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이이이이잉`

바리깡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 동안 길러왔던 머리카락이 바닥에 턱턱 떨어지기 시작한다. 거울을 보며 피식피식 웃음이 샌다. 뒤에서 기다리던 친구는 굴러다니면서 웃는다. 미친새끼다.


“닌 내가 빡빡이가 되니까 좋냐?“

“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아니그런ㅋㅋㅋㅋㅋ그런게아니라 ㅋㅋㅋㅋㅋ“

하. 결과적으론 저새끼 때문에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맞다. 아깝다. 한문제만 더 맞았으면 입장이 반대가 됬을건데.

"야ㅋㅋㅋ 너ㅋㅋㅋ존나 깡패같이 생겻다 ㅋㅋㅋㅋㅋ"

그러네, 내인상이 이렇게 더러웟구나. 근데 오른쪽부분은 왜이렇게 천천히 미는 기분이지.. 빨리 밀어줬으면 좋겟다.

"어유 학생 인물이 괜찮으니까 깔끔하고 좋네~ 머리작아보인다~"

개수작이다. 아무리 봐도 깡패같이 생겻다. 내일아침부터 거울보고 웃는거나 연습해야겟다.


"아냐 그래도 내일 방학식이고 이제 3학년 올라가는데 집에 박혀서 공부만 하면 머리카락 다자라겟지 뭐, 겨울이라 나갈데도 없잖아?"



그래 이제 새해도 다가오고 일년밖에 안남았는데 지금까지 안한거 다 해놔야지. 아마 내년 이맘때에는 머리도 길어진 상태로 미치게 놀고 있을거야. 그니까 빌어먹을 미용실부터 나가자.



"그니까 ㅋㅋㅋ내일 방학식이니까 걔는 어떻게 보게 ㅋㅋㅋㅋ"

"누구말하는ㄱ..아 어차피 걘 나관심없어 하는 것 같던데 뭐 ㅋㅋㅋ나중에 고백해야지ㅋㅋㅋ이상태로 어쩌겠냐"

아...생각해보니까 X됬다. 티냈다간 고통받는다. 존나 쿨한 척 해야겠다.
`걔`를 본건 고등학교 입학식이었다. 이제 막 어린애티를 벗은, 약간 심각해진 친구도 있고 꾸준히 준비해온 친구도, 나이를 똥구멍으로 쳐먹는지 여전히 생각없이 깔짝대는 머저리들도 모두 입학하면 뭔일이 있을 줄 알고 쓸데없는 기대감을 갖고 설레고 있었다. 물론 나는 머저리중 하나였다. 그때 교장이 뭔말을 했는지는 기억도 나지않는다. 그저 `담임은 누구일까` `우리반 여자애들은 이쁠까` `친한 애들이랑 같은 반 되야 하는데` `첫날 부터 찍히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반을 확인했다. 6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한다. X됬다. 같이 다니는 애들중엔 같은반이 없다. 그 두려움을 가지고 계단을 올라갔다. 교실문을 열고 대충 아무자리에 앉았다. 어떤 미친놈이 내뒤통수를 때린다.

“와 너이새끼 나기억나냐“

뜬금없다. 놀라서 자세히보니 초등학교 친구다. 한줄기 희망을 찾았다. 얘는 엄마끼리도 친하셔서 중학교때 가끔가끔 만나던 애다.

“ 와 야 너 존나반갑다 나진짜 이반에 아는 사람도 없었는데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ㅋㅋㅋ“

사실 그렇게 반갑지 않아야 했다. 과거에도 이새끼가 피시방 같은데 갈때마다 엄마한테 찔러대서 죽도록 맞았다. 그리고 이새끼가 몰고올 폭풍을, 이땐 몰랐었다. 반삭한것도 이새끼 때문이고..

아무튼 한줄기 희망이라생각해 잡고 떠들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담임선생한테 따가운 눈빛을 받고 조용히 하고 있었다.

`덜컥`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녀가 들어왔다. 많이 이쁜 것은 아니지만 딱 내이상형 정도였다. 마음속으론 이미 소리치며 쌈바춤을 추고 있었다. 어떻게 딱 우리반이라니!


“응? 넌 누구냐? 출석 이미 다불럿고 안 온애는 없는데?“


"아..아! 죄송해요 잘못들어왔어요!“


난이때부터 담임이 싫었다. 담임잘못은 아니엿지만 어딘지모르게 존나 얄미웠다. 이것이 첫만남이고 그녀는 윗반이었다. 그리고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옆의 친구에게 신나게 떠들었다. 그 여자애가 딱 내 이상형이라고. 다음 청소시간, 이 미친새끼가 번호를 따왔다.


“와 너 진짜 못본새에 완벽한 미친놈이 됬네 그걸 왜따와 썩을새끼야 ㅋㅋㅋㅋ"



"이게다 너 좋으라고 하는 일이야ㅋㅋㅋㅋㅋ 일단 내가 친해지고 소개시켜줄게 ㅋㅋㅋㅋ"



이때는 약간 고맙기도 하고 이녀석도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조금 싫기도 했다. 그렇게 한달정도가 지나갔고 나는 그녀와도 조금은 친해지게 되었다. 친해지게 되고 그녀가 수줍다는 것도 알았다. 사실 그녀가 번호를 준것은 내친구와 그녀의 친구가 서로 아는 사이였었다. 난또 이새끼가 엄청난 여자꼬시는 능력을 갖고 있는 줄 알았다.

----------------------------------
모바일이라서 눈도침침하고 한줄띄어쓰는게어떻게되있을진 모르겟다 몇자인지세주고 제목도정해주고 내일마저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