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년도 군번이다
102보로 입대했고 22사단 55연대에서 복무했다
전투지원중대에서 근무했고 연대직할이었다
4.2 박격포를 운용했고 말로는 다 못할 그지같은 경험도 많이 했다
시리즈별로 군생활을 회상할 생각인데 전역한지 10년도 넘어버려서 기억이 날진 모르겠다
입대할 사람들, 복무중인 사람들 이 글을 읽고 개미 다리털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살 어느날
우편통에 호랑이가 따봉하고 있는 표지의 우편이 꽂혀있었다
입대영장은 아니었고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우편이다
고졸하고서 LPG 가스 충전소,고깃집에서 알바하며 하루하루 살던 나는
신검받으라니 신검을 받으러 갔다
신검의 과정은 상당히 간소화되어있었는데
안과 -> 눈 안보이거나 이상한거있음? ㄴㄴ 다음
내과 -> 병있음? ㄴㄴ 다음
정신과 -> 너 인성 문제있음? ㄴㄴ 다음
대충 이런 식이었다
시력검사하고 헤드셋끼고 소리나는 쪽의 팔을 드는 머저리같은 검사까지 마치고 내 이름이 호명되고 모니터앞에 섰다
3급 현역
왜 3급이냐? 20살당시 키 180에 몸무게 103kg 정도 됬었다
비만이어서 3급
친구들도 대부분 1급아님 2급
아직까진 입대할 생각도 없었기에 3급이든 1급이든 내알빠?
충전소 알바 , 고깃집 알바 갔다 집에가서 컴터하면서 낄낄대다 자고
친구들 만나서 피씨방가서 겜하거나 술처먹거나 하는 잉여로운 생활을 즐기는 도중에
엄마의 그따위로 살거면 군대나 가버려! 하는 말에 정신이 번쩍들어
입대날짜를 찾아봤다
내 20살 당시 취업난이 심각해서 다들 군대를 먼저 조져버리자! 라는 심보로 입대신청이 엄청 밀려있었다
6월 7월 8월 9월 모두 풀 스케줄
한숨쉬며 10월을 클릭하니 26일에 입대신청가능 표시가 눈에 띄었다
화요일 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102보는 화요일 입대
대학을 안가서 수강신청의 경쟁이 뭔지 잘 모르지만 아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5월이었으니 10월까지 5개월 개꿀 앙 기모띠
군대 간다는 명분하에 잉여 of 잉여중 최 상 잉여의 인생을 살겠다 다짐했다
생활비는 있어야 했기에 알바는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9월엔 한달전이라는 이유로 알바도 관두고 부잣집 막내 잉여같은 삶을 살았노라 회개한다
9월이어도 에이 아직 한달이나 남았네 ? 하는 순간 10월이 됬고
에이 아직 3주나 남았네 ? 하는 순간 25일이었다
눈 앞이 컴컴해지고 초점이 맞지않으며 잉여같은 삶의 주마등이 스쳐지나가는듯 했다
손이 덜덜 떨려오고 줄 담배를 태웠다
지성 팍 형님의 맨유 하이라이트도 가슴 설레는 재미로 봤었는데 25일엔 지성 팍형, 형이 군대를 알아? 라는 반발심마저 들었다
낼 입대하니 일찍 자라 는 엄마의 말을 듣고싶지 않았다
낼부터 개학이니 학교갈라면 일찍 자라는 말은 정말 행복한 말이다
아침일찍 서울역에 가서 거기서 춘천가는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 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졸라 남는다 진짜
가만히 누워 눈을 감지만 잠이 오지않았다
나는 정말 군대로 가는가? 그리스의 이름난 철학가에게 빙의되어 삶이란 무엇이며 군대란 무엇이란말인가?
나는 왜 군대를 가야하는가? 전쟁은 나는가? 김정일은 정말 돼지인가? 같은 철학적인 생각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한숨쉬며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이런 제길;
엄마랑 형이 같이 동행해줬다
10월 막바지.. 가을이 어서 군대로 오라며 찬 바람을 불며 내 빡빡머리를 쓰다듬듯 날 유혹했다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하니 마치 지방 촌구석에 사는 농업 청년이 한양에 방문하여 눈이 휘동그레지듯
내 눈도 휘동그레 졌다.
어딜봐도 빡빡이들밖에 없었다
춘천행 열차를 타고 가슴속에 -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나는 깨달았다
이미 타버린거 돌이킬수 없음을..
2시간이 조금 넘는 길을 달려 도착한 춘천역 12시 40분쯤인가 도착했는데
입영 시간이 13시 30분이었다.
부랴부랴 춘천역 앞 택시를 탔다
아저씨 일공이 보충대로 가주세여 헤헤 띠리리띠디디~ 빡구읎다~
시간이 촉박하다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아저씨는
선글라스를 빛내며 자길 믿으라고 했다
택시는 빠르게 출발했고 다함께 차차차! 의 실사판을 보는듯 했다
이야! 아저씨는 정말 춘천의 설운도구나!
다함께 차차차! 빠바바밤바바 차차차!
13시 20분경 102보 앞에 도착했다
2만 몇천원 나온거같았는데 입대하는 아들봐서 2만원만 달라했다
아저씨 내가 20만원줄테니까 나 입대 안하게 해주세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밀려드는 춘천의 아줌마들
전자시계며 깔창이며 이것저것 필요하다며 마치 뉴비에게 아이템을 찔러넣듯 물건들을 내 눈앞에 찔러넣었다
어허 이 사람들이
안사요 안사
네? 오 전자시계 방수되요? 헤헤 오 알람까지? 우와~ 지샥? 그게 뭐지 크아 사샤샥 같은건가?
오 쿠션 깔창이요? 우와 신기하다 이거 군화에 깔면 발 안 아파요? 우와
오 링 밴드요? 고무 밴드? 그게 뭐죠? 인디밴드 이름인가?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검은봉투 한가득 물건들이 담겨있었다
밥이라도 한끼 먹여보내야되겠다 생각했던 엄마는 막상 시간이 촉박해지자 날 보충대로 이끌었다
나 배고픈데..
입대할 장병여러분들은 신속히 스탠드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안내 말씀 드립니다 장병 여러분들은 신속히 스탠드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음편에서 계속
0
0
0
3,614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답글이나 추천유도성 답글을 달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