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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 임무는 보급품 받으러 다니는 일이었다.
군지사에 있는 것은 주문 넣고 결재 받아서 그냥 받으러 가면 되지만,
없는 것은 파견 나온 간부들 자대에 가서 빌려 오기도 하고,
이도 저도 안되는 경우엔 간부들 살고 있는 민간 아파트에서 개인 비품
실어 오기도 하고 한달은 좀 바뻣음.
내무실에 대기하다가 어디 추진 갔다 와야 한다고 하면 서로 가려고 했다.
너무 더웠고, 남아 있어봐야 창고 지키는 것 밖에 없어서
차라리 육공트럭 뒤에 타고 시내 돌아다니는 것이 낫기 때문이었다.
트럭 뒤에 타고 성남 시내를 돌아다니면 드라이브 하는 것 같고,
뒤에서 시내버스나 승용차에 타고 있는 이쁜 여자들 구경하는 건 완전 꿀.
자대가 있던 포천에선 산봉우리들만 보이고,
아침 8시 부대 앞을 지나가는 유치원 선생 얼굴 한번 보겠다고
근무 시간 바꾸던 고참들을 생각하면 그냥 안쓰러울 지경.
그런데, 경치 말고도 후방인 성남과 군부대 많은 포천은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
하루는 장교가 사는 민간 아파트 경비실 옆에 육공트럭 세우고
모여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떤 아줌마가 아이스크림 든 봉투를 내밀었다.
자기 아들도 군대 갔다고 고생한다고 그러면서.
어떤 날은 신호등에 걸려서 길 위에 서있는데
옆에 트럭 아저씨가 불쑥 창문을 열고는, 뜯지 않은 담배 두갑을 던져 주기도 하고
외출 나와서 버스 탔는데, 어떤 할머니가 버스비 대신 내주는 일도 있었고.
포천에서 보던 민간인들과 달리 잘해줘서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군인 보기 힘든 곳이라 신기해 보였기도 했던 걸까?
고속도로에서 육공 뒤에 타고 달달거리며 가고 있는데
수학여행 버스가 옆에 붙었다.
여고생들이 다들 버스 창문에 낙지처럼 붙어서 우릴 쳐다 보았다.
우린 민망해서 고개 숙이고 못본 척 하는데,
저기 버스에선 좀 보라고 손 흔들고 난리가 났다.
그때 우리 중에 젤 잘 생긴 한명이 고개 들고 손 한번 흔들어 주웠다.
버스에선 학생들이 폴짝 폴짝 뛰고 엄청 좋아했다.
****
파견 때 내무생활 이야길 해볼까 한다.
보충대에서 모였을 때부터 사병들 끼리는 계급이 완전히 무시됐다.
그 때부터 호칭이 저기 수기사 아저씨, 백마 아저씨, 5사단 아저씨…
그냥 다 아저씨다.
난, 일병 이라서 개이득!
어느 부대에서 철없는 이등병 파견 보낼리가 없으니 나는 손해가 없지.
계급이 없으니, 누가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그냥 맘이 편했다.
내무실에 누가 혹 계급 들먹이며 뭐라하려 하면,
우루루 몰려가서 아저씨들 왜 그러냐고 ㅂㅅ 취급 당하는 분위기.
하루는 17사단 （부평）에서 온 상병이 낮에 내무실에 누워 있었는데
좀 많이 더웠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 아~ 진짜. 어떻게 우릴 말도 없이, 이런 산속에 끌고와 쳐 박아 놓을 수 있어~ 아호]
이러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걸 옆에 있던, 3사단 일병이 듣고 있더니
[ 참나.. 쏙 빠진 17사는 이런 걸 산이라 하나 보네. 우린 이런 건 흙더미 인데..
야~~ 거기 5사단. 너 네도 이런게 산이냐? 같이 무찌르자 17사. 우와~~ ]
이러면서, 세명이 툭탁툭탁~~ 장난치고 놀았다.
경계근무는 총도 없이 같이 나간 사람과 이야기나 하다 들어오는 일이었다.
불침번이 깨우면, 전투복에 모자를 쓰고 2인 1조로 초소로 나간다.
가보면, 그냥 언덕에 전 근무자가 쭈그려 앉아서 있고
암구어는 무슨.. [ 아이고~~ 어서 오세요] 이러고 서있고 .
그리고, [ 아이고~~ 수고해요~ ] 이러고 가버림.
근무라서 개천을 내려다 보는 언덕 위 초소에 나갔다.
초소라고 뭐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서있기로 한 자리.
달도 되게 밝아서 풀밭 위에 앉아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개울 건너에 suv 한대가 멈추는 것이었다.
외진 곳인데, 저기 왜 차를 세우지??
한동안 서 있더니, 운전석 차문이 열리고 중년 남녀가 내렸다.
그리고, 뒷 좌석으로 옮겨타는게 아닌가.
같이 나간 아저씨랑 “엥? 저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거야? “
두 남녀가 탄 차는 차체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안봐도 뭘하는지 알겠더라.
진짜 군대에서 혈기 왕성할 때 그런거 구경만 하니 이건 고문임.
막 상상되고…
한 십여분 그러더니, 뒷문 창문이 열리고 남자가 담배불 붙이는게
보였다. 담배를 다 피우고는 다시 앞으로 옮겨타고 차가 출발했다.
내무반에서 그 이야기 하니까,
다들 그 구경한다고 거기 근무 자원자들도 생기고..
어디서 구했는지, 야시경 구해오는 사람에 한 동안 핫스팟이 었다.
우리 말고 두어팀이 더 그 구경했나.
그런데 한참 인기 있는데,
한번 다른 중대에 어떤 또라이가 그 차에 돌을 던져서….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
한달이 지나자 일상적인 일들 말고,
건축폐기장가서 벽돌 주워 온다거나 중고 재활용센터가서 TV사다가
내부반에 나눠주던 힘들거나 시간이 걸리던 일들이 끝났다.
돌아가면서 창고 지키는 일, 보급품 입고하고 불출하는 일 말고는
갑자기 눈에 띄게 한가해져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연병장에 돌줍기 같은 일로 시간을 보냈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
내무반에 대기하고 있는 시간이 늘어 났다.
이때 부터 조금씩 사람들이 시간 활용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는 하루 종일 내부반에서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토익 공부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 독서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
하루 종일 음악 듣고 있는 사람…
나도 지루함에 몸부림 치다가 일생 동안 해본 적 없는 두가지를 하게 됐다.
하나는 유류지원대에서 파견 온 최 상병에게 바둑을 배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 내무실에 가져다 놓은 판타지 소설과 무협지 읽고 있는 일.
최상병은 자대내 보직이 유류시험병인데,
본인 말로는 자긴 민간인인 정유사 직원들이나 군무원들하고 일하는게 전부라
이곳에 동원 예비군 같은 분위기는 장점이 아니라며
원복이나 했으면 하는, 몇 안되는 원대 복귀 희망자 였다.
하지만, 군대가 뭐 가고 싶다고 가고 오고 싶다고 오나.
그는 그 울분（?）을 하루 종일 바둑판에 쏟았다.
아침에 기상해서 점호 받고, 아침 먹고는 바둑판을 잡아서
근무나 작업이 없으면 상대를 바꿔가며 계속 바둑을 두었다.
군 입대 전에 기원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아마 2급까지 쌓아 올린 실력.
진짜 였는지, 왠만한 사람들 3점씩 깔고 두는데 다 이겨버렸다.
이것이 소문이 나서 대대장님과 바둑 친구가 되었다.
대대장님은 중령인데, 진급을 못하신 건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셨다.
둘은 한낮에 더위를 피해 종종 난닝구 바람으로 내무반 옆 숲 속에서 바둑을 두었다.
나도 한참 바둑에 맛을 들일 시점이라 쪼르르 가서 구경하고는 했었고,
나뿐만이 아니라 바둑 둘줄 알면 꽤 볼만해서
중대원 여러 명이 쭈구려 앉아 대국을 구경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데,
숲 길을 헤치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군인 몇명이 언덕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가슴에 공수마크와 낙하산 배낭을 짊어지고.
딱 봐도 국군의 날 행사 낙하연습.
올라오다 난닝구 바람으로 바둑 두고 있는 우리 일행과 마주쳤다.
선두에 올라오던 중위가 우리를 보더니 되게 어의 없다는 표정을 짖고는
옆에 중사 한테 힘들어서 헉헉거리는 숨소리 사이로 이렇게 말하며 지나갔다.
[ 쟤들 뭐냐? 쟤들도 군인이야. ]
난, 그때 우리 대대장 인상이 살짝 찌그러지는 것을 봤다.
하긴, 우리가 파견 온 한달 동안 머리도 못 잘라서 더부룩하고,
좀 군기가 빠져서 동원 예비군 같은 느낌이 있긴 했지.
난 이 일이 대대 군기 잡는다고 분위기 싸 ~ 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 일은 생각지도 못한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
그렇다. 대대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셨다.
우리가 군기 쏙~ 빠져 보이지만,
사실 군기가 꽉 찼다는 걸 꽤뚫는 독심술을 가진 분?
죄송하네요. 헛소립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금요일 밤인데
중대장이 내무실에 와서 침상을 사이에 두고 우리를 두개 조로 나눴다.
그러더니, 대대장님 전달 사항을 이야기 했다.
이번 주 주말부터 1개조 씩 외박을 실시 한다. 즉, 격주로 외박을 나감.
복귀 시 반드시 두발 정리와 세탁물등 개인정비 완료 할 것.
공병대가 급수탑을 세우고 임시로 샤워장을 만들어 놓긴 했는데
물도 종종 떨어질 때도 있고 해서, 게으르면 빨래 못하는 경우 왕왕 있었고,
머리도 파견인데, 자진해 누가 이발병 봉사 할리가 없었다.
주말에 집에 갈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우리집이 경기도라 성남에서 시외 버스로 45분 거리에 있었다.
갑작스럽게 파견 오는 바람에 집에 전화를 못했고,
여기서 한달 동안 연락할 수 없어서 부모님이 내가 성남에 있는 것도 모르셨다.
마지막 휴가가 일병 막 달고 간 3박 4일 첫 휴가. 4개월 전?
상병 달고 다시 온다고 하고 왔는데, 지금 가면 놀라실 꺼 같았다.
부푼 마음으로 첫번째 외박으로 집에 갔다.
아버지는 약간 놀라셨고, 어머니는 거의 눈물 글썽글썽.. 우실 뻔.
밥도 새로 하고, 반찬도 만드시고 거의 명절 잔치상을 차리셨다.
하지만, 명절 상은 그걸로 끝이었다.
두번째 갔을 땐, 집에 있는 밥 챙겨 먹으라 하셨고,
세번짼 밥도 없으니, 라면 끓여 먹으라 하셨다.
그러게… 너무 집에 자주 가면 안됨. ㅠㅠ
세번째 외박을 나가선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는 시내로 나갔다.
친구들도 죄다 아직 군대에 있어서, 만날 친구도 없고.
혼자서 시내를 배회하고 있었다.
길가다 못보던 커피 숍이 생겼길래,
아메리카노 한잔 테이크 아웃하러 들어갔는데.
그곳엔 익숙한 얼굴의 여자애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군대 가기 직전.
성당에서 봉사 활동할 때 알고 냈던 한 살 어린 고등학교 여자 후배.
그녀가 놀라고 반가운 표정으로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 와… 선배, 설마 벌써 제대한 거 아니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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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4 [18:00] |
|
윤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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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주세용 다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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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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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맛쵸쿄 |
아니.. 빨리 다음편 ㅠㅜㅜ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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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8 |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답글이나 추천유도성 답글을 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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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4 [1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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