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어두운 산길을 맨발로 마구 뛰고있었다. 차갑고 축축한 밤공기를 가르며 뛰는 그녀뒤로

발자국 소리 몇개가 바싹 따라붙고 있었다. 그들의 숨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스치는것 같았고,

그럴때마다 지수의 심장은 터질듯 쿵쾅거렸다. 얼마나 뛰었을까, 저 멀리 인가의 불빛이 보이는듯 하다.

그때, 지수는 어두워 미쳐 보지못했던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넘어져

꼼짝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뻗쳐오는 그들의 손들…

“아아아악!!!!!”

벌떡 일어나 앉는 지수는 그제야 자신이 꿈을 꾼것임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꿈인것을 알고나서도 몸서리가 쳐지고 심장의 벌떡거림이 내려앉질 않았다. 20년전 그일이 다시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그때 남편 우진이 옆에서 잠에 취한 소리로 중얼 거린다.

“또 꿈꾼거야? 요즘 자주 그러네……”

그말끝에 돌아누우며 다시 잠에 빠지는 우진을 보며 지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캄캄한 창밖을 보니 시계를 보지않고서도 지금이 새벽 3시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이 꿈을 꾸고나면 눈을 뜨는것은 새벽 3시였다. 아무래도 20년전의 일이 생각나

더이상 잠이 오지 않을것 같다. 지수는 부엌에서 물한잔을 마시고 여섯살 난 딸 유리방에 들어가

곤히 자고 있는 예쁜 유리를 한참동안 내려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