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대배치11일차. 한 2달됬네 입대한지는.
우울하다.
오늘 할 얘기는 여행이다. 주제가 여행인데 딴 얘기로 샐 수도 있다. 내맘이다.
여행을 가기로 이틀전에 맘을 먹었다.
재대하면 바로 회사 복귀해야되서 1주일가까이 되는 휴가를 쓸 방법이 신혼여행밖에없다.
그런 힘빠지는 상황전에 미리 갔다 오고싶다. 비록 빠박이라도.
혼자갈 생각이다.
예전에 꿈꿔왔던 일이었다.
프라하? 파리? 유럽어디든? 아니면 러시아 블라디보 어쩌고
제주도나 함 더 갔다올까 어쨌든. 어디든 4일이상은 있을꺼다.
근데 그때는 엄청 설레고 가고싶어 죽을것 같았는데
지금은
글쌔 무슨 의미를 갖나싶다.
언제부터인지 계속 따라다닌다 그 공허감같은게.
허무하기도 하고.
그래 그 머싯다는 프라하를 갔어.
빠박이가 혼자 기타까지 들고 가서 막 버스킹도 해보고
거기 언어도 배워서 막 대화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구경하다가 친해져서 저녁도 먹고
그러고 한숨 푹자고나서 다음날 아침을 보고
걷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딱 오는거다.
남는게 뭐가 있냐...
사진?
내가 갔다는 기억?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나 군대와서 나라지킨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싶었다. 이왕 군대 온거 눈치도 배우고 이것저것 배우고 운동도 빡세게 해서 마른멸치소리도 더이상 안듣게 집어치울 수 있게, 특급전사도 따서 특진도하고 그래서 부대도 좀 어려운 곳에 면접보러 오라했을때 가서 꼭 가고싶다고 했던거고.
의미있게 자기개발할수 있게 군대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거든.
어차피 재대하면 25살. 어리면 어린거고 아재라면 아재 화석이지만
어쨋든 재대했을 때 뭔가 달라진 모습이어야 되잖아. 그래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하루에 여러번은 아 이게 뭔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솔직히 군대오기전에도
모든 일을 할때 놀러갈때 어디서 뭘하든 드문드문 이런생각들이 들었다.
아. 내 사는 목표를 정한적이 언젠가 있었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게 내가 강해져서 그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지켜주기도 하고
서로 모여서 행복해질 수 있게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거.
그니까 내 사람들이 행복하면 돼.
그래서 사람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거고.
근데 내가 별로 안행복하면 이게다 뭔 소용이냐.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노력에 관계없이 계속 힘들고 지들끼리 싸워대면 뭔 소용이냐.
새엄마가 교회간단다. 난 그걸 벌써 3년전에였나? 나름 가족화목화를 위해 밤중에 절절이 기도했던 적이 있었다.
워낙 고집이 오져버리시고 강해서 상대가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거든. 용서라는 단어자체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렇게 강한척 하면서 속은 시커멓게 타는거 아닌가 걱정도 되었고.
뭐 그 외 여러가지 이유로 모든 사람이 그냥 통째로 교회가서 사랑과 용서배워서 다 ㅅ용서하고 사랑하면 그게 큰그림이고 내가 ㅈ가장 바라던 그림이다.
치고 박고 쌍욕쳐해대던 인간들이 한 식탁에서 밥먹으면서 웃고 떠들고 하는거.
그거 보면 다 살았겠거니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도 어느정도 꿈은 꾸지만 기대는 안한다. 포기했지 거의.
근데 내가 입대하고 훈련소 있을때에 새엄마라는 분이 교회를 가기 시작했단거다. 이제서야.
아이고 그런데 이젠 좀 늦은 감이 있긴 한거같다 신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 봤을때는 너무 늦은거 같단 말이다.
어떤 기대도 않고 다 놓고 될되로 되란식으로 살았는데. 솔직히 그러고 지난 1년간 교회는 재대로 된 마음으로 간적도없고
그렇게 일요일 주일성수 외치던 교회오빠란 넘이 회사일이니 뭐니 하면서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맨날 빼먹고 놀았다. 안갔지 그냥.
근데 이렇게 빵 터지니까 난 좀 허탈하기도 해.
이리 빙빙 돌려 얘기하지만 결국 하나지.
답도 없이 그냥 끄적여보았다.
어쨋든 여행을 가기는 갈꺼고
누구랑 가든 아님 혼자가든
돈만 날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내여행을 할 수도 있겠다... 의미없는 여행이면 프라하를 가면 뭐하겠나. 인생 목표 하나 이룬들 뭔 의미가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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