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VIP 라운지에서 빛나는 롤렉스를 봤을 때도, 뉴욕시내를 가로지르는 페라리를 봤을 때도

난 그저 '저게 내것이라면'하고, 헛된 망상을 품으며, 그저 방금 사온 과자를 사료 마냥 쩝쩝대며 바닥을 뒹굴거리곤 했지"



그는 어둡고 칙칙한 첫인상과 다르게, 마치 웅변가처럼 점점 더 격정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나는 그저 사료를 퍼먹는 돼지가 아닌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이자 사랑을 탐구하는 철학자가 되었소.

그저 망상이 아닌 데이지에 홀린 개츠비처럼 말이지, 아- 위대한 게츠비는 읽어보셨나? 제목 정도는 유명했으니까 말이외다.

사랑! 그 덕분에 나는 지금, 음침한 방구석 히키코모리에서 암컷의 마음을 쟁취하려는 진정한 남자가 되었단 말이오, 아시겠소?"



-"그래서 선생께선 지금 사랑을 느끼고 있다는 거요?"


퇴근시간을 기다리던 나는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겨우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는

알량한 위선에 힘 입어 아무래도 좋은 대답을 그에게 던졌다.

그리고 나의 질문에 답하려는 그의 대답은 보기좋게 무시한 채-



-"...미안하지만, 나는 선생께서 말하는 사랑이라는 걸 아직은 잘 모르겠소,

다만, 선생을 찾아뵐 경관분께선 좀 더 사랑을 아는 로맨틱한 사람이길 바랄 뿐이오"



나는 만화캐릭터로 보이는 여자아이의 외설적인 모습이 그려진 일러스트 몇장을 훑어본 뒤, 자리를 떠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