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1. 최강죽돌이







이해를 돕기 위해 도서관자료실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먼저 올리겠습니다.




자료실은 하루에 한 사람 두시간으로




이용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나는 주변친구와 어머니의 주민번호로




하루 8시간을 사용하고 있구요.




처음엔 어색하고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도서관서기가 눈치가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조금씩 떳떳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같은 부류의 사람이 50대의 PC중 한 열분이 있습니다.




아무튼 도서관은 이렇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한 사나이가 나타났습니다.




어느 덧 3개월 동안 죽돌이 생활을 하는




나는 도서관자료실에 출입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초딩아이들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들까지요.







얼굴을 알고 있지만 서로 인사하거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끔 담배를 빌린다거나 할 때만 잠시 말을 나누긴 하죠.







서로 하루종일 도서관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죄스러웠던지 자격지심 때문에서인지는 몰라도




얼굴만 알뿐 서로 쌩 까는 관계들입니다.










홀연히 나타난 사나이는 내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더군요.










로그인을 하고서는 날 한번 힐끗 보았습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얼굴은 너부대한 것이




깎두기 비슷하게 닮으려다 말았더군요.




아무튼 썩 좋은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얼른 얼굴을 돌려 모니터에 시선을 박았습니다.










남자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더니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독서실 칸막이 책상처럼 생긴 자료실이었는데




그 터진 공간으로 말입니다.










엉덩이만 빼꼼히 내놓고 있는 모습이 가관이더군요.










낑낑‘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낑낑‘ 낑낑’..........










사람들이 그 소리에 남자의 엉덩이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하는 지 궁금했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낑낑‘ 낑낑’.....







한참을 투덜거리듯 낑낑대던 남자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중요한 일을 성공한 듯 휴~




숨을 고르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습니다.










나는 곁눈질로 남자를 지켜보았습니다.




다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옆 자리에 앉은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최대한 눈동자를 돌려 그 남자를 확인했습니다.












남자는 모니터 위에 화상캠을 얹어 놓았습니다.





?????






이 남자 모니터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이리저리 화상캠을 움직여 자신의 모습을




부풀리려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화상채팅을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말입니다.







대단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지금까지 한 5분동안 낑낑‘ 대며 책상 밑에서




했던 행동들은 캠의 꼬다리를 꽂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책상구조로 보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해냈습니다.






오로지 화상채팅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말입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남자의 화상캠을




보고는 입을 벌리고 무척이나 놀라운 얼굴들입니다.










강적입니다.




도서관에서 화상채팅입니다.




얼굴도 졸라 못 생겼습니다.








대단한 용기입니다.








아마도 되지도 않는 채팅에 돈을 쓰기 아까워서




도서관으로 온 듯 합니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한 것이니 나름대로 좋은 의미입니다.




그 외의 죽돌, 죽순이 분들은 TV 드라마나 주식, 바둑, 고스톱




심지어는 카트라이트를 하는 대범한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그렇지만... 화상채팅을 시도하는 강적의 출연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천재인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도서관에서 화상채팅을 할 생각을 했을까?







그 용기가 부러웠습니다.










도서관에서 화상채팅을 하려는 그 남자（이하 화상캠）를 보고




처음엔 놀랍고 황당해 멍해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죽돌, 죽순님들이 뒤에서 키득키득 웃어댑니다.






하루종일 고스톱하는 사람입니다.








화상캠이 나타나기 전까진 고스톱을 보고



우리는 혀를 끌끌 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고스톱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스톱을 하는 자신이 화상캠보다




나아 보였나 봅니다.








고스톱이 배를 잡고 웃어댑니다.



자지러집니다.










고스톱이 기가 막혀 웃었다면 말 다한 겁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조금 머쓱했던지




화상캠이 캠을 모니터에서 내려 책상위에 올려놓고




또 한참을 각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낑낑' 낑낑'.......







그러나, 모니터 위에서도 안 되던 캠발이




밑으로 한다고 해서 나올리 없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던지 다시 캠을 모니터 위에 올렸습니다.




화상은 캠발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15도와 45도를 정확히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캠으로서는 허용할 수 없는 얼굴이었습니다.










웃음 때문에 밖으로 나갈까 했는데




궁금해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대략 20분 정도를 거쳐 기초공정에




성공했습니다.







창피했던지 캠을 노트로 교묘히 가리려 하더군요.




노트도 푸가 그려진 아동용노트였습니다.




제가 볼 때는 아이걸 가져 온 듯 했습니다.




유부남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옆에서 보는데 참 불쌍했습니다.




돈 있으면 피씨방비 주고 싶었습니다.








아무튼....





생각보다 여자들이 많이 들락거렸습니다.




남자는 여자들 얼굴 확인하랴 키보드 두드리랴




정신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바쁘게 사무를 보는 회사원처럼 보였습니다.











오! 드디어 괜찮다 싶은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이뻤습니다.




화상캠도 놀랐나 봅니다.



입가에 웃음이 방그레 지어집니다.








이 때다 싶었던지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타자도 무척이나 빨랐습니다.








그러나, 아리따운 여인은 화상캠의 얼굴을 확인하는 즉시




인상을 구기고는 조용히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이 수도 없이 펼쳐졌습니다.




그래도 남자는 열과 성을 다해 화상채팅을 계속했습니다.




하루종일.... 지치지 않았습니다.




화상캠의 끈기와 용기가 대단했습니다.




고스톱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배워야 할 듯 합니다.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자신의 일을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 끈기와 용기...








서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남자가 우리 죽돌, 죽순이 분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화상캠이라는 것을....










자리는 바뀌었지만 남자는




삼일 째 채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못 건진 모양입니다.













내일도 볼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남자에게 다시금 박수를 보냅니다.





따라하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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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