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열하게.

조류군은 모니터에 떠 있는 게시글에 반대를 눌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홈페이지에 떠 있는 접속 시간은 이미 50시간을 가볍게 돌파해버린 뒤였다.

조류군은 미미쨩 피규어를 그윽히 바라보았다.

조류군이 생각하기에, 친구란 반드시 현실에 존재하는 3차원적 생물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친구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마음에 안정과 기쁨을 주며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것이기에
그 역할을 전혀 모자람 없이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미미쨩 피규어를 조류군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나가서 친구도 만들고 만나고 좀 하렴!'

어머니의 목소리가 조류군의 머릿속을 관통하지만, 조류군은 그런 말을 언제나 한귀로 흘려버리기 일쑤였다.
친구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조류군의 집에, 방에, 그의 옆에 있기 때문이다.

"아.. 미미쨩. 미미쨩은 사실 내 친구가 아닐지도."

그 말은 조류군이 갑작스레 순간 모종의 자괴감을 느껴서 한 것이 아니었다.
조류군은 미미쨩을 서로 사랑하는 사이, 즉 친구가 아닌 애인, 또는 연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뭐, 어찌되었든 굳이 미미쨩이 친구가 아니어도 조류군이 외톨이인 것은 아니다.
언제나 들어가던 사이트의 아무도 오지 않는 변방.

몇몇 사람이 상주하고 있는 그곳이 조류군의 친구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조류군은 그곳에 써져 있는 한결같이 별 의미 없어보이는 뻘글 중 하나를 클릭했다.

딸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