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하루는 오늘도 따분하다. 하염 없이 치는 파도를 바라보다, 방파제 위를 기는 갯강구로 눈을 옮긴다. 퇴근도 그의 따분함을 가시게 하지는 못하라. 무미건조한 얼굴로 사람들의 파도를 헤쳐나온 그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감시 카메라도 없는 구식 엘리베이터지만, 그 반 평 남짓한 공간은 그에게 안식을 선사했다.

저절로 나오는 한숨을 되삼키며 그는 문을 연다. 제대로 된 가구라고는 의자와 책상밖에 없는 집, 쓸데없이 두 개나 있는 의자가 괜히 그의 외로움을 증폭시켰다. '저기 누군가 앉아있었으면' 그는 언제나 뇌까리던 말을 오늘도 거듭했다.

그런 그의 바람 때문일까, 일순 의자의 그림자가 움직인 듯도 싶었으나 그건 단지 그의 착각이었다. 그는 오래되어 명멸하는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래도 내가 그새끼들보다는 낫지.'

컴퓨터가 켜지는 사이 그는 맥주와 노가리포를 들고와 앉는다. 탄산이 새는 소리가 나자 그는 침을 꿀꺽 삼킨다.

'후우, 이새끼는 진짜 자살 안 하나.'

그는 ○○○가（이） 쓴 글을 보며 혀를 찼다. 대학생이 되고는 그래도 사람이 좀 된 줄 알았거늘. 병신은 병신이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인간이었다.

하긴, 그의 눈에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밀덕에, 씹덕에, 게다가 조류에 중2병에 걸린 구제불능의 쓰레기들까지. 그러나 군계일학이라고, 그의 눈에도 다르게 보이는 사람은 있었다.

그 게시판을 위해 가장 힘썼으며, 언젠가는 자신도 그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그는 언제나 어린이를 사랑하며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진정한 모범시민이었다.

'하, 분명 이 사람은 외모도 존나 잘 생겼겠지.'

일전 그가 대머리 사진을 올렸지만 모두들 그게 가짜인 것쯤은 알고 있었다. 단지 심술이 나서 그런 것일 뿐이겠지. 그것이라도 놀리지 않으면 그들 모두가 자괴감에 찌들어 죽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더 비참해졌다.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켠 그는 노가리포를 한줌 집어다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바지를 내렸다. 스크린엔 조류의 사진만이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