 내가 듣고 느낀 점을 비교적 정확하고 거짓이 없는 형태로 적어두고자 한다.

일단 내 소개를 먼저 해야겠군.

난 그림자 제 1백인대의 십인 대장의 자리를 맡고 있는 나이트다. 아직 기사 작위를 받지 못해서 성은 없지만, 언젠가는 꼭 받아내고야 말 생각이다. 물론 전공을 쌓는 게 먼저겠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음……. 뭐랄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직업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아무튼 누군가가 이 일기를 보고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오늘은 제국력 350년 9월 8일이다. 날씨는 굉장히 춥다. 지금 있는 곳이 트윈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인 노스워치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늦여름이 물러가자마자 이런 추위라니 믿기지 않는다.

정말 농담이 아니라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다. 어찌나 추운지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입김이 모락모락 솟아난다.

이런 날씨 속에서 신병을 데리고 훈련시키는 것만큼의 고역이 또 있을까? 나는 짜증이 치솟는 중이다. 이름이 피브릴이라고 하는 놈인데, 어리바리하고 허당이라 또 마음에 안 든다. 다들 하는 훈련을 그만 못하니 조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 으로써 별로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뭐, 물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겠지.

훈련은 간단하다. 모조무기를 들고 실제로 싸우는 것이다. 모조품은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사실, 위험하진 않아도 그 무기에 맞으면 오지라게 아파서, 훈련용 가죽갑옷의 두께에 의심이 가게 만든다.

나는 신병에게 곧바로 그 훈련을 시켰다. 신병은 당연히 계속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놈은 첫날에 울었다.
둘째 날에는 다리에 피멍이 들어서 제대로 걷지 못했다.
셋째 날에는 아예 팔을 축 늘어뜨리고 맞기만 하고 있었다.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부터 그놈만 데리고 나와 특별 훈련에 돌입했다. 하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도통 무기를 어떻게 휘두르는지 모르는 듯싶었다.

특별면담을 위해 나는 나무로 만든 워해머 모조품 상자를 준비해 그놈 앞에 나타났다.

“신병아, 받아라.”
나는 그의 발 치 앞에 툭 떨구었다.
“그건 워해머라고, 너 같은 초보자가 쓰기에 아주 좋은 무기다.”

“예…옙.”
놈은 손을 덜덜 떨면서 그것을 손에 쥐었다.

“좋아, 딱 한번만 할 테니깐 잘 들어. 일단 이 워해머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알려주지. 워해머의 머리는 보다시피 단단하고 평평해. 보통 상대를 가격하기에 좋아.”
나는 워해머의 머리 부분으로 우뚝 솟아있는 나무인형을 후려쳤다. 나무인형에서 상당한 타격음이 들렸다.

“이렇게 말이야. 그리고 여기 뒤쪽에 보면 뾰족한 부분이 있는데, 이걸로 가격하면 상대방을 마치 바위를 찍는 곡괭이처럼 찍어버릴 수 있어. 이렇게.”
그렇게 말한 나는 이번에는 뒤쪽 부분으로 나무인형을 세게 후려쳤다. 순간 툭소리와 함께 나무인형에 워해머 모형이 박혔다. 나무인형도 금이 쫙 가버렸고, 워해머 모형도 부러져 버렸다.

“이거 봐. 이놈이 모형이니 망정이지……. 사람이면 어떻겠어? 그냥 저승 행으로 직행이지 뭐.”
나는 다시 상자에서 워해머 모조품을 꺼낸 뒤 손에 쥐었다.

“머리로 가격하면 상대방의 갑옷을 우그려 뜨릴 수 있고, 뾰족한 뒤편으로 가격하면 상대방 갑옷을 뚫어 버릴 수 있어. 다만 뒤편으로 가격하면 다시 무기를 회수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뼈 같은데 걸리게 되면 더 지체되고 말이야. 좀 알겠어?”

“옙.”
놈은 대답했지만, 왠지 주춤거리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았다. 며칠간 두들겨 맞기만 했으니, 자신감을 잃어버릴 만도 했다.

속으로는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꾹 참고 신참에게 말했다.
“자, 이제 무기를 어떻게 써야하는지는 알겠지? 그럼 좋아. 아까까지 배운 것을 토대로 나에게 덤벼봐.”

놈은 엉거주춤하게 있다가 요상한 기합소리를 내며 나에게 덤볐다. 워해머 모형을 두 손으로 쥐고 나에게 무작정 휘둘렀는데, 그 동작이 어찌나 큰지 피하는데도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나는 대충 피하다가 신병의 허리 쪽을 가격해 주었다. 놈이 허리를 잡고 쓰러졌다.

“동작이 너무 커. 두 손으로 잡지 말고 한손으로 잡아.”
내말을 들은 그는 일어나서 모형을 한손으로 잡으려고 애를 썼다.

“공격 할 때는 번개처럼 해야 되. 빠르고 짧게 말이야. 자, 다시 덤벼봐.”
그가 다시 일어나서 나에게 돌진해서 오른손에 쥔 모형 워해머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악력이 무게를 이기지 못했는지 모형이 휙 하고 날아가 버렸다.

나는 어 하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흉부 쪽을 가격했다. 신병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그가 한심스러워서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이놈을 쓸 만하게 바꾸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한참을 훈련하던 우리는 해가 떨어지자 그만 정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맛있는 고기스프와 빵, 그리고 블루치즈 였다.

우리는 다 같이 모여서 라셀 신께 기도를 드린 다음 게걸스럽게 저녁을 먹었다. 특히 신병 놈이 정말 잘 먹었는데, 어찌나 빨리 저녁을 먹던지 저러다가 빵쪼가리가 목에 걸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켁켁…….”
마침내 사래가 들었는지 신병이 기침을 했다. 옆에 있던 라비아가 등을 두들겨 주면서 물을 주니 허겁지겁 받아 컵 안에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천천히 먹어.”

“감…감사합니다.”

라비아는 신병이 귀여운 모양이다. 저런 식으로 살갑게 대해주는 것을 보면 확실하다. 글쎄, 그녀의 신병시절이 떠올라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사실 다른 이들도 오래간만에 들어온 신참이라 별로 미워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그래도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거슬린다. 그가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전투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의 떨어지는 능력이 우리 조에 어떤 해가 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오늘은 제국력 350년 9월 12일이다. 날씨가 이제는 완연한 가을 날씨가 되어서 아침에는 서리가 내릴 정도였다.

짧은 가을이 지나면 이젠 겨울이 되겠지.

노스홀드 놈들이 언제 쳐들어올지는 모르겠다. 아마 지금쯤 노스워치를 상대로 진격하고 있을지도. 더 늦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대비를 해야 한다.

이실라 대장은 오늘 백인대 회의에서 노스홀드가 대충 3000명 정도 될 것이라는 첩보를 우리에게 전했지만, 솔직히 내 생각은 다르다. 난 한 6000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대영주라면 그 정도 병력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200명. 상대편은 6000명. 절망적인 숫자 차이다. 이 정도 숫자 차이면 무기를 버리고 도망 가는 게 상책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마음을 꾹 참고 있다. 탈영이라는 것 자체가 트윈에서 용서받지 못할 짓이니깐.

숫자차이는 내가 어쩌지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신병을 훈련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도 신병은 멍청이가 아니었는지 워해머 쓰는 법을 대부분 익혔고, 워해머 모형을 들고 멀뚱하게 서있지도 않는다.

그러나 실전과 훈련은 틀리다. 나는 그가 실전을 겪을 때까지 계속 ‘신병’이라고 부를 생각이다. 이미 다른 조원들은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모양이지만 상관없다.

사실 그 신병은 굉장히 적응을 잘하고 있다.
다른 조원들에게도 싹싹하게 잘하고, 무엇보다 나한테서 하나라도 더 배워야 겠다는 열의가 눈에 보인다.

오늘은 그를 다른 조원들과 같이 훈련을 시켰는데, 타비스와 같이 짝이 되었다.

나는 훈련을 돌입하기에 앞서 타비스에게 신병이니깐 잘 알려주면서 하라고 했고 타비스는 알았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타비스는 경험 많은 베테랑이니 잘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했다.


훈련이 시작되고, 타비스와 신병이 서로 마주보았다. 신병은 모조품 워해머를 들고 있었고, 타비스 역시 가짜 도끼를 손에 쥐었다.

“시작해.”
시작하라고 하자, 신병은 기합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그는 패기 넘치게 워해머를 휘둘렀지만 타비스는 간단한 동작으로 그 무기를 피했다. 그리고는 도끼의 손잡이로 신병의 옆구리를 찍었다.

“억.”
나무로 만든 모조품이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무게가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상당했으리라. 신병이 주춤거리자, 타비스는 나무도끼를 들어 그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신병이 넘어졌다.

안타깝게도 신병은 넘어지면서 무기를 손에 놓치고 말았다.
그는 무기를 쥐고 다시 일어났다. 머리에 상처가 생긴 듯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 했다.

타비스는 그런 그를 일어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아까와 비슷한 방향인 머리 쪽이었다. 신병은 그 도끼를 보자마자 풀쩍 뛰어서 피했지만, 타비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신병을 쫓아 돌격했다.

타비스는 도끼를 가로로 휘두를 모양인지, 무기를 든 팔을 뒤쪽으로 쭉 빼면서 달려들었다.
마치 돌진하는 황소를 보는 듯 그의 기세는 매우 성나있었다.

나는 그 순간 신병의 표정을 봤다. 그는 전혀 겁먹은 표정이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 큰 결단을 한 그런 모습이었다.

신병은 타비스가 가장 가까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다가 타비스가 도끼를 휘두르려는 그 순간 워해머를 앞으로 찔렀다. 워해머는 타비스의 얼굴에 그대로 틀어박혔고 타비스의 머리가 순식간에 뒤로 확 젖혀졌다. 아마도 앞으로 돌진해 온 힘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타비스가 쓰러졌다. 신병이 이긴 것이다. 나는 이 예상 밖의 결과에 놀라며 신병에 대한 평가를 수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잘하면 괜찮은 병사가 될 것 같기도 했다.


사실 난 오늘부터 신병을 이름으로 부를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노스홀드 병력의 급습으로부터 살아남으면 그때부터 부를까 한다. 그때까지는 아직 이름없는 ‘신병’일 뿐이다.

전장에서 들어오는 사람마다 정을 주면 그 사람을 잃을 때 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사막에서 있었던 그 혈투의 전장에서 나는 그 아픔을 똑똑히 겪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살아남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이름을 기억하기로 다짐했다. 그 외의 사람들과 친해지면 그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마음이 아플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누군지는 몰라도 내가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자기 방어라고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