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장

그림자의 모습을 보니 이제 오전 11시정도 된것같다.

"드디어 도착했다..."

아직도 기절한 상태인 마리를 안아든채로 국경을 너머 첫 마을에 도착했다. 우선 마리의 눈에 다시 마법을 시전한 후 마을 안으로 들어가 가장 먼저 찾은건 여관, 평소 여행자가 많이 다녀 여관이 굉장히 발달했다고 들었는데 그 말 그대로 상당히 많은 여관을 볼 수 있었고, 범죄의 온상처럼 바가지를 씌우는 여관도 거의 없었다. 대충 걷다가 분위기 좋은 여관을 골라잡은 듀란. 푸근해보이는 주인아줌마가 반긴다.

"안녕하세요! 손님. 방은 어떻게 드릴까요?"

"1인실 하나 주세요."

"1인실...이요?"

안고있는 마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표정이 이상해진다.

"얘만 두고 나올거에요."

"아...그렇다면야..."

마리의 가방을 뒤적거려 보석을 꺼낸다. 보석부터 팔고올껄그랬나... 그나저나 깊숙이도 숨겨놨군... 그리고 주인에게 가장 작은 보석 하나를 내민다. 옛날부터 보석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대략적인 가치를 아는 듀란이었기에 어렵지않게 계산을 치룰 수 있었다. 주인아줌마의 오해섞인 눈길을 온몸으로 받으며 열쇠를 받아 마리를 내려놓고 가방에서 보석주머니를 꺼낸 뒤 내려왔다.

"아하하...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건 걱정마세요."

사람좋아보이는 미소를 짓고 서둘러 빠져나온다. 여관에서 나왔지만 딱히 갈데도 없어 우선 보석상으로 향한다. 몇가지 돈으로 바꿔야지...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던 듀란. 무언가를 보고는 갑자기 표정이 변한다.

"이건......"

주머니 속으로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유심히 살핀다.

"...!! 이...보석은..... 푸훗... 마리님도 참 수완이 대단하지.... 아마 이게 무슨 보석인지는 꿈에도 모를텐데..... 그나저나 그 보석상 정말 대단하군.... 이런걸 가지고있다니...."

다이아몬드를 가장 깊숙한곳에 집어넣고 더 뒤적거리다가 루비를 떨어뜨렸다.

툭

바닥이 흙이어서 그런지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여파는 대단했다. 순식간에 주변을 거니는 대부분의 사람이 듀란만 바라보고 있다.

"아하하..."

사람좋아보이는 미소를 짓고 또 서둘러 빠져나온다.

'여기서는 안되겠군, 나중에 돌아가서 살펴봐야지.'

가까운 보석상에 들어가 미리 생각해둔 에메랄드와 루비, 사파이어를 꺼낸다.

"흐음.... 이정도 보석이라면... 전부 다해서 80골드 줄 수 있네만..."

"90골드 어떻습니까?"

"으음... 안되! 우리도 땅파먹고 사는 직업이 아니라고..."

"예 그럼 이만..."

미련없이 일어선다.

"잠깐만! 85골드까진 해주겠네."

'흐음... 생각보다 비싸게 쳐주니 흥정할 마음도 들지 않는군...'

어차피 돈에 구애받지 않는 듀란이었기에 더 이상 흥정하기도 귀찮음을 느끼곤 가볍게 팔고 나왔다. 85골드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간다. 거의 도착할 무렵...

"어이! 그소식 들었어?"

"뭐?"

"검문소에서 희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검문소에 있던 마법사랑 병사들을 죄다 도륙내고 도주했다더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확실하지 않데."

"왜 죽였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지만, 한 여자아이를 데리고 갔다고 하더군."

'내 이야긴가?'

갑자기 한 남자가 자신을 바라본다. 눈빛이 점점 변한다.

"아하하..."

또 사람좋아보이는 미소를 짓고는 재빨리 도망간다.

"이거참 곤란해졌군..."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방으로 올라가는 듀란. 주인이 잠시 쳐다봤지만 이내 고개를 돌린다.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돈을 내려놓고 생각했다.

"이대로 들어온 모습이 들키기라도 하면 이 여관을 수색할지도 몰라... 우선 나가자."

우선 여관을 빠져나온 후 골목으로 들어가 개의 모습으로 변신해 다시 여관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틈을 타서 조용히 들어간 듀란. 한참을 움직인 끝에 드디어 들키지 않고 다시 방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마리님! 이제 그만 일어나요!"

앞발로 열심히 흔들지만 전혀 깨어날 생각을 안한다.

"그렇게 피곤했나..."

생각해보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한참을 돌아다닌것같다.

"클리닝"

앞발을 내밀어 마리에게 마법을 시전한 후 자신에게도 똑같은 마법을 시전한다.

"이러면 찝찝해서 깨는일은 없겠지..."

옆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같이 잠을 청한다. 이미 주머니 안의 보석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채였다.

...

이젠 범죄의 온상이라는 이름으로 굳어버린 이 마을은 때아닌 수많은 손님들을 맞고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아토리아에 고용된 헌터들이었다. 현재 아토리아의 현상금에 눈이 멀어 돌아다니는 헌터만 2천명이 넘어가지만, 그들중 대부분은 당장에 이익에 눈이 멀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오합지졸들. 하지만 어딜가나 뛰어난 인물들은 있듯이 그중에서도 실력자들은 존재했다.

"어서오십시오! 주무시고가실겁니까?"

"아니, 식사만."

갑작스러운 호황에 이곳의 유일한 여관은 더 이상 인원을 수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나 여관 주인이 성녀를 직접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여관으로 몰렸고, 덕분에 눈코뜰새없는 나날이 지속되고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으므로 주인은 전혀 불편한 기색없이 손님들을 맞고있었다.
그 때 사내 세명이 여관으로 들어왔다. 두명은 평균적인 키였지만 굉장히 비굴한 인상을 가지고있었고, 그들의 리더인듯한 한명은 우락부락한 몸집과 상당히 큰 키, 그리고 그레이트소드를 등에 메고있었다.

"어서오십시오!"

"3인실 방 하나."

"죄송합니다만... 3인실은 지금 꽉 찼습니다."

"그럼 방이 얼마나 남았는데?"

"2인실 하나밖에...."

그러자 옆에 서있던 비굴한 인상의 남자가 높은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그 남자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거의 대부분 자리에 꽉 차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모...모르는데요."

"우린 페르난 제국에서 이름을 떨치는 용병단 블랙 스콜피온 이라구!"

여관주인은 난처했다.

'처...처음듣는데...'

"하지만 방이 없습니다..."

"뭐야! 죽고싶어!?"

비굴한 인상의 남자가 소리를 치며 칼을 뽑아들었다.

"그걸로 뭘 하려고?"

갑자기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칼을 뽑은 남자가 뒤를 바라보려다 자신의 목에 겨누어진 칼을 발견하곤 굳어버렸다.

"누...누구냐!"

다른 남자가 소리쳤다. 자신의 동료에게 칼을 겨눈자를 보니 한 18세 되보이는 소년이라기에는 좀 크고 청년이라고 부르기엔 좀 어린 남자였다.

"괜히 소란피우지말고 지나가지그래?"

칼을 겨눈 남자가 조용히 말하자 리더로 보이는 덩치큰 남자가 칼을 뽑아들었다.

"이놈이 감히! ...응?"

칼을 뽑아들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남자.

"혀..형님 왜그러십니까?"

다른 남자가 리더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그곳에는 칼을 겨눈 남자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한명 더 서있었다.

"설마..."

"그러니까 조용히 물러가라니까?"

계속 칼을 겨누고 있던 남자가 나지막히 중얼거리자 리더는 마음을 결정했는지 뭐라고 말하고는 여관을 나가버렸다.

"헉! 형님 같이가요!"

나머지 두 남자도 따라나간다.

"휴우... 요즘 생과 사를 오락가락하는것같아..."

여관 주인이 안도하자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청년이 다가왔다.

"아까 2인실 남았다그랬죠?"

주인은 똑같이 생긴 두 청년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다 등에 메고있는 석궁이 예사롭지 않아보였다.