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최전방수호병, 혜산진의 국뽕차오르는 중대, 출입증이 있어야지만 갈 수 있는 그런 곳에 온지 3주만에
전출각이 보인다. 전방 투입까지 2주밖에 안남은 이 시점에 말이다.
무슨 잘못을 했거나 화장실에서 선임 까다가 걸린 그런 뻔한 게 아니다.

나는 애들한테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었고
그놈의 명예를 챙기고 까오 살리고
뭐 그러면서 군대생활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내가 입대할 때 재대로 해결 못한 문제들 때문에
저기 산꼭대기 전방에 갈 수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몸도 몸이지만
사실 심리적으로 많이 지쳤었나보다. 난 몰랐지 존나 바쁘게 사는데 그딴게 경각심이 들리가 있냐.
그래서 입대하고 나서
가족,전여친 자살걱정이나 쳐하고 앉아있고 건강걱정에 잠못자고 앉아있고
존나 그걸 어떻게 진정시키니
이제 온갖 잡생각에 떠올랐다가, 멍해지고
의욕으로 불타오르다가 푹꺼져서 허무해 디질라 그러고
잠은 계속 뒤척이고

절레절레
그러다가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상담관이랑 상담을 깊게 하고나서 상담의 결론은
전출이다.

여기 남으면 얻는 건 나름의 자랑스러움, 강한 의지（하기 나름이지만）, 한 4, 5차례 정도 12일가량 휴가를 몰빵을 쓸 수 있다는 점. 뭐 그정도겠지.
잃게된다면 그건 뭐. 성격파탄? 그리고 수면패턴망가지는거? 뭐 대충 그런거지... 크게 잃는게 있는건 아닌데 버티기 힘들 수도 있는게 중점이겠지.

전출가면 얻는게 좀 있다. 일단 여기보단 개인시간이 많지. 개인적으로 공부하기도 낫고. 여긴 씨파 외울게 넘나 많어..무슨 작전도 많고 ��든.
그럼 운동할 시간도 좀더 있겠지. 아 기타치고 싶었는데 기타도 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자기개발과 회복의 시간으로 활용하기 적절하다 이거지.

물론 어디로 가냐에 따라 개박을 수도 잇지만. 어차피 여기서 개박을거... 그래 명예가 중요하냐 묻자면 그게 내 1년반 희생하면서 까지 굳이 가져갈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래 명예는 잃을 수도 있겠지. 자칫 선임 잘못만나 엿볼수도 있지.
그래도 쫄려서 안주할 수는 없는거고

사실 좋은 명분도 있다.
전방투입 2달 하게 되면 나올 방법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프면 안된다. 근데 나는 입대하고나서 허리디스크가 심한걸 이제 알았다. 게다가 별탈 없을 줄 알았던 탈장도 문제가 될수 있단다.（6년간 한번도 아픈적 없어서 몰랐지.） 우리 중대장님께서는 이 부분이 걱정이 참 많으시다. 헬기 이송은 생각도 하기 싫으시겠지.
담주 월욜날 가서 진단 받고나서 이것때매 어쩔 수 없이 전출된다 하면.
뭐 표면상 부끄러움은 없는거지. 아 정당하게 전출갔고 나름 군생활도 유지하는거니까.

그럼에도 좀 쪽팔리는건 어쩔 수가 없다. 그냥 내가 약해서 못한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좀 멀쩡해지고나서 올껄.. 근데 그러면 너무 늦게 오게되�瑁�. 23살 이등병도 늦은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