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카드 게임이 세상에 등장하고 어느새 6년,

유희왕 4기의 시대가 열린다

카드 넘버가 바뀌는 등의 소소한 변화가 있긴 했지만

인게임 안에서 우리가 신경 쓸만한 변화는 크게 없음

4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당시 환경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점점 더 강해지는 사이언카타파를 막을 방법이 없었기에

사실상 사이언카타파라는 트럭이 미쳐 날뛰는 메타였다

금지 제도를 도입해놓고 이걸 금지를 안 시켜? 싶겠지만

코나미가 코나미 했을 뿐이다

또한 아직 종언도 개벽도 금지가 아니었던 카오스가 환경에 멀쩡히 살아 있었고,

그 카오스를 카운터치려는 차원 덱과 미네 바이러스덱이 싸우고 있었다

사이언 카타파만 없었다면 나름 황금 밸런스라 할 만했을지도 모르겠다

2004년 5월 27일, 소울 오브 듀얼리스트가 발매된다

이 팩의 의의는 처음으로 레벨 몬스터가 등장했다는 것

암드 드래곤, 미스틱 스워드맨 등 줄충한 레벨 몬스터가 다수 등장한다

그 중 특히 사람들의 눈길을 끈 카드는 호루스의 흑염룡 LV8이었다

이 카드는 일반 소환 / 세트할 수 없다. "호루스의 흑염룡 LV6"의 효과로만 특수 소환할 수 있다.

이 카드가 자신 필드 위에 앞면 표시로 존재하는 한, 마법 카드의 발동을 무효로 하여 파괴할 수 있다.

지금 환경에서도 등장하기만 하면 전황을 뒤흔들 포텐셜이 있는 카드

옛날 카드라 한 체인에 한 번만 발동 가능하다는 제약이 없어서

몇 번이고 노 코스트로 마법을 무효로 할 수 있다

드래곤족이라 8기 시절 정룡덱에 사이드로 들어갔던 적도 있다고 함

또한 제왕 시리즈 중에서 유명한 카드인 빙제 뫼비우스도 등장한다

이 카드가 어드벤스 소환에 성공했을 때, 필드의 마법 / 함정 카드를 2장까지 대상으로 하여 발동할 수 있다. 그 카드를 파괴한다.

제물 소환에 성공하면 필드의 마법 함정을 2장까지 파괴할 수 있는 효과로

물족 덱을 비롯해 제왕 덱에서도 사랑받게 되는 카드

그러나 호루스의 흑염룡과 빙제 뫼비우스는

둘 다 등장했을 때부터 쓰였던 카드는 아니었는데

키오스가 살아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굳이 쓸 이유가 없었다

요즘 사이언카타파만 얘기해서 그렇지 카오스도 만만찮은 개적폐놈들 맞음

또한 당시에는 죽음의 덱 파괴 바이러스, 제육감, 격류장 등

우수한 프리체인 함정카드가 많았었던지라

마법/함정을 메타하는 이 두 카드가 활약하기 나쁜 환경인 것도 컸다

또 마인드 크러시라는 카드가 여기서 등장한다

카드명을 1개 선언하고 발동할 수 있다. 선언한 카드가 상대의 패에 있는 경우, 상대는 패의 그 카드를 모두 버린다.

선언한 카드가 상대의 패에 없는 경우, 자신은 패를 무작위로 1장 고르고 버린다.

매우 활용하기 좋은 함정카드

가장 정석적인 사용방법은 상대가 서치카드로 어떤 카드를 패에 넣었는지 확인한 뒤

마인드 크러시를 써버려서 상대가 서치해온 그 카드를 바로 버리게 만드는 것

또는, 선언한 카드가 상대방 패에 없다면 카드를 한 장 무작위로 버린다는 리스크를 역으로 이용해

패에서 버려졌을 때 효과가 발동하는 암흑계, 미계역 같은 덱들이

일부러 궁극완전체 그레이트 모스처럼 상대 패에 절대 없을 카드를 선언해

일부러 자신의 패를 버리는 용도로도 쓸 수 있었다

이처럼 정해진 텍스트 효과만으로도 충분히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좋은 카드지만

이 카드는 재정 때문에 더욱 악명이 높은 카드였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2장 세트 엔드라...함정인가? 아니면 그냥 말린 건가?）

나의 턴! 드로우!

나는 손패의 "푸른 눈의 백룡"을 보여주는 것으로

손패의 "푸른 눈의 아백룡"을 필드에 특수 소환한다!!

기다려 카이바!!

나는 네 스탠바이 페이즈에 세트해둔 함정카드를 발동하려 했어!

내 우선권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진행하는 건 룰 위반이야!

게임을 스탠바이 페이즈로 돌리는, 리플레이를 요청하겠어!

나는 스탠바이 페이즈에, 세트해둔 마인드 크러시를 두 장 발동!

선언할 카드는 "푸른 눈의 아백룡"과 "푸른 눈의 백룡"!

자 카이바군, 혹시 패에 푸른 눈의 아백룡과 푸른 눈의 백룡이 있나요? ^^

（ㅅㅂ새끼...）

이런 식으로 룰을 잘 활용하면, 상대가 패에 무슨 카드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마인드 크러시로 그 카드를 찍어버릴 수 있었다

좀 악랄하긴 한데, 우선권 확인 안한 건 본인 잘못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이후 딱창들 사이에서

상호간에 페이즈 확인을 좀 더 엄격하게 해나가는 문화가 점차 생겨나게 된다

2004년 7월, Limited Edition 6 팩이 등장한다

그리고 유희왕 역사상 가장 수명이 긴 몬스터

가제트 시리즈가 탄생한다

각각 일반/특수소환에 성공했을 때

그린 가제트는 레드를, 레드 가제트는 옐로를, 옐로 가제트는 그린을 손으로 가져오는 효과

이 가제트 시리즈는 정말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카드들이었는데

어떤 리스크나 조건 없이 소환하기만 하면 어드밴티지를 벌어다 줄 수 있는 카드들이라 그렇다

당대 기준으로는 어드밴티지 개념이 망가져 있는 카드였고

실질적으로 파워카드라 해도 무방한 성능을 갖고 있었다

이후 가제트는 역사에 오래 발자취를 남기는데

머시너즈 포트리스 뽑아먹을 카드가 필요해서 가제트를 썼고

기아기간토X 만들기 위해서 가제트를 썼고

파이어월 드래곤 원 턴 킬 파츠에 쓸 탄환으로 가제트를 썼다

내가 알기로 가제트는 유희왕 초창기부터 링크 시대까지 이름을 남긴 유일한 몬스터다

하지만 막 나왔을 당시에는 크게 활약하지 못했는데

당시에는 가제트보다 더 미쳐 있는 카드들이 많았고

가제트를 굳이 쓸 이유가 없었다

제육감으로 한번에 카드를 6장 뽑는 미친 환경에서는

가제트같은 파워 카드도 어쩔 수 없는 법이다

2004년 7월 25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유희왕 두 번째 세계대회가 개최된다

우승자는 카오스덱을 쓴 토가와 마사토시 선수.

2004년도 세계대회는 사실상 거의 모든 선수가 카오스 덱을 들고 대회에 나갔다

사이언카타파가 없는 이유는, 마법돌의 채굴과 같은 카드가 북미에 없었기에

안정성 문제가 크지 않았나 궁예질 해봄직 하다

일본 토너먼트에서는 사이언카타파 때문에 시끄러웠다고 함

7월, 캡슐 몬스터 콜로세움이라는 게임이 발매되는데

이 게임 동봉 카드로 어비스 솔저라는 우수한 몬스터가 데뷔하게 된다

1턴에 1번, 패에서 물 속성 몬스터 1장을 묘지로 보내고, 필드의 카드 1장을 대상으로 하여 발동할 수 있다.

그 카드를 주인의 패로 되돌린다.

이 카드의 등장으로 물속성 컨트롤 덱인 어비스 컨트롤이 부상하게 되는데

마침 물 속성 카드인 킬러 스네이크는 묘지에 있으면 다시 패로 돌아오는 효과를 갖고 있었고

물 속성 몬스터들은 샐비지라는 우수한 마법 카드로 묘지에서 쉽게 패로 퍼올릴 수 있기까지 해서

패를 버리는 코스트가 부담이 적은 편이라 가능했던 일이다

또한 어비스 솔저는 필드의 카드라면 뭐든지 주인의 패로 되돌릴 수 있었기 때문에

내 필드에 이미 깔려 있는 성급한 매장을 패로 되돌려

성급한 매장을 한 번 더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고

필드에서 벗어났을 경우 장착 몬스터를 게임에서 제외하는 빅뱅 슛을

상대 몬스터에 장착시켜 제외시켜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즉 어비스 솔저는 셀프 바운스 전략을 최초로 도입한 기념비적인 카드라 할 수 있다

안개 골짜기의 팔콘의 먼 조상인 셈

2004년 8월 Rise of Destiny 팩이 발매한다

이 팩에서 주목할 만한 카드는 연속 마법

자신의 일반 마법 발동시에 발동할 수 있다. 패를 전부 묘지에 버린다.

이 카드의 효과는, 그 일반 마법의 효과와 같아진다.

마법 카드를 두 번 쓸 수 있다는 점은 뛰어나지만

어드밴티지 소모가 너무 커서 좋은 카드라고는 할 수 없는 카드였고

평범한 덱에서는 이 카드를 고려하지조차 않았다

하지만 비범한 덱들은 좀 얘기가 달랐는데

콤보만 성립시키면 게임을 이겨버리는 양아치같은 덱들은

어드밴티지를 따질 이유가 없다

어차피 다음 턴은 오지 않을 거니까

이걸로 사이언 카타파는 연속 마법을 통해

당시 현역이었던 유언장을 한 번에 두 번 쓸 수도 있게 됐고

덱에서 몬스터를 가져오는 명추리, 몬스터 게이트를 두 번 연속으로 쓸 수도 있었다

이렇게 사이언 카타파는 안그래도 졸라 강한데

또다시 강화를 받고 날아오르게 된다.....

쓰는 입장에서도 사이언카타파 얘기 슬슬 질리는데

얘네 뒤지질 않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