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 초등학교였을 것이다.
내가 왜 그랬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불킥을 하는데,
어느날 형이 1000원코너에서 커터칼 무더기를 사왔다.
나는 그 커터칼이 어째선지 마음에 들었고 몇 개는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왜 내가 그런 호구같은 짓을 했는진 모르겠는데 애들이랑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바케모노 가타리 여캐처럼 손에 존나 무더기로 커터칼을 쥐면서
'이히히히히!!'라고 웃어재꼈고, 그 때 그 순수한 초딩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그 흑역사 생활 중 어떤 애랑 마찰이 있어 싸웠는데,
내가 털렸다. 사실 아직까지도 아쉬운 게 도중에 걔가 깨무는 치사한 짓만 안했더라도 내가 이겼을텐데 정말 아쉽다.
어쨋든 더 소름끼치는 건 내가 털리고 나서 걔한테 내가 한 말을 아직까지 내가 기억한다는 것이다.
'키킥..아쉽군..기회만 됬다면 네 녀석을 칼로 찔러서 모가지를 따버렸을 텐데..'
라고 했다.

'네 녀석'이라는 단어는 안 썼을 진 몰라도 대충 저랬다.
어쨌든 내가 저 소리를 어린 마음에 가오좀 잡고 싶어서 제딴엔 멋있었는지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는 것이다.
내 친구들은 그 후로도 내가 하는 병신짓을 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놀려먹었다.
그래서 학교가 정말 가기 싫었다. 내가 왜그랬을까. 시간을 되돌 릴 수 있다면..시발..


이라고 되뇌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