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7월 24일~22년 3월 12일 17시 05분
우리 두부가 장장 16년을 살다가 떠났다

11살에 직장 탈장 생겨서 엉덩이가 볼록하게 튀어 나와 응가를 못눠서 수술하고 잘 살다가
13살쯤부터 치매끼가 살짝 씩 있었고
14살부턴 백내장에 눈도 잘 안 보이는데다 귀도 어두워져 사람 들어와도 알지도 못하데
그러다 작년 15살 추석쯤부터 방광 탈장이 생겨 오줌 못누고 밤마다 급하게 병원 찾아 소변줄 넣고 고생하는거 고령이라 수술을 해도 될까 고민하던 차, 할수 있는건 해보자고 가족들 상의 끝에 결정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수술 후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더라

예쁘던 털도 피부병 걸린마냥 후둑후둑 빠지고
몇 년 전 처럼 뛰진 못해도 총총총 빠르게 걷고 했는데
하루하루 기운이 빠지는지 움직임도 줄고, 잠만 자데

그래도 식욕은 왕성해서 괜찮은갑다 했는데
먹는 것도 줄더니 2주전부턴 사료는 잘 안 먹고 주사기로 두유 같은 유동식을 입에 넣어 줘야 먹더라고

뭐 그거 먹고 기운 나면 한번씩 집안 구석구석 돌아봐주고, 컨디션 좋으면 사료도 먹고했는데

3, 4일 전부터 아무것도 못먹고 물만 먹어도 토하더니,
어제부턴 어디가 계속 아팠는지 낮부터 하염없이 짖었더래, 그러다 부모님 옆에서 크게 꽥! 하고 큰소리 한 번 내지르고 갔더라

두부 떠나면 화장 하려고 관이랑 다 준비 해놨었는데
아빠가 집안 산소에 가서 옆에 묻어 주자 하더라고
그러면 한식, 추석 해서 못해도 두번씩 오며가며
볼 수 있으니까 땅에 묻어 주자 더라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산에 도착 했는데
비는 부슬부슬 오고, 혹시나 멧돼지들이 파해 칠까봐 1미터 정도 땅 파는데 허리 아파 죽겠더라
두부놈 묻어 주면서 생전에 변비 생기면 안돼서 잘 못주던 딱딱한 육포랑 간식들 같이 묻어 주고, 근처 석재상에서 급하게 가져온 대리석 판으로 비석 만들어 줬다, 아빠가 4월 한식 때 와서 글씨 새기고 사진 넣고 할거래

추운 겨울 지나고, 봄 기운 들어 떠나 다행이기도 한데, 막판에 너무 아프기만 하다가서 마음이 아프다

두부 새끼야
거기선 아프지 마라
혼내고 때려서 미안해
맨날 혼자 둬서 미안해
장가도 한 번 못 보내 줬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