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둘러보긴 뭘 둘러봐...

자네 말고 더 있어?

그래.. 자네, 자네말야.

영웅이 뭐라고 생각되나?

미친 늙은이 취급하지 말구.

난 아직 정정하다구.

뭐? 생각해본적도 없다고?

정말 세상 재미없게 사는 구만...

요즘 영화나 애들이나 보는 만화를 봐도 영웅은 그럴싸하게 멋지게 나오더구만.

악당을 물리치고 미녀를 얻고...

언제부터 이런 머저리같은 공식이 생겼는지...

원래 고대 그리스 신화를 보면 웬만한 영웅들의 말기는 비참한 최후야.

헤라클레스는 지 아내의 의심때문에 독을 쳐바른 옷에 살점을 뜯기며 죽어버리지.

다른 영웅들 얘기는 없냐구?

나도 늙었는데 그런게 기억나겠어?

이봐...이봐...

가지 말고 내 얘기좀 들어봐.

그래... 그 이야기가 좋겠군.

그때도 이렇게 살을 애는 추위에다 컴컴한 한밤중이었지...

으음...

그래.. 그 녀석도 자네처럼 바바리 코트에 중절모를 멋드러지게 쓰고 있었어.

그때가 아마 내가 센티 시티에서 구걸이나 하고 잇었을때였을거야.

지금도 구걸하는건 마찬가지지만 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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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가 지나간 낡은 신문지를 덮고 자고 있는데...

신문지가 어떤 놈한테 뺏겼는지 날아갔는지 없어졌더군.

그래서 근처에 쓰래기통을 뒤져서 신문지를 찾아내보니 다른 녀석들이 가져갔는지 하나도 없더군...

그래서 아쉬운데로 비닐봉투로 발만 감싼채 단잠에 빠지려하니...

비명이 들리더군.

누군가 강도라도 만났는지 말이야.


"살려줘~!!"


목소리가 제법 굵직한게 사내였을꺼야.

겁을 먹고 떨리는 목소리지만 꽤나 큰 목소리였어.

선잠이지만 나의 잠을 깨운 목소리였으니까 말이야.

나는 이맛살을 찌푸렸지.

잠을 깨운 것도 있지만, 시체를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어.

뭐, 꼭 시체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 골목길에서 열중에 아홉꼴이 시체가 나오거든.

시체를 내가 왜 치우냐구?

골목길에서 시체가 나오면 골치가 아프거든.

썩은내가 진동하는데다가 가끔이지만 경찰이 와서 심문을 하기도 하거든.

그래서 우리 같은 노숙자들이 근처 다리에 폐수에 버리고 있었지.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지.

전봇대 뒤에 숨어 지켜보니 굉장히 기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잇더군.

험악하게 생긴 표정과 들고 있는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게야.

비명을 질러야할 사람은 바로 아무 무기도 없어 보이는 노란 바바리 코트를 입은 신사였는데 말이야.

뭐, 등 밖에 보이지 않아 내멋대로 신사로 추측한거지만...

아무튼 험악한 표정을 가진 녀석은 한술 더 떠서 부들 부들 떨더니 칼까지 떨어뜨리더니..

바바리 코트를 입은 사내의 발을 잡고 애원을 하더군...

어처구니가 없지...

내가 센티 시티에서 생활한지 몇십년동안 처음본 기괴한 현상이었을꺼야.

그런데 그 바바리 코트를 입은 사내가 자기 발아래 있는 사내에게 뭐라고 중얼거리더군...

너무나 조그맣고 중얼거리는 말이라 뭐라는지 알 수가 없었어.

그 뭐냐.. 여자라는 말도 나오고 애원이라는 말도 나왔어.

아무래도 여자나 파고 사는 인심매매범인것 같았어.

밤이라 한적하고 조용했지만...

내가 자세하게 들을 이유도 없고 들어야 좋을 것도 없을것 같아서 그냥 흘려 들었지...

만약 마약 얘기라도 잘못 듣는 다면...

그건 집행부 인생이지...

갱 녀석들은 형사보다 더 집요하거든...

조직의 비밀을 안다면... 지옥 끝까지 따라가 입을 막아버리지...

뭐 아무튼 바바리 코트를 입은 사내가 갑자기 이렇게... 이렇게 와락 안아버리는 거야...

허참... 무슨 삼류 러브스토리도 아니고 말이지...

그런데 굉장히 순식간에... 바바리 코트를 입은 신사가 험악하게 생긴 녀석의 목을 물어 뜯더군....

'와그작'이라는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아무래도 살점은 물론 목뼈까지 뿌러진것 같았어.

으... 그 소리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아주 귓속까지 쟁쟁히 울려퍼졌지...

그것때문에 요즘에도 잠결에 깬다니까 허허...

아무튼 '와그작'거리는 소리는 한 열댓번정도 들리더군...

도망은 가야겠는데...

이 빌어먹을 다리가 겁을 먹고 움직이지 않는 거야...

그러다가... 안간힘을 주고 정신을 바짝 차리니까

이놈의 다리가 급한 맘에 소리를 낸거지... '바스락'하고 말이야...

굉장히 작은 소리였지만...

그 신사... 아니 이제는 살인마지, 그녀석이 나에게 다가오는거야...

나에게 뚜벅 뚜벅 걸어오는데... 몇분 걸리지 않는 시간인데도... 몇시간아니..몇일이 걸리는듯 싶었어...

이렇게...이렇게 스윽 지나가더군...

중절모를 슥 벗더군...

오래된 일이라 그런지 잘 생각이 안나긴 하지만...

그 사내의 입 주변에 묻은 피들은 확실히 생각이 나는군...

신기한것은 그건... 사람의 입이 아니었어...

곤충... 그래... 거미...거미와 같이 입이 좌우로 씹는 구조더군...

곤충이 웃는 건 못봤지만...

그 사내의 눈을 보고 알았지..

'씨익'하고 웃는 걸 말이야.

나는 그다음 혼절해버렸지...

일어나니 다음날이더군...

바로 그자리, 전봇대 옆이던데...

피가 바닥에 흔건히 젖어있는거야...

믿기 어렵게도... 내 눈앞에는 목이 모두 뜯긴 시체가 하나 있더군...

그것이 꿈이 아니라고 말하듯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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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로는 이 센티시티로 옮겼지...

내 이야기가 어떤가?

흐흐... 무서워서 찔끔한건 아니겠지?

이런 재밋는 얘기하나 들었으니 한냥정도는 내는게 어때?

뭐? 돈이 없다구...?

그럼 그 빌어먹을 중절모라도 벗어서 나를 좀 돕지 그래... 껄껄...

이봐... 정말 벗으려는거야?

어...

너...너는....

사...살려줘... 나...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어...!!



이...이렇게 눈까지 없잖아...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제발...!!

목숨만은...!!



-뒤풀이-

학과에 쓴지 몇달 지난것입니다.

아직도 안쓰고 잇네요 -_-ㅋ

단편으로 구상중인데...

지금보다 더 재밌을 수 잇도록...

3인칭 시점과 좀더 무겁게 다뤄보겟습니다.

커밍 순 -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