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은데…… *





　근처를 둘러보다가 어느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이제 더 구경하더라도 일단 기숙사에 한번 가보는 게 좋겠다. 계속 미뤄뒀다간 밤이 다 돼서 찾아 헤맬지도 모르겠다. 광장 분수대를 지나서 어디로 간다더라? 메모해둔 종이를 보며 광장을 지나는데, 누군가 나를 유심히 보더니 걸음을 멈춘다. 누군가 해서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했다. 1학년 때 전공을 가르쳐주셨던 나나 선생님이었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계셨는데, 안경을 쓰신 모습은 처음 본다. 연아도 그렇고, 학교 안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소율이, 안녕~. 기숙사 가봤어? 어때? 기숙사는 1학년 때랑 별로 다르지 않지?”



　“지금 가보는 중이에요. 선생님은 어디 가는 길이세요?



　“누가 좀 보자고 해서.”



　“아~, 그렇구나.”



　“그래, 방학 때 부탁한 일은 어때?”



　“아, 네. 개학 전까지는 문제없어요.”



　“부탁 좀 할게. 고맙다~”



　“아니에요.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다시 길을 확인하며 걸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께서 부탁하신 교재도 얼른 완성해야 한다.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당장 내일에라도 일을 끝내는 게 좋겠다. 잘만 풀리면 선생님께서 별점 건의도 해주실 것 같은데, 외출까진 아니더라도 별 10개 정도는 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별을 모아서 외출도 따고, 외출을 많이 모아야 학교 밖 구경도 오래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방학이 곧 외출시즌이다 보니, 항상 학기 초에는 별이 고프다. 이번에 이 교재를 만드느라고 동아리 애들도 고생 많이 했는데, 희소식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붐비는 곳을 지나 한적한 거리에 들어섰다. 주인 없이 불 꺼진 가게가 여럿 보인다. 새 학기에 기숙사가 바뀌는 탓에, 있던 주인은 떠나가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1학년 때 선배님들과 같이 운영했던 가게가 떠오른다. ‘부활의 집’이라고, 힘 잃은 정령이나 소환수 등을 회복시켜주는 가게였는데. 간단한 요리나 음료도 팔고, 즐거운 나날이었다. 선배님들도 다들 이상 없이 진급하셨겠지? 언제 꼭 연락 드려봐야겠다. 저기 보이는 익숙한 깃발.





　“앗싸, 기숙사 발견~”





　나도 모르게 들뜬 발걸음이 되었다. 또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무지 기대된다. 어떤 방을 쓰게 될지, 같은 방에 4학년 선배님은 계실지, 처음 맡는 방 후배는 누구일지. 누군지 몰라도 내 방 후배는 복 터진 줄 알아라. 내가 무한정 잘해줄 예정이거든. 처음 와서 모르는 게 많을 텐데, 1학년 교사에도 자주 들려 애정을 과시해 줄 것이다. 내가 1학년 때, 후배를 위해 1학년 교사에 찾아와주시는 선배를 보면 어찌나 부럽던지. 내 후배에겐 꼭 해줄 것이다.



　기숙사 구역 정문을 통과했다. 선배님들도 많이 보이고, 2학년 교사에선 볼 수 없었던 1학년 후배들도 보인다. 1학년 때 처음 들어와서 기숙사 찾을 때 그렇게 고생했었는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애들을 보니, 나도 그때가 떠오른다. 아아. 잡생각 그만하고 나도 얼른 내가 생활할 기숙사를 찾아야겠다. 메모해둔 대로라면 이 건물 다음인 것 같은데.





　“앗. 여긴 것 같은데.”



　“저기.”





　기숙사 앞 벤치에 앉아있던 남학생이 내게 다가왔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새겨진 명찰. 2학년생이다. 하지만 같은 2학년이라고 함부로 말을 놔선 안 된다. 1학년은 1년, 2학년은 2년, 3학년은 3년, 4학년은 4년. 이렇게 교육 기간이 총 10년으로 나뉘는데, 선후배는 학년이 아닌 연차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이 남자는 동기생일 수도 있지만, 1년 선배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살펴봐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 대답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 키가 커서 내가 조금 위축된다.





　“나 휴즈라고 하는데, 나나 선생님께 소개받고 찾아왔거든? 너 재생술 동아리 회장 맞지?”



　“……네. 1학년 때 친구들끼리 만든 되게 작은 동아리인데……. 그, 그런데 선배……님?”



　“아참. 나 2년 차야.”



　“아, 선배님 맞으시구나. 그런데 저는 무슨 일로 찾으셨나요?”



　“재생부가 필요해서. 내가 방학 때 공들여서 만든 골렘이 있거든. 시험가동해보려는데, 이왕이면 재생부로 제대로 해보려고 하거든. 이거 보고서 작성할 때 네 이름 넣어줄게. 어때?”



　“하나 있긴 한데…….”



　“부탁 좀 하자.”



　“네…….”



　“고맙다. 보고서 올릴 때 말해줄게.”





　골렘이든 보고서든,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니라, 그냥 휴즈 선배님의 기에 눌려 줘버린 것 같다. 1학년 때는 남자 선배랑은 말할 기회도 없었는데, 2학년 때는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렇다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남자 선배님을 대하기가 어색해서 괜히 떨었는데, 뭐 내가 실수한 건 없겠지? 그나저나, 최근 거절 못 하는 성격 탓에 손해만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