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날 찌른 사람은 벼락같은 손놀림으로 나를 찔렀다.
그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같은 공동체에서 오랫동안 같이 생활했던 사람이니깐. 솔직히 말하면 그가 나를 찔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놀랍게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자상을 입은 부위는 불에 타는 듯이 아프다기 보다는 마치 차가운 얼음물에 담겨져 있는 듯이 매우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그가 차가운 쇠로 나를 찔렀기 때문에 그 부분부터 차가워 지는 것 같았다.

마치 술에 먹은 듯 내 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걸음마가 꼬이기 시작했다. 찔려서 피가 쏟아지고 있는 자상 부위는 이젠 얼음장이 아니라 드라이아이스를 문댄 것 같았다. 얼얼할 정도로 차가웠다. 현기증이 돌고, 숨이 점점 가빠져서 손으로 잠시 벽을 짚고 숨을 골랐다.

더 이상 걷기는 무리였다.

나는 땅바닥에 앉아서 조금 쉬기로 했다. 응급처치가 필수적인 상황 같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는 무리 같았다. 그는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나를 느닷없이 찌른거지? 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솟아났지만, 그 생각은 치밀어 오르는 한기 때문에 점점 흐려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조금 쉬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